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처분에 뿔난 소비자들, 재수사 청원에 불매운동까지..더 큰 쓰나미?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무혐의로 일단락될 것만 같던 한국맥도날드 ‘햄버거병’ 사건이 검찰 수사발표 약 1년 만에 다시 도마 위에 올라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근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맥도날드 햄버거 패티의 용혈성요독증후군 발생 의혹을 재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신장이 불순물을 제대로 걸러주지 못해 독이 쌓이는 질환. 유아나 노인, 발열이나 출혈성 설사가 있는 환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병으로 분쇄육이 덜 익었을 때 가장 많이 발생해 ‘햄버거병’이라고도 불린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적극적인 해명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정확한 재수사를 통해 모든 전말이 알려져야 한다며 청와대에 청원을 올리는 한편 온라인 상에서는 ‘맥도날드 아웃’을 내건 불매운동 움직임도 일고 있다. 

사법기관의 무혐의 판정에도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에서는 끊임없이 맥도날드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어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모습이다.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지난 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국맥도날드 햄버거병 국가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2017년 햄버거병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해 2월 피해자들이 입은 상해가 맥도날드에서 판매한 햄버거 때문이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지난 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국맥도날드 햄버거병 국가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2017년 햄버거병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해 2월 피해자들이 입은 상해가 맥도날드에서 판매한 햄버거 때문이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사진=뉴시스>

◆‘맥도날드 OUT’ 시민단체, 한국맥도날드 ‘햄버거병’ 국가배상청구

맥도날드 ‘햄버거병’ 논란은 지난 2016년 9월 A양이 맥도날드 해피밀 불고기버거 세트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리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2017년 7월 A양 어머니인 최은주씨는 “아이가 2016년 9월 맥도날드 해피밀 불고기버거 세트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려 신장장애를 갖게 됐다”며 맥도날드를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6개월 간의 수사 끝에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지난해 2월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잠잠해지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맥도날드가 장출혈성대장균에 오염된 패티의 존재를 알면서도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7년 당시 검찰 조사를 받은 한 맥도날드 점장은 “당시 ‘덜익은 패티가 나올 수 없다’는 진술은 사실이 아니었다”며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도 패티가 설익는 경우를 수차례 목격했다”고 최근 양심고백을 선언했다.

이에 맥도날드의 ‘햄버거병’ 피해를 주장하는 가족과 시민단체가 정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3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생명을 도외시한 국가도 공범”이라며 국가배상청구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씨는 “2016년 9월25일 아이가 해피밀 세트를 먹은 뒤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며 “발병 원인을 찾기 위해 경찰서, 보건소, 질병관리본부 등 연락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여러번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햄버거병의 원인균이 장출혈성대장균인 걸 알게 돼 질병관리본부 등에 여러 차례 발병사실을 알렸지만 묵살당했다”며 “신고접수한 공무원이 맥도날드에서 사용된 패티를 수거해 균 검사를 했다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당시 햄버거병 발병과 관련해 맥도날드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으나 맥도날드 햄버거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며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다만 검찰은 대장균 오염 가능성이 있는 패티가 맥도날드에 대량 납품된 사실을 적발하고 패티 공급업체인 맥키코리아 관계자들을 불구속 기소해 1심이 진행 중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세종시 축산물 위생 담당 공무원은 부적합 확정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맥키코리아에 검사결과를 통보하고 행정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는 팁을 알려줬다”며 “회수 및 공표 명령을 면제하고 균 검출 사실을 숨겨 원고들이 맥도날드에서 판매되는 햄버거가 장출혈성대장균에 오염됐거나 오염됐을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섭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진상규명에 나서 피해자를 구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도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검찰에 맥도날드 햄버거병 사건에 대해 엄정 수사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권 대변인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햄버거병 사건 당시 맥도날드와 제조업체측의 허위 보고로 오염 가능성이 있는 패티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맥도날드는 오염 패티 판매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제조업체에 ‘재고가 없다’고 허위 통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체도 당국에 허위 보고를 한 뒤 오염가능성이 있는 패티를 그대로 판매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권 대변인은 “사실이라면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저버린 심각한 범법 행위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이 사건으로 당시 4살 아동은 신장 기능의 90%를 잃었고 그 가족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나 검찰은 지난해 맥도날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엄정한 재수사를 촉구한다”며 “지난 1월 피해 아동의 부모 등 300여명의 엄마들이 재수사를 촉구하며 맥도날드 본사와 제조업체 등을 고발한 만큼 검찰은 해당 기업들의 식품위생법 위반 여부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국맥도날드, ‘햄버거병’ 재논란에 “자사 제품 원인 아니다”

한편, 한국맥도날드는 ‘햄버거병’에 대한 검찰 재수사 촉구 여론이 확산되자 자사의 제품을 질병 발생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을 내놓았다.

맥도날드는 5일 공식 자료를 통해 “아픈 어린이와 그 가족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깊이 위로 드린다”며 “어린이의 건강이 회복되도록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은 현재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2016년 햄버거병 사건이 발생한 이후 6개월이 넘는 조사 과정에서 자사 제품 섭취가 해당 질병의 원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이 맥도날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4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맥도날드가 제시한 해당 근거 내용은 ▲용혈성요독증후군은 발병 원인과 감염 경로가 다양한 점 ▲해당 어린이의 잠복기가 의학적·과학적 잠복기와는 맞지 않는다는 점 ▲햄버거가 설익었다는 주장을 인정할 근거가 없는 점 ▲해당 어린이가 섭취한 제품은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 패티라는 점 등이다.

맥도날드는 “이같은 사실을 토대로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고등법원에 제기된 항고 및 재정 신청 역시 기각된 바 있다”며 “자세한 사항은 자사 홈페이지에 사법당국의 최종 결정문 요약 및 원문을 게시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식품 안전은 맥도날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면서 “식품 안전에 관한 엄격한 기준과 관리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의 논란으로 지금까지 누구보다 고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온 전국 1만5000여명의 직원들과 124개의 가맹점 및 116개의 협력업체 직원들 역시 깊은 상심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좋은 품질의 안전한 제품을 고객 여러분께 제공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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