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유채리 기자] 대한민국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비하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정국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역대 최악의 교섭단체 연설’이라고 규탄하며 나 원내대표에 대한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것을 예고했다. 반면 한국당은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고함으로 막았다’며 민주당에 되레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정부여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나 원내대표를 향해 거센 질타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된 3월 임시국회가 파행 기로에 놓이게 됐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3일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관련 “정권을 놓친 뒤 거의 자포자기 하는 발언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좀 측은해 보이기도 했다”고 비꼬았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나 원내대표의 발언 내용을 보면 좌파란 표현을 10번 이상 사용하고 종북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대통령과 국민을 모독하는 발언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당할 때의 모습과 전혀 다른, 악쓰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참담한 생각이 들었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중심을 잡고 잘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발언 기조를 보면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며 “전당대회에서 하는 모습을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앞길이 없는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전반적으로 내용에 있어 거의 정부와 여당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표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주 안타깝기 그지없었다”며 “우리 당과 정부는 그런 것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는 중심을 잡고 굳건하게, 의연하게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보면서 우리는 한국당이 하고자 하는 정치를 분명히 알게 됐다. 그건 극우와 혐오의 정치”라며 “나 원내대표는 어제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그렇지 않으면 우리 당은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며 “5·18 망언 3인방도 당장 제명하고 국회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면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발언해 민주당의 강한 반발을 샀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역대 최악의 교섭단체 연설이었다”며 “우리 사회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책 대안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온통 가짜뉴스와 색깔론, 정부여당에 대한 저주만 가득 차 있었다”고 일갈했다.

이어 “이러한 최악의 연설은 과거에도 찾아볼 수 없고 앞으로도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윤리위 제소를 포함한 모든 강력한 대응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태극기 부대에 바치는 헌정 연설”이라고 규정한 뒤 “국회를 극우세력 놀이터로 전락시키고 정치를 후퇴시킨 헌정사의 오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의 극우 발언과 대통령 모욕 망언에 대해 강력한 대응과 윤리위 제소를 추진할 것”이라며 “나 원내대표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오염시킨 부끄러운 연설을 스스로 취소하고 국민 앞에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도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렇게 볼썽사나운 모습들을 국민들께 보여준 점에 대해서 얼굴을 들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은 “일부러 싸움을 일으키는 구태 중의 구태 정치행태였다”라고 했고 정의당은 “과격하고 극렬한 언사로 친박 태극기 부대의 아이돌로 낙점되겠다는 의도가 너무나 뻔히 보였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청와대는 나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사과를 촉구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내고 “대통령에 대한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 부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냉전의 그늘을 생존의 근거로 삼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이 아니길 더더욱 바란다”며 “나라를 위해 써야 할 에너지를 국민과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낭비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국당은 오히려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반대편의 얘기를 안 듣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며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왜곡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나 원내대표는 현 정권의 실정이 가져온 국민적 우려를 전달하고 국가적 위기를 수습할 방안을 제안했다”며 “그러나 청와대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민주당은 야당 원내대표 연설을 고함과 퇴장으로 막는 몰상식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오늘 여당의 행태는 이 정권과 민주당의 수준 낮은 민주주의 인식과 뿌리 깊은 운동권 행태를 국민 앞에 드러냈을 뿐”이라며 “국민에 대한 사과는 실정을 지적하고 국민적 걱정을 전달한 야당 대표가 아니라 이러한 현실을 초래한 청와대와 민주당이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나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민주당을 중심으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에 공조한 여야 4당과 한국당의 대립이 심해지는 가운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둘러싼 강대강 대치까지 더해져 어렵사리 문 연 3월 임시국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여야 4당, 청와대가 일제히 비판에 나서면서 한국당이 정치권에서 고립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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