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원전 세일즈’에 총력을 기울이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그러나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공사로부터 항의 서한을 받아 세계가 인정하는 ‘원전 강국’ 위상에 생채기를 내는 모양새다.

한전은 UAE 바라카에 원전을 건설한 공기업. ‘바라카 원전’은 UAE 1호 원전이자 우리나라 최초 해외 수출 원전으로, 이를 통해 한국은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으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크다.

하지만 최근 UAE원자력공사(ENEC) 측은 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바라카에 파견된 전문 인력을 철수시킨 점을 문제 삼으며 김 사장에게 “원전 프로젝트의 모든 단계에 대한 상호간 계약 의무사항을 한전이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따져 구설에 오른 상황.

더욱이 바라카 원전 정비 등을 15년간 책임지는 장기정비계약(LTMA) 입찰 결과 발표도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발주처인 ENEC의 심기를 건드려 입찰에 참여한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의 수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사진=뉴시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사진=뉴시스>

22일 한전 등에 따르면, 모하메드 알 하마디 ENEC 사장은 최근 김 사장에게 항의서한문을 전달했다.

알 하마디 사장은 해당 서한에서 한수원의 일방적인 전문 인력 철수 조치를 지적하고, 원전 프로젝트의 모든 단계에서 효과적인 인력 유지를 위한 상호간 계약 의무사항 이행에 대한 한전의 의지에 의구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한수원 경영진들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철수한 인력들의 복구를 요청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한전 홍보실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ENEC 측으로부터)서한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ENEC와 한수원간 오해는 해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 측 역시 해외 파견 직원들의 기간이 만료됨에 따른 것으로 일종의 해프닝이라는 입장.

한수원 관계자는 “해외 파견 직원들은 (현지에서) 5년간 근무를 한다”며 “근무 기간이 만료돼 인사이동이 이뤄졌고, 다른 직원들을 보내준 상태다”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는 현재 LTMA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다.

LTMA는 최대 15년간 원전의 각종 정비를 책임지는 사업으로, 총 금액은 2조~3조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의 상당수는 인건비로 이 기간 6000여명의 일자리 창출도 전망된다.

당초 우리 정부는 바라카 원전 건설은 물론 운영지원계약(OSSA)까지 따낸 상태였기 때문에 정비 계약은 당연히 가져올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UAE는 2017년 정비 계약을 한국과의 수의계약에서 돌연 국제 경쟁 입찰로 변경했으며, 이번 수주전에는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 영국 두산 밥콕, 미국 얼라이드 파워 등이 참가한 상태다.

바라카 원전 LTMA 입찰 결과는 애초 올해 2월에 발표가 예상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전을 없애면서 해외 세일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UAE 측은 최근 한국에 LTMA 입찰에서 계약가를 정상가보다 30% 낮게 써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LTMA 수주에 실패할 경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때문에 정부는 입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방한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에게 원전 사업에 관심을 촉구하고, 이보다 앞선 1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UAE를 방문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특히 알 하마디 사장도 김 사장에 보낸 항의서안에서 LTMA 수주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바라카 원전의 시운전을 위해서는 최고급 인력이 요구되는 상황인데다 LTMA처럼 전략적 프로젝트에 대한 상업적 협상이 완료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중요한 단계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접했다”고 말해 이번 수주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민감한 시기에 ENEC에 통보 없이 인력을 교체하면서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은 한수원이지만, 바라카 원전 건설사업자인 한전의 안이한 상황 판단에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만약 계약이 성사되지 못할 경우 김 사장 등의 책임론도 불거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와 관련해 국회는 오는 4월 열리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관련 사안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바라카 원전 LTMA 입찰 결과는 4월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과 한수원 관계자는 “발주처인 ENEC가 진행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확한 시기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4월 말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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