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호기심이 부른 파멸의 지름길→올바른 가치관 확립 및 치료 의지 중요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재미로 시작했다가 자꾸만 빠지게 되고, 다시 딸 수 있다는 집착적 믿음이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는 도박 중독. 이는 현재 A씨의 남편 B씨의 상태다. 지난해부터 급격히 늦은 밤과 새벽에 들어오는 B씨를 본 A씨는 처음에 외도를 의심했다. 그러던 중 최근 자녀의 생일을 맞아 외식을 갔다가 B씨가 월급을 탕진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알고 보니 얼마 전부터 도박을 시작했던 것. 이후 B씨는 점점 가정에 무신경해졌다. 외박이 잦아졌을 뿐만 아니라 가끔 집에 있는 날마저 하루종일 인터넷 도박만 할 뿐이었다. 특히 자녀가 고열에 시달려 급히 응급실에 가야 하는 순간에도 연락이 되지 않는 B씨의 모습을 보면서 A씨는 결국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 그간 어린 자녀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했지만, 안정적인 직장에 다녀도 월급 전액을 도박에 탕진하고 빚만 남겨진 막막한 상황에 A씨는 자녀를 위해서라도 마음을 굳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SES 출신 방송인 슈(본명 유수영)가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박으로 인해 본인, 가족 및 대인관계의 갈등과 재정적·사회적 법적 문제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도박행위를 조절하지 못하고 시간과 돈의 한계를 넘어 반복적인 도박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매년 수백명이 불법 도박을 벌이다 경찰에 적발되면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지만 불법 도박 형태는 더욱 전문화되고 있는 실정.

특히 도박의 위험에 노출되는 나이대가 점차 낮아지는 가운데 조기 치료와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7억대 상습도박’ 슈,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

상습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룹 SES 출신 연예인 슈(37·본명 유수영)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양철한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슈의 상습도박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양 판사는 “피고인은 청소년을 비롯한 일반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연예인으로서 상습도박과 거액의 불법자금을 빌린 혐의로 기소돼 청소년 등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쳐 죄가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양 판사는 “피고인이 이전 도박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슈는 이날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나 “호기심에 도박을 시작했다가 점점 변해가는 제 모습이 너무 끔찍하고 화가 나고 창피했다”며 “스스로 빠져나갈 수 없었는데 재판장이 내려주신 벌과 사회적 질타를 통해 이 늪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잊지 않고 잘 살겠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한번 실수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 반성한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면서 “주신 벌이 마땅한 것 같다. (항소없이)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슈는 2016년 8월에서 지난해 5월까지 마카오 등 해외에서 26차례에 걸쳐 총 7억9000만원 상당의 상습도박을 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슈는 지난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반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슈의 도박 사건은 지인인 박모씨와 윤모씨가 “도박 명목으로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며 슈를 상대로 고소장을 내면서 불거졌다.

고소장에는 2018년 6월초 서울 광진구 광장동 한 호텔 카지노에서 슈가 이들로부터 3억5000만원, 2억5000만원 등 총 6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카지노는 외국인 전용이지만 슈는 한국 국적이면서 일본 영주권을 소유하고 있어 출입이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고소인 중 윤씨에 대해서는 도박 방조죄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 밖에 돈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불법 환전을 해준 업자 이모씨 등 2명에 대해서도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양 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윤씨에게 벌금 500만원, 불법 환전을 해준 이씨 등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0월10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 열린 ‘2018 대구 정신건강 축제’에서 시민들이 도박에 대한 오해와 진실 O·X 퀴즈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청소년, SNS 등 광고·홍보 통해 불법도박에 무방비 노출

최근 SNS, 유튜브, 인터넷 개인방송 등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매체에 불법 도박사이트의 광고와 홍보가 범람하며 청소년들도 불법 도박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청소년 도박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섰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지난달 10일 전국 시·도 의회 및 교육청에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교육 실시에 대한 조례’ 제정을 요청했다.

사감위는 청소년 보호 및 도박 문제 확산 방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도 제도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까지 5개 시도(서울·대구·대전·전북·경남)가 조례를 제정했고 3개 시도(부산·인천·경기)는 조례 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8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3개월 기준 한 청소년의 도박 문제 위험집단 비율은 2015년 5.1%보다 1.3%포인트 증가한 6.3%로 조사됐다.

한 번이라도 돈내기 게임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47.8%로 나타나 2015년 대비 5.7%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지난 3개월 돈내기 게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온라인 내기 게임은 95.5분, 불법 인터넷 도박은 87.4분으로 돈내기 게임 평균 소요 시간 39.3분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온라인 돈내기 게임 경험자의 74.2%는 스마트폰을 통해 접속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은 쉽게 돈내기 게임, 도박 등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으나 청소년 도박 중독 예방 교육을 받아 본 청소년은 30.1%에 그쳐 청소년의 도박 중독 예방과 대응은 매우 미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감위는 “청소년 도박 문제 예방 교육이 안정적으로 일선 학교에서 확대돼 시행되기 위해서는 조례 제정 등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며 “전국 시·도의회 및 교육청과 함께 청소년 도박 문제의 예방과 대처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NI 차단방식 흐름도. <사진=방송통신위원회>

# 음란물·도박 등 유해사이트 차단 강화 나선다

한편, 정부는 음란물·도박 등 유해 사이트에 대한 규제 강화를 위해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웹사이트 차단 기술을 적용하고 나섰다.

이 같은 정부 움직임은 해외 유해 정보 차단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 위축이나 감청·검열 논란 등을 제기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따르면, 불법정보를 보안접속(https) 및 우회접속 방식으로 유통하는 해외 인터넷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 기능을 고도화하고 1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 결과 차단이 결정된 895건에부터 이를 적용했다.

기존에 정부 당국은 유아르엘(URL) 차단 기술을 써왔다. 그러나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http’ 대신 보안접속에 해당하는 ‘https’를 입력하면 차단된 유아르엘이라도 손쉽게 접속이 가능했다.

또 지난해 10월 도입된 ‘DNS(도메인네임서버) 차단’ 방식도 DNS 주소 변경 등으로 우회가 가능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가 도입한 차단기술은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차단’이다. 접속 과정에서 주고받는 서버 이름(웹사이트 주소)이 암호화가 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을 노려 차단 기술을 만든 것이다.

SNI 필드 차단이 적용된 웹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하면 이전처럼 불법·유해정보 차단안내 홈페이지로 재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검정색 화면으로 표시된다. 방통위와 방심위 등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2018년 6월부터 이 차단 방식 적용을 위해 협의해왔다.

그간 법 집행 사각지대였던 해외 불법사이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라는 국회·언론의 지적이 이어졌으나 이같은 조치로 해외 불법사이트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디지털성범죄 영상물로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의 인권과 웹툰 등 창작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고 건전한 인터넷환경 조성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도박에 빠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로, 특정 사람만이 도박에 중독이 되는 것은 아니며 누구나 도박 중독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도박의 유해성에 관련해 교육을 받지 못한 청소년들이 온라인 도박에 빠지게 되면 일확천금, 도덕성 결여 등 올바른 가치관 확립이 저해될 우려가 크다.

도박 중독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청소년기의 예방 교육과 치유 재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박으로 인한 2차 피해가 급증하면서 효과적인 예방 대책을 적극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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