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관련 故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혐의..“왜 이래” 신경질 첫 마디
여야 4당 “법과 원칙에 따라 단죄 필요” vs 한국당 “재판 결과 차분히 지켜볼 것”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전 전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 자신의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를 명예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그동안 알츠하이머 등 건강상의 문제로 불참하는 등 재판을 지연시켜 오다 11일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故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재판이 11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전 전 대통령은 취재진들의 질문에 “왜 이래”라며 화를 낸 뒤 법정으로 들어갔다.<사진=뉴시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30분께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공판 두 시간 전 도착한 그는 포토라인을 그대로 지나쳤다.

특히 전 전 대통령은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며 빠르게 법정에 들어갔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 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출발했다. 그의 광주행에는 서대문경찰서 소속 형사 10명 가량과 경찰 경비대가 동행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을 언급하며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조 신부의 증언에 대해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5월 불구속기소됐다.

재판에 넘겨진 전 전 대통령은 그간 알츠하이머와 독감 증세 등을 이유로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열린 재판에 불출석했다.

전 전 대통령이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재판이 연기되자 광주지법은 그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했다.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 출석해야 공판을 열 수 있다. 특별한 사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재판부는 구인영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 있다.

이에 전 전 대통령 측은 자진출석 의사를 전하면서 기소 10개월 만에 법정에 서게 됐다.

전 전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한 것은 23년 만이다.

앞서 12·12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뇌물 등 혐의로 등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11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앞에서 시민단체 등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과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출석한 이날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단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전두환씨는 1980년 5월의 반인권적 범죄 행위에 대해 이제라도 참회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며 “법원은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홍 수석대변인은 “두 차례 재판 연기 신청에 관할지 이전 신청도 모자라 ‘광주에서는 공평한 재판이 이뤄질 수 없다’ 등 얼토당토 않는 핑계를 대며 10개월 가까이 재판을 거부해오다 법원 구인장에 마지못해 출석했다”면서 “어떤 진정성도 찾을 수 없는 전씨이기에 더욱 추상 같은 단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전두환씨가 광주의 수많은 시민을 무참히 학살했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사실”이라며 “그동안 농락에 가까운 진실왜곡과 궤변으로 광주시민과 민주주의를 능멸했다. 할 수 있는 것은 광주 영령과 국민 앞에서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더럽히고도 털끝만큼의 반성도 하지 않는 전두환의 반인륜 범죄에 대해 낱낱이 진상을 밝히고 철저히 죄를 물어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한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전두환씨는 권력을 찬탈하고 군인들을 앞세워 자신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학살한 반란수괴”라면서 “그럼에도 단 한 번도 반성하거나 사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만 민경욱 한국당은 대변인은 “한국당은 이번 재판이 가진 국민적 관심과 역사적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며 지난 역사 앞에 겸손한 당, 후대에 당당한 당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이에 정 대변인은 “당장 5·18 망언 3인방에 대한 징계부터 처리해야 상식”이라며 “한 달이 넘도록 징계를 뭉개며 어물쩍 넘어가며 난데없이 전두환씨 재판에 역사 앞에 겸손한 당, 후대에 당당한 당이 되겠다는 것은 국민 기만이자 우롱”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