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직원노조 및 시민사회단체, 조 회장 부자 ‘강요죄’ 檢 고발
전직임원회 “외부세력이 회사 근간 흔들어..국가항공산업 저해 요소될 것”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 노조 등이 19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을 강요죄와 자본시장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참여연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 노조 등이 19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을 강요죄와 자본시장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참여연대>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한진그룹의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장외 공방전이 치열하다.

대한항공은 오는 27일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 등을 상정해 표 대결을 앞두고 있고, 29일 주총을 여는 한진칼도 한진칼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놓고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과 직원연대지부, 참여연대 등 노조와 시민단체는 대한항공 직원들에 대한 사측의 의결권 위임 요청은 사실상 강요행위라며 19일 조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을 강요죄와 자본시장법 등의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반면, 대한항공 전직임원회는 외부세력이 대한항공을 부정적으로 몰아가 회사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항공 노조 등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회장 부자를 강요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20여년 간 대한항공 이사를 연임해 온 조 회장은 사내이사로서 선관주의의무, 충실의무 등의 책임을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270여억 원 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등 회사를 사유화해 대한항공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기업가치를 크게 추락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이번 주총에서 또다시 사내이사 재연임에 나섰다”며 “사내이사 연임 안건의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해지자 조 회장 등이 이를 통과시킬 목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직원인 주주들로부터 찬성 위임장 작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권유행위 가능시기 이전부터 위임장을 징구했다”면서 “이는 강요죄에 해당하며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다”라고 말했다.

노조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의결권 있는 주식은 9484만4634주로, 그 중 우리사주조합 보유 지분은 2.14%에 달한다. 이에 따라 회사가 조직적으로 주주인 직원들을 상대로 조 회장의 연임 찬성을 위한 위임장을 작성할 것을 강요했다는 것.

이들은 한 대한항공 국제승원팀장이 최근 일반 승무원들에게 “주총에서 의결권 방어를 위해 직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위임장을 써달라는 취지의 협조 이메일을 발송한 것과 대한항공 일부 부서에서 담당 임원이 직접 직원들의 의결권 위임장을 받고 있다는 제보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이들은 회사 측이 우리사주가 아닌 대한항공 직원 가족 명의의 주식까지 위임장을 받아 달라고 권유하는 등 사측이 무단으로 직원의 개인금융정보까지 활용한 것으로 의심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아울러 자본시장법 제153조(위임장 용지 및 참고서류의 비치 및 열람)에서는 의결권 권유자는 위임장 용지 및 참고서류를 의결권피권유자에게 제공하는 날 2일 전까지 금융위원회 등에 제출해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의결권 권유행위를 이달 11일 신고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14일부터 의결권 권유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측은 8일부터 직원들에 메일을 보내 위임장 작성을 요구해 합법적인 기간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직원을 관리·평가하는 위치에 있는 회사 간부가 조 회장의 연임에 유리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협조를 바란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거나 발언을 하는 행위 등은 주주인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시를 사실상 막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직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볼 때 간부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의결권 위임 요청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 회장 부자 등 관련 임원들의 강요죄 등 혐의에 대해 엄중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항공 전직임원회은 이날 성명을 내고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개입이 회사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직임원회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및 스튜어드십코드와 같은 금융 자본 논리가 항공산업에 개입할 경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이는 국가항공산업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회사 문제는 내부 규정에 의거한 합법적 대화 창구를 통해 임직원간 충분한 소통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직임원회는 “대한항공은 50년의 세월 동안 전현직 임직원의 피와 땀, 눈물로 일군 회사”라며 “회사 전체를 비상식, 비윤리적인 기업으로 여론을 몰아가 회사를 위기에 빠뜨리려 하는 외부 단체는 당장 그 행위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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