초고령 운전자 면허증 반납 1% 불과..자진반납 유도 등 대책 마련 목소리 ↑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9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30대 보행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고령운전자에 대한 운전 적성검사를 보다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령운전자 적성검사 기간은 올해부터 75세 이상자의 경우 고령운전자 적성검사 기간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돼 기준이 강화됐다. 하지만 고령운전자 교육은 도로교통공단에서 제공하는 3시간의 수업만 들으면 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

또한 고령운전자가 운전면허 자진반납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쳐>

◆고령운전자 적성검사도 받았지만..96세 운전차량에 행인 사망

13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20분께 청담동의 한 호텔 주차장 입구에서 유모씨(96)가 운전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량에 행인 이모씨(30)가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고 운전자 유씨는 오르막길에 있던 호텔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다 벽을 들이받자 차를 후진시켰고, 이 과정에서 뒤에 대기 중이던 홍모(46)씨의 차량과 길을 가던 이씨까지 잇따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유씨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한 조사와 호텔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개정안을 올해 1월1일부터 시행하는 등 고령운전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대책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낸 유씨의 경우 지난해 고령운전자 적성검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적성검사를 자주 한다 해도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노인 운전자들을 모두 걸러낼 수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고령운전자에 대한 운전 적성검사를 보다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고령운전자들이 스스로 운전면허를 반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75세 이상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인지기능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뉴질랜드는 80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를 자동으로 말소하고 2년마다 재시험을 치르도록 한다.

또 일본은 노인이 운전하지 않겠다며 면허를 반납하면 대중교통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를 도입해 매년 30만건 이상의 반납 실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국내 운전면허 자진 반납자는 여전히 낮은 실정.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8) 전국의 90대 이상 초고령 운전자 6807명 중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사람은 65명(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15~2017년까지 3년간 약 67만건의 교통사고를 분석한 ‘전국 시도별 교통사고 다발유형’을 발표했다. <사진제공=교통안전공단>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경기도’·고령운전자 사망은 ‘전남’ 최다

한편, 전국 교통사고 가운데 고속도로 사고는 경기도,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망은 전라남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5~2017년까지 약 67만건의 교통사고를 분석한 ‘전국 시도별 교통사고 다발유형’ 결과 ▲고속도로 사고는 경기도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망은 전남 ▲차로 위반사고는 광주 ▲불법유턴사고는 대구 등이 사고건수 또는 사망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의 경우 고속도로 사고는 전국평균에 비해 2.67배, 전남은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국평균에 비해 2.23배 높았다.

이 밖에 선정된 지역별 사고다발유형도 전국평균보다 최소 1.38배 이상 높아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공단은 교통안전 데이터를 분석해 교통사고의 원인파악 및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맞춤형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공단은 보행자 차도통행 중 교통사고가 많은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경찰청 등 12개 유관기관과 함께 도심 최고제한속도를 하향하는 ‘안전속도 5030’ 프로젝트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고속도로 사고가 많은 경기도 등에는 공단과 팅크웨어가 공동 개발한 ‘첨단단속장비’를 공단·한국도로공사·고속도로순찰대의 차량에 장착해 고속도로의 과속, 난폭운전 등의 단속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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