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정혜진 기자] 하림그룹 계열사 NS홈쇼핑의 성범죄 직원에 대한 ‘어이없는’ 무관용 원칙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회사의 한 부장이 회식자리에서 여러 직원을 성추행해 지난해 12월 징계를 받았지만, 고작 정직 2개월에 해당하는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기 때문.

더욱이 NS홈쇼핑은 논란이 된 부장을 위해 특정 부서를 신설하고 최근 복직시켰다. NS홈쇼핑 측은 <공공뉴스>에 “해당 부서는 임시 부서로 부장 외에 일하는 직원은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임직원 성비위 사건이 발생하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묻는 반면 그러나 이 같은 NS홈쇼핑 측 태도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특히 이미 NS홈쇼핑에서는 상무급 인사가 성희롱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회사를 떠난 적이 있었던 만큼 회사를 향한 비난 여론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

이와 관련, 다수 매체는 성희롱 물의를 빚은 해당 상무가 지난해 사측으로부터 면직 처분을 받고 퇴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회사 처분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비위직원 봐주기’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해당 상무는 성희롱 제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조사를 받던 중 사측의 징계가 이뤄지기 전 스스로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최장수 CEO인 도상철 NS홈쇼핑 총괄사장은 그간 직원간 소통과 신뢰가 중요하다고 내세웠을 뿐 아니라 올해 핵심 전략으로 구성원 준법과 윤리의식 바탕으로 내부역량 혁신을 강조하겠다고 밝힌 상황.

결국 반복되는 임직원의 사내 성추문 문제와 회사의 적절하지 못한 처분에 말로만 ‘윤리’와 ‘신뢰’를 강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도상철 NS홈쇼핑 총괄사장. <사진제공=NS홈쇼핑>

◆NS홈쇼핑, 성추행에도 ‘직원 봐주기’?..신설 부서에 성추행 직원 배치 왜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NS홈쇼핑은 지난해 11월 직원들과 가진 회식자리에서 여러 명의 여직원 신체를 만진 것으로 확인된 A부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

A부장의 성추행은 사내 익명제보시스템을 통해 접수됐으며 회사 측의 조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여러 명이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사측은 A부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후 A부장은 정직 처분이 종료돼 현재 복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A부장이 복직하자 ‘미래전략실’을 만들어 배치한 것. 퇴출이 아닌 별도의 부서를 만들어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NS홈쇼핑에서는 B상무가 성희롱 논란으로 면직 처분을 받고 퇴사한 바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A부장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NS홈쇼핑은 지난해 12월6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예방 등의 내용이 담긴 ‘2018년도 법정의무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일은 A부장이 정직 처분을 받은 날로,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 즉, 회사의 안일한 태도가 반복된 성폭력 사건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NS홈쇼핑 홈페이지 갈무리

◆성추행 논란에 실적 악화까지..“본립도생으로 2019 판매목표 달성” 무색

이처럼 NS홈쇼핑은 성추행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실적에서도 저조한 성적표를 이어가고 있다.

NS홈쇼핑에 따르면,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 4741억원, 영업이익 6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0.6%, 영업이익은 23.5%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334억원을 기록, 39.5% 줄었다.

별도기준으로는 매출 4684억원, 영업이익 790억원, 당기순이익 44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08%, 15.59%, 34.72% 감소했다.

이에 NS홈쇼핑은 지난달 3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남한산성에서 전 영업직군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판매목표달성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도 총괄사장을 비롯해 TV상품(MD), TV영상(PD, 쇼핑호스트), e사업(온라인몰), SB사업(카탈로그), TC사업(T-커머스) 등 전 영업직군 임직원 27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남한산성 둘레길 트레킹을 함께 하고 각 사업본부별로 준비한 목표달성 구호를 외치며 2019년의 성공을 기원했다.

특히 NS홈쇼핑은 올해 핵심전략으로 ▲상품 차별화와 판매채널 다각화 등 ‘체질 개선을 통한 생산성 혁신’ ▲신규 플랫폼과 전략적 사업 발굴로 ‘미래성장기반 구축’ ▲고객 중심의 UI/UX 개선, AI접목을 통한 ‘서비스 고도화’ ▲구성원의 준법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내부역량 혁신’ 등 네 가지를 제시, 임직원과 공유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을 다짐했다.

도 총괄사장은 ‘기본이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이 담긴 ‘본립도생’(本立道生)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제시하며 “임직원 모두가 신뢰를 바탕으로 수립된 전략을 실천한다면 반드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홈쇼핑업계 ‘최장수 CEO’ 도상철, 직원 소통·신뢰로 내부기강 확립하나

한편, NS홈쇼핑은 지난 2017년 11월10일 판교 사옥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같은 해 9월21일 이사회에서 의결된 도 총괄사장의 재선임을 최종 결정했다.

도 총괄사장의 임기는 2020년까지다. 도 총괄사장은 2007년 처음 NS홈쇼핑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유지해온 홈쇼핑업계 ‘최장수 CEO’ 타이틀을 갱신하게 됐다.

이로써 13년째 NS홈쇼핑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켜온 도 총괄사장은 꾸준히 직원들과 소통하며 신뢰를 쌓는 것을 경영 철학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NS홈쇼핑이 브랜드 기반을 다지는 상생전략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내부에서는 사내 성추행으로 징계 처리된 간부를 다시 특정부서를 만들어 배치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임직원에게는 “행복한 일터로 함께 만들자”라고 강조하고 있는 도 총괄사장이 사실상 내부기강 강화에 더 큰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

일각에서는 도 총괄사장이 대외적인 이미지 구축과 성과에 열을 올리기 보다는 임직원들의 성 문제 의식을 바로잡는 것이 NS홈쇼핑의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와 관련, NS홈쇼핑 관계자는 “논란이 된 부장은 복직했지만 정직 2개월간 월급이나 성과급 등은 받지 못한다”며 “향후 직책이나 승진에서 배제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여러 명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개별 면담 진행으로 (성추행) 행위가 확인된 것”이라며 “위반되지 않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회사 차원의 최고의 중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사후조치로 A부장은) 임시로 만들어진 부서로 이동됐다. 해당 부서는 부장 외에 일하는 직원이 없고, (A부장이 해당 부서에서) 맡은 역할과 하는 일에 대해서도 정확히 모른다”며 “가해자와 피해자간 영향을 받지 않도록 업무 공간을 분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범죄 물의를 일으킨 인물에 대한 부서 이동이 과연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부호가 달리는 실정.

아울러 이 관계자는 지난해 성희롱 논란으로 퇴사한 상무와 관련해서는 “(NS홈쇼핑에서) 해고 처분이 이뤄진 게 아니다”라면서 “(성희롱 관련) 제보 이후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나갔다. 징계를 받지 않고 자진 퇴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NS홈쇼핑)는 (재발방지를 위해) 성희롱 예방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사내 익명 제보 시스템을 통해 피해자가 자유롭게 제보할 수 있다”며 “발 빠른 대처와 사후조치로 임직원간 신뢰를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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