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서울반도체 근무 후 2017년 악성림프종 진단 항암 치료 시작
‘산업재해 인정 취소 소송’으로 발인 연기..사측, 뒤늦은 “취하” 결정

서울반도체(주)에서 일하다 악성림프종을 얻은 후 2019년 4월8일 세상을 떠난 고(故) 이가영씨의 빈소 사진. <사진출처=반올림 카페>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서울반도체에서 일하다 악성림프종을 얻어 투병해온 이가영씨가 지난 8일 오후 11시43분께 사망했다. ‘아름다운 꽃이 핀다’는 이름을 가진 그는 벚꽃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에 따르면, 2011년 5월 반도체 업계에서 일을 시작한 이씨는 2015년 2월 파견근무 나갔던 서울반도체(주)에 같은 해 5월 입사했다. 2년 뒤인 2017년 9월 이씨는 악성림프종(역형성 대세포림프종) 진단을 받고 힘든 투병을 이어왔다.

이후 2018년 9월에 림프종이 재발했고 한 달 뒤 근로복지공단은 이씨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독한 항암치료를 견뎌내고 올해 1월엔 조혈모세포 이식수술까지 받았지만 산재 인정을 받아 치료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에도 회사는 산재 인정 취소소송에 나서 가족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올 2월 서울반도체 인사팀장이 찾아와 회사가 산재 인정 취소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기 때문.

이는 수술을 받은 이씨가 퇴원한 지 사흘째인 날이었다. 회사는 이미 1월에 소송을 제기한 뒤였지만 그제야 통보하러 온 것이었다.

이에 반올림은 서울반도체에 공문을 보내 이 소송이 이씨와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설명하고 소송 취하를 정중히 부탁했으나 회사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반올림은 9일 추모성명을 통해 “서울반도체는 고인에게 유해물질에 대한 어떠한 교육이나 보호조치도 제공하지 않은 채 주야 2교대로 일을 시켰다”며 “반성하고 직업병의 고통에 위로를 건네진 못할망정 최소한의 치료와 생존의 권리를 위한 산재보험 보상마저 방해하기 위해 소송을 불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엇보다 재발과 치료로 몸과 마음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회사의 통보가 이씨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지 생각하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고인을 비롯해 여전히 수많은 반도체·전자산업 노동자들이 백혈병, 림프종, 뇌종양 등으로 고통받거나 숨지고 있다”며 “왜 아직도 반복돼야 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2, 제3의 이가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믿을 희망의 근거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냐”며 서울반도체는 즉각 소송을 취하하고 정부는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예방을 위해 유해물질 사용과 노출을 더욱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족들은 10일 새벽으로 예정돼 있던 발인을 미루면서 서울반도체 측에 소송취하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에 서울반도체는 지난 1월 제기했던 산재 취소소송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반도체는 이날 입장문에서 당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산재 인정 취소소송을 취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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