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개입, 경음기·응원용 나팔로 청력마비 시켜 장애인 등록 후 면제

병무청은 브로커를 끼고 고의로 청력을 마비시켜 병역법을 위반한 8명과 이들의 병역 면제를 도운 3명 등 11명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병역기피자들이 일시적인 청각 마비에 사용한 도구. <사진제공=병무청>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브로커와 결탁해 고의로 청력을 마비시키는 수법으로 병역을 회피한 전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 등 11명이 덜미를 잡혔다.

병무청은 브로커를 끼고 고의로 청력을 마비시키는 수법으로 병역법을 위반한 8명과 공범 3명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병무청에 따르면, 이들은 병원주차장 승용차 안에서 자전거 경음기 또는 응원용 에어혼(나팔)을 귀에 대고 장시간 노출해 일시적으로 청각을 마비시킨 뒤 장애 진단을 받는 수법으로 병역을 회피했다.

특히 브로커는 인터넷 동호회 회원과 동생 친구 및 지인들에게 접근해 병역면제 수법을 알려준다는 명목으로 1인당 1000만~50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병역면탈을 시도한 이들 중에는 브로커에게 1500만원을 준 전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와 5000만원을 준 인터넷 TV 게임방송 BJ도 있었다.

이들은 선수생활을 계속하거나 방송으로 돈을 벌기 위해 거액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병무청은 이번 사건이 지난 2012년 특사경제도 도입 이후 브로커가 개입한 최초의 병역면탈 사례로 보고 있다. 2017년에 도입된 병무청 자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활용해 브로커와 피의자들 간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병역면탈 범죄를 대거 적발했다고 판단했다.

병무청은 이 같은 수법으로 병역 면탈을 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공소시효가 도래하지 않은 최근 7년 동안 청력 장애로 병역을 면제 받은 1500명의 과거 진료 이력 등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또 이번 수사를 계기로 의무기록지 등 과거력 유무를 확인하고 중앙신체검사소 정밀 검사를 강화하는 한편 일시적 청력마비 여부를 확인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병역판정검사 시 청력검사시스템을 개선할 방침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한 사람들은 병역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형사처벌과 함께 다시 병역판정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과학적 수사 기법을 활용한 철저한 수사로 병역면탈 범죄자가 우리 주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병역면탈자를 끝까지 추적해 병역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역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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