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 등 개선돼야”

지난해 5월17일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6번출구 앞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2주기 추모집회에서 참가자가 미투, 위드유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국민 10명 중 7명은 미투운동을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미투운동을 지속하기 위해선 ‘남녀 간 갈등’ 프레임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미투운동 이후 사회변화에 대한 의견 조사’(신뢰수준 95%±2.18%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 70.5%(여성 80.7%, 남성 60.7%)가 미투운동을 지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남성 1030명, 여성 982명 등 전국 성인남녀 2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미투운동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국민 인식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향후 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실시됐다.

조사결과 응답자 76.7%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85.9%는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성인지 감수성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내는 민감성을 뜻한다.

앞서 지난해 4월 대법원은 학생을 성희롱한 대학교수에게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지난달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받은 1심을 뒤집고 성인지 감수성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미투운동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반면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신고해도 사건이 합리적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답한 응답률은 35.6%에 그쳤다.

전체적으로는 미투운동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분석되지만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지지 비율에 차이가 드러났다.

여성은 연령대별로 큰 차이 없이 지지도가 80% 내외로 높았다. 남성은 40대·50대가 70% 내외로 높고 20대와 30대는 50% 내외로 낮은 특성을 보였다. 20대 남성의 지지 비율은 47.2%로, 미투운동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절반에 못 미쳤다.

아울러 앞으로 미투운동을 지속하는 데 극복해야 할 문제로 남녀갈등 프레임(34.9%)을 꼽았다. 여성은 32.2%, 남성은 37.4%가 ‘권력을 악용한 성폭력을 남녀 갈등 문제로 몰아가는 태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27.6%로 많은 응답을 받았다. 이어 21.0%는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 7.8%는 학교와 직장 내 성차별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 62.0%는 과거 자신의 말과 행동이 성희롱·성폭력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이같이 답한 남성은 58.3%였다.

여성 74.5%, 남성 49.7%는 과거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경험한 일들이 성희롱·성폭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성희롱·성폭력이 권력에 기반한 사회구조적 문제인 점을 환기시켰고 우리 국민의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우리가 성희롱·성폭력에 대해 개별 조직과 사회가 민감하게 대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사와 사법체계도 국민 의식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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