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영업 부진에도 임원들 보수는 늘어..정 부회장 상여금만 ‘16억’
총수 권리는 챙기면서 법적책임 지지 않겠다? 등기이사 안하나 못하나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재계 전반에서 ‘책임경영’ 강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그러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오히려 반대 행보를 걷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이마트 영업이익이 대폭 하락했음에도 불구, 정 부회장은 16억원에 달하는 상여금을 챙기는 등 임원들의 보수가 회사 실적 쇼크와 관계없이 오히려 늘어난 까닭.

더욱이 정 부회장은 수십억원의 보수를 받고 기업 경영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는 있지만, 등기임원으로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돈과 영향력 등 총수일가의 권리는 모두 챙기면서도 회사 경영에 있어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마트 ‘실적쇼크’에도 주머니 채운 정용진 부회장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18년도 이마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해 이마트로부터 36억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는 19억3300만원, 상여는 16억7600만원이다.

이와 함께 정재은 명예회장과 이명희 회장도 각각 30억6900만원(급여 16억4300만원·상여14억2600만원)을 챙겼다.

신세계그룹 총수일가 외에도 임원진들도 상당한 보수를 가져갔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급여 8억7200만원과 상여 6억2400만원 등 총 14억9600만원을 받았다. 이 대표의 보수는 2017년에 받은 13억7000만원(급여 8억3800만원·상여 5억3200만원)보다 1억2600만원 올랐다.

또한 권혁구 사내이사는 지난해 16억1400만원(급여 8억6400만원·상여 7억5000만원)을, 형태준 사내이사는 5억5300만원(급여 3억1100만원·상여 2억4200만원)을 수령했다.

권 사내이사도 전년보다 더 많은 보수를 챙겼다. 권 사내이사가 2017년 당시 받은 보수는 11억6000만원(급여 6억5800만원·상여 5억200만원)이다.

이마트의 임원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포함해 모두 7명이다. 지난해 이들 임원 7명에 대한 보수총액은 39억2700만원으로 이 역시 전년(37억6500만원) 대비 상승했다.

기업 경영진이 성과를 인정받아 그에 합당한 보수를 챙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마트의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다는 점이다.

이마트의 지난해 개별기준 매출액은 13조1483억3665만원을 기록해 전년(12조4506만9473만원)보다 올랐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급감했다.

실제로 영업이익은 2017년 6384억4908만원에서 지난해 4893억3782만원으로 23.36% 줄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619억9401만원으로 전년(6408억8008만원) 대비 43.52%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연결기준으로 봐도 매출액은 2016년 14조6150억6522만원, 2017년 15조5149억165만원, 2018년 17조490억9711만원으로 늘었으나, 지난해 영업이익은 4628억2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0.9%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4761억7903만원으로 이 기간 24.17% 감소했다.

이마트의 지난해 수익성 악화는 할인점 매출이 급감한 까닭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할인점 매출은 11조5223억원으로 전년대비 1.37%, 영업이익은 4397억원으로 26.41% 각각 감소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소비양극화, 최저임금인상,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고객 수가 감소하고 비용이 상승해 대형마트 실적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실적이 하락한 와중에도 이마트 임원들의 보수가 오히려 올랐다는 점은 공감이 가지 않는 대목.

특히 정 부회장도 경영환경이 악화된 점에 아랑곳하지 않고 36억원이라는 보수를 챙겼다는 것에 일각에서는 ‘책임경영’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리는 실정이다.  

<사진=뉴시스>

◆임원보수 산정은 이사회 입맛대로?

이마트의 임원보수 산정 기준을 살펴보면 급여는 이사회에서 결의된 임원보수규정에 따라 직위, 위임업무의 성격 및 수행결과, 회사기여도 등을 고려해 연봉을 산정하며 산정된 연봉은 분할해 매월 지급한다.

상여의 경우 설·추석상여와 성과급으로 나뉜다. 설·추석상여는 이사회에서 결의된 임원보수규정에 따라 월급여의 100%를 지급한다.

성과급은 이사회에서 결의된 임원보수규정에 따라 경영성과를 고려해 영업이익의 일부를 재원으로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한다. 경영성과는 회사의 재무성과 등으로 구성된 계량지표와 중장기 중점추진사항 이행, 핵심과제 평가 등 비계량지표를 합산해 평가한다고 명시돼 있다.

계량지표와 관련해 이마트는 트레이더스, 온라인, 전문점 등 신사업의 외형 확대로 매출이 5.6% 증가했고,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영업이익 4893억원을 달성한 점을 고려해 상여를 지급했다는 설명.

아울러 비계량지표와 관련해서는 사업구조 개선 및 운영 효율화를 통한 회사 경쟁력 강화, 9 to 5 근무문화 정착, 윤리경영활동 등에 기여한 점을 고려했다.

그러나 성과급 등 규모를 사실상 이사회 입맛대로 설정하고 있다는 불편한 시각은 떨칠 수 없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이마트의 배당금 규모도 전년 대비 늘었다. 이마트는 2018년 배당금을 557억2800만원으로 결정했고, 배당성향은 12.38%에 달한다. 주당 현금배당금은 전년(1750원)보다 배당 규모가 14% 가량 늘어난 2000원이다. 

정 부회장의 이마트 보유주식은 274만399주로,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54억8079만8000원을 배당받게 됐다.

신세계그룹 공식블로그
신세계그룹 공식블로그

◆올해도 사내등기이사 “NO”..책임경영 회피 지적

한편, 정 부회장은 올해도 신세계그룹 계열사 단 한 곳에서도 등기이사를 맡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2010년 신세계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이듬해 이마트 대표이사에도 올랐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사내등기이사를 맡지 않고 있다.

이는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에서 빠져 있는 까닭에 현실적으로 정 부회장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신세계에서 정 부회장만 미등기 임원인 것은 아니다. 이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 역시 올해 등기이사로 선임되지 않았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대기업 집단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신세계그룹을 향해 “그룹 상장사들 가운데 총수가 임원으로 등록된 계열사가 전무하단 점에서 지배구조의 책임경영 관련 개선이 요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 부회장 등 신세계그룹 총수일가를 둘러싼 이 같은 문제는 과거부터 비판의 대상이 돼 왔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실정.

수십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고 총수일가로서 권리는 권리대로 누리지만, 반면 법적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다소 비겁한 모습이 과연 국내 굴지의 유통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수장의 위치에 맞는 ‘경영 마인드’인지 의문부호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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