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제주 인구 10%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 4·3사건’이 올해 71년을 맞은 가운데 희생자 유족들이 4·3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 4·3사건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해 조속한 배·보상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4·3특별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겠다”던 정부의 약속과 달리 법안 통과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

이에 여야는 제주 4·3사건 71주년을 맞은 3일 희생자들의 명복을 한 목소리로 빌며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위한 ‘4·3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제71주년 4·3 추념식이 거행된 3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 희생자 유족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 한목소리로 ‘4·3특별법’ 개정 처리 약속..한국당은 ‘침묵’

여야 정치권은 이날 희생자 유가족에 위로의 뜻을 전하며 제주 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제주 4·3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참혹하고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던 가슴 아픈 역사”라며 “잔혹한 비극의 역사 속에서 무고하게 희생당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4·3특별법이 만들어져 시행됐고 민주당은 진실규명을 위한 추가조사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제주 4·3사건의 완전한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4·3사건은 해방 이후 혼돈의 시기에 벌어진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라며 “더욱 비극인 것은 70여년이 지났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4·3은 공식 명칭도 갖지 못할 정도로 아직도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피해보상은 여전히 미진한 상태”라며 “우리 당 권은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4·3특별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제주의 아픔을 치유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 역시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명예회복, 진상규명, 피해보상,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주도의 봄은 봄이 아니다.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 그리고 피해보상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제라도 정부가 진실된 태도로 4·3의 원혼과 유족들을 어루만지고 진실을 밝히는데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합당한 배·보상을 하는 4·3특별법의 국회 논의가 하루 빨리 진전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은 4·3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별도의 언급 없이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당은 4·3 희생자들의 가슴 아픈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그 의미와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며 “어렵게 건국한 자유 대한민국이 번영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제주 4·3사건 71주년을 맞아 “4·3의 완전한 해결이 이념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으로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제주 4·3은 여전히 봄 햇살 아래 서있기 부끄럽게 한다”며 “오늘 추념식에는 이낙연 총리께서 참석하셨다. 제주의 마음을 위로하고 우리 정부의 마음을 잘 전해주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더딘 발걸음에 마음이 무겁다. 진상을 완전히 규명하고 배·보상 문제와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등 제주도민들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일에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면서 “대통령으로서 끝까지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진혼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는 제주도민의 강인함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보탠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3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1주년 4·3 추념식에서 위령제단에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방부, 71년 만에 제주 4·3사건 공식사과..“깊은 유감과 애도”

한편, 군 당국이 71년 만에 처음으로 ‘제주 4·3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유감을 표하고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밝혔다.

국방부는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3일 밝혔다.

이날 입장문은 방미 중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대신해 국방부 관계자가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해 입장문을 낭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오늘 국방부의 제주 4·3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은 제주 4·3사건을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한 ‘제주4·3사건 특별법’ 정신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날 중 광화문 4·3사건 희생자 추모공간을 방문해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표명할 예정이다.

정부의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 4·3사건은 1947년 3·1절 기념식 발포사건 때부터 1954년 9월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7개월간 군경의 진압 등 소요사태 와중에 양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1만4000명에서 3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잠정 보고됐다. 좁은 섬에서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했고 그 후유증을 극복하고 진상규명을 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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