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강제징용 판결 갈등에 국장급 협의..양국 상황 악화 막자는데 공감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지난 14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로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위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한일 양국이 국장급 협의를 열고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논의하고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조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지난 14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비롯한 양국간 현안에 대해 협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측은 이 사안(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며 “일본이 이 문제를 양국관계 전반과 연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 문제가 양국관계 전반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중히 대응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일본 측은 청구권협정 3조 1항의 양자 협의에 응할 것을 요청했고 우리는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1월 한국 법원이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를 결정하자 외교적 협의를 제안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자국 기업이 재산 압류·매각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경우 관세 인상, 비자발급 정지 등 보복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아소 다로(麻生太郎)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런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언급하면서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됐다.

이 당국자는 “아소 부총리의 발언을 포함해서 대응조치 부분에 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특히 언론에 그런 문제들이 부각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일본 측도 그런 갈등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일본 측이 보복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는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며 “적어도 한일 외교당국 간에는 그런 일(경제 보복)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일본 측도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 저희도 나름대로 필요한 검토를 하고 있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국장급 협의에서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 관련 외교적 협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 문제를 중재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으로 알려졌으나 이 당국자는 “오늘 중재위 얘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강제징용 판결 문제와 더불어 일본 측은 부산 일본총영사관 근처의 노동자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우려를 전달했고 한국 측은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이 당국자는 “양측이 과거사 문제로 인한 제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한 노력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이를 위해 외교당국 간에 대화와 소통을 정기적으로 지속적으로 해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실질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자는 데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 국장급협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12월 가나스기 국장이 방한해 첫 협의를 했을 당시 국장급 소통을 정례화하기로 했고 지난 2월에는 일본에서 협의가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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