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취업 스트레스·노년층 신체적 질병 등으로 환자 증가세..연평균 4.9% ↑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최근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 환자가 20대 청년층과 70대 이상 노년층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경우 취업난 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노년기에는 주변인의 사망, 신체적 질병 등 정신질환이 깊어진 탓이다.

특히 조울증은 우울증에 비해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며 사회적 편견으로 진료를 기피할 경우 더 심각한 상태로 악화될 수 있는 상황. 전문가들은 재발의 위험성이 높아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가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연도별 건강보험 ‘조울증’ 진료실인원 현황.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2017년 환자 8만6706명..진료비 1000억원 ‘훌쩍’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조울증으로 요양기관을 방문한 환자를 분석한 결과 2013년 7만1687명에서 2017년 8만6706명으로 21.0%(연평균 4.9%) 증가했다고 14일 밝혔다.

조울증은 들뜬 상태인 조증과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는 우울증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정신장애로, 기분·생각·행동 등에 극단적인 변화가 일어나며 약물이나 상담 등 꾸준한 치료를 필요로 한다.

조울증은 70대 이상 노령층과 20대 청년층에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연령대별 연평균 증가율은 70대 이상이 12.2%로 전체 연령대 연평균 증가율 4.9%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연평균 증가율이 8.3%로 그 뒤를 이었고 60대도 7.2%로 집계됐다.

2017년 10만명당 진료인원은 70대 이상이 305명으로 전체 평균 170명보다 1.8배 많았고 20대 209명, 30대 195명 순이었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70대 이상과 20대 환자 증가세와 관련해 “노년기에는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거나 신체적 질병에 시달리는 등 스트레스 요인이 많아 양극성 장애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의학기술 발전으로 과거보다 양극성 장애 환자들의 수명이 늘면서 젊은 시기에 진단을 받고 노년기에 접어드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원인”이라며 “20대의 경우 무한경쟁으로 인한 학업, 취업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면서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성별에 따른 진료인원은 5년간 여성이 남성보다 1.4배 많았다. 남성은 2013년 2만9576명에서 2017년 3만5908명으로 연평균 5%(6332명) 증가했고 여성은 2013년 4만2111명에서 2017년 5만798명으로 연평균 4.8%(8687명) 늘었다.

이 교수는 “최근 조울증 연구들에서도 여성이 더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결과가 많다”며 “임신과 출산, 그로 인한 심리·사회적 스트레스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의 연령대별 연평균 증가율도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최근 5년간 남성은 20대 환자가 8.5%(여성 20대, 6.5%)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반면 여성은 70대 이상이 9.2%(남성 70대 이상, 5.2%)로 가장 높았다.

이처럼 20대에서 남자 환자의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남성들이 정신질환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더 취약하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일반적으로 조울증뿐 아니라 조현병 등 다른 정신질환에서도 남자가 더 어린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70대 이상에서 여성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어 남편 사별 등 많은 상실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진료비 역시 최근 5년간 많이 증가했다. 2017년 전체 진료비는 1042억원으로, 2013년 872억보다 19.5% 증가했다.

진료 형태별로 보면 입원 1인당 진료비는 연평균 4.6% 증가했고 약국 1인당 진료비는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은 “조울증 증상의 빠른 안정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하고 증상이 심해지면 꼭 입원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며 “조울증이 의심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면담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뉴시스>

◆자살 원인 1위는 ‘정신질환’..대책마련 시급

한편, 최근 5년간 정신적·정신과적 원인으로 2만729명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한민국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2~2016년) 자살사유별 자살통계’에 따르면, 정신적·정신과적 원인으로 자살한 인원이 2만729명(30.3%)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경제·생활문제 1만4544명(21.3%), 육체적 질병 1만4004명(20.6%), 가정문제 6055명(8.9%), 직장 또는 업무상 2763명(4.0%), 남녀문제 2289명(3.4%) 순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5대 정신질환(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공황장애, 불안장애) 환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매년 증가, 5년간 749만명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우울증 2013년 59만1148명→2017년 68만0169명으로 15.1% 증가 ▲조울증 2013년 7만1627명→2017년 8만6362명으로 20.6% 증가 ▲조현병 2013년 11만3280명→2017년 12만70명으로 6.0% 증가 ▲공황장애 2013년 9만3098명→2017년 14만4943명 55.7% 증가 ▲불안장애 2013년 52만5516명→2017년 63만3862명으로 2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이전까지 자살원인 중 가장 높은 이유에 대해 흔히 경제·생활 문제라고 여겨왔지만 경찰청과 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신적 문제가 1위로 드러났다”며 “자살의 원인 중 1위가 정신적 문제로 밝혀진 만큼 정신질환 대책에 대한 보건당국의 대책을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