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tory] 나의 인생 2막을 위하여
[공공story] 나의 인생 2막을 위하여
#황혼이혼:성격차이·경제문제 등 갈등 고조→‘합의된’ 새로운 출발로 행복찾기
  • 김소영 기자
  • 승인 2019.03.22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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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결혼생활이란 누구 한 명이 잘 한다고 유지되는 게 아니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두 남녀가 함께 노력하며 맞춰나가야 하지만, 이는 결코 쉽지 않다. 20여년간 성격 차이로 갈등을 겪어온 A씨는 결국 지난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A씨는 결혼 후 육아와 가정생활에 찌들었고 평생 내편일 것 같았던 남편은 융통성이 없어졌으며 고집도 세졌다. ‘나’라는 주체보다 가족을 더 생각해야 하는 ‘엄마’, ‘아내’로 20여년을 살아 온 A씨는 언젠가부터 앞길이 꽉 막혀있는 느낌을 받았고, 우울증까지 앓게 된 상황. 하지만 아이에게 미안하고 주위 시선에 신경이 쓰여 이혼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러나 결국 이혼을 택한 A씨는 왜 좀 더 일찍 용기를 못 냈을까 싶기도 하다. 더이상 주위 시선에 발목 잡혀 사는 게 아닌 자신을 위해서 살고 있는 A씨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할 뿐이다.

지난해 11월22일 경남 함안군 함안면 입곡군립공원에서 노부부가 낙엽이 떨어진 산책로를 손을 맞잡고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22일 경남 함안군 함안면 입곡군립공원에서 노부부가 낙엽이 떨어진 산책로를 손을 맞잡고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가 급격한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가운데 황혼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 자녀들이 성장 자립하는 시점에서 오랜 세월 쌓인 불만이 폭발해 이혼 카드를 내미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배우자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황혼 이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 황혼 이혼 급증..이혼 3쌍 중 1쌍 ‘20년 이상 부부’

지난해 황혼 이혼이 급증하면서 이혼 건수가 4년 만에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 부부 절반 이상은 동거기간 20년 이상 부부나 4년 이하 신혼부부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혼인·이혼 통계’ 결과 지난해 이혼은 10만8700건으로 전년보다 2.5%(2700건) 증가했다. 이혼은 2015∼2017년 3년 연속 감소했다가 2018년 반등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결혼 자체가 줄면서 이혼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지난해 동거 기간 20년 이상 이혼이 9.7%, 특히 30년 이상은 17.3% 증가하는 등 황혼 이혼이 크게 늘면서 이혼 건수를 끌어 올렸다”고 설명했다.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뜻하는 조이혼율은 2.1건으로 1997년(2.0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꾸준히 증가하던 조이혼율은 2003년 3.4건을 정점으로 감소로 전환, 2015년부터 2.1건을 유지하고 있다.

유배우(결혼한 사람)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뜻하는 유배우 이혼율은 4.5건으로 전년보다 0.1건 늘었다.

이혼한 부부의 평균 혼인 지속기간은 15.6년으로 전년보다 0.6년, 2008년보다는2.8년 늘었다. 혼인 지속기간이 길어진 이유는 역시 황혼 이혼이 많기 때문.

지난해 혼인 지속기간 20년 이상 이혼은 전체 이혼 중 33.4%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혼인 지속기간 30년 이상 이혼도 전체 이혼의 12.5%를 차지했다.

또한 ‘신혼 이혼’이라 할 수 있는 4년 이하 이혼도 21.4%를 기록했다. 20년 이상과 4년 이하 이혼이 전체 이혼의 54.8%를 차지한 셈이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이혼 부부 비중은 45.4%로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이는 황혼 이혼 증가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지난해 평균 이혼연령은 남성 48.3세, 여성 44.8세로 각각 전년보다 0.7세씩 올랐다.

연령별 남성 이혼 구성비는 45∼49세(18.1%), 50∼54세(15.2%), 40∼44세(14.8%) 순이었다. 여성 이혼은 45∼49세(17.6%), 40∼44세·35∼39세(15.8%) 등에서 많았다.

아울러 지난해 협의 이혼은 전체 이혼의 78.8%로 전년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나머지는 재판 이혼이었다. 전체 이혼 중 외국인과의 이혼 구성비는 6.6%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줄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아내가 외국인인 경우 국적은 중국(44.0%), 베트남(30.3%), 필리핀(5.0%) 순이었다. 남편이 외국인인 이혼 때 국적은 중국(41.5%), 일본(24.9%), 미국(11.6%) 순으로 확인됐다.

조이혼율은 인천·제주(2.4건)가 높았고 세종(1.6건), 대구·서울(1.8건)이 낮았다.

이처럼 황혼 이혼이 급증하면서 황혼 이혼 상담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실제 60대 이상 남녀 이혼상담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상담 내용 건 4653건 중 여성 상담자는 3288명(70.7%), 남성은 1365명(29.3%)이었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은 여성 774명(23.5%), 남성 495명(36.3%)으로 집계돼 10년 전보다 여성은 4.1배, 남성은 2.9배로 증가했다. 1995년 60대 이상 이혼상담은 여성 1.2%, 남성 2.8%에 불과했다.

황혼 이혼 사유는 성별에 따라 상이했다. 여성은 남편의 가정폭력과 외도를 이혼을 원하는 이유로 꼽았고 남성의 경우 경제력이 없어지자 아내와 자녀들이 무시하고 냉대한다고 호소했다.

상담소를 찾아온 남녀의 이혼 사유로는 ‘장기별거, 성격 차이, 경제갈등, 배우자의 이혼 강요’ 등이 가장 많았다. 여성의 경우 2위는 ‘남편의 폭력’, 3위는 ‘남편의 외도’였고 남성의 경우 2위는 ‘아내의 가출’, 3위는 ‘아내의 폭력’이었다.

나이 차이로는 남편이 3~4년 연상인 부부, 혼인 기간은 1~11년, 여성 직업은 전업주부, 남성 직업은 무직, 남녀 모두 초혼, 남녀 모두 고졸의 이혼상담이 가장 많았다.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정문 앞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정문 앞 모습. <사진=뉴시스>

# ‘1년만 살면’ 이혼배우자 국민연금 나눠갖는다

황혼 이혼의 증가로 분할연금 수급자도 황혼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

2010년 4632명에 불과했던 분할연금 수급자는 ▲2011년 6106명 ▲2012년 8280명 ▲2013년 9835명 ▲2014년 1만1900명 ▲2015년 1만4829명 ▲2016년 1만9830명 ▲2017년 2만5572명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보통 가정주부인 경우 이혼을 앞두고 경제적인 부분을 가장 걱정하기 마련인데, 부부가 헤어지면 전(前) 배우자의 노령연금액 중 일부를 청구해서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의 분할연금 장치가 마련돼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분할연금은 애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느라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배우자가 혼인 기간 경제적, 정신적으로 이바지한 점을 인정해 노후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려는 취지로 1999년 도입됐다.

그러나 분할연금을 받으려면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우선 혼인 유지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혼인기간이 5년 미만이면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 없다. 이혼한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을 탈 수 있는 수급권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약 전 배우자가 최소가입기간(10년)을 채우지 못하고 반환일시금을 받거나 장애를 입은 경우나 수급연령(60∼65세)에 도달하기 전에 숨지는 경우 분할 청구할 수 없다.

또한 분할연금을 받고자 하는 배우자 역시 국민연금을 탈 수 있는 연령에 도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혼하는 시점과 분할연금 수급시점 간 차이가 날 경우 분할연금 청구를 두고 다툼이 많았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17일 ‘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내놓으면서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고자 이혼한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이혼 즉시’ 나눠 갖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즉 기존의 ‘이혼한 배우자의 노령연금 수급권 발생 시 분할방식’에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혼 즉시 소득이력 분할방식’을 도입해 혼인기간 중의 보험료 납부기간 전체를 배우자 2명에게 적용하고 납부소득을 나눌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가령 월 소득 200만원으로 20년간 가입했을 경우 이혼 때 각각 월 소득 100만원으로 20년간 가입한 것으로 분할한다.

이와 함께 최저 혼인기간의 요건을 ‘5년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혼과 재혼의 증가로 혼인 기간이 5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진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나 혼자 산다”..이혼을 꿈꾸는 사람들

한편, 통계청은 황혼 이혼 증가에 대해 인구 구조가 고령화됐고 기대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유교주의적 사고에 따라 자녀를 독립시킨 후로 이혼을 미루는 영향도 있다고 봤다.

이런 가운데 황혼 이혼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이다. 아내들이 더 이상 예전처럼 가부장적 관습 아래 살기를 원치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에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분할연금 수급으로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됐고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배우자에게서 벗어나 남은 생은 독립된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자식들이 떠나면 부부 둘이서만 살아야 하지만, 기존과 다른 빈 둥지에서 배우자와의 생활에 대한 부담감과 불행을 느끼면서 이혼이라는 자유를 선택하는 측면도 전에 보다 많아졌다.

다만 행복한 여생을 위해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이혼에 대한 대처도 요구되고 있다. 가정폭력, 외도 등 이혼 귀책 사유가 배우자에게 있을 경우 이혼 소송 시 위자료청구를 고려해야 한다.

위자료는 상대방으로 인해 받은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금전으로 손해배상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혼 위자료는 배우자는 물론 배우자의 직계존속, 상간남, 상간녀 등 제 3자에게도 청구 가능하다.

특히 상대방의 귀책과 혼인관계 파탄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하는 만큼 사진, 영상 등 객관적인 가정폭력 및 외도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유리하다.

미혼과 비혼, 황혼 이혼이 늘어나고 혼인을 유지하면서 서로 터치하지 않는 ‘졸혼’(결혼을 졸업한다) 트렌드가 추가되면서 더이상 ‘나 혼자 산다’는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제목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되고 있는 실정.

성인이 되면 결혼하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사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대한민국의 1인 가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혼인 또는 졸혼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자신의 얘기가 될 수 있다. 배우자 또는 자식과의 관계를 차분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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