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심 패소 후 관계부처 노력한 결과”..후쿠시마 등 8개 현 모든 수산물 수입금지

[공공뉴스=황민우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우리나라 정부가 내린 후쿠시마현과 주변에서 잡힌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타당하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판단이 나왔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수입금지 조치가 부당하다며 WTO 제소로 압박을 가했지만 WTO가 1심을 뒤집고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민들의 식탁에 오를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됐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 대응 시민 네트워크가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일본산 수산물 WTO 분쟁 승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처리 2심에 해당하는 상소기구는 11일(현지시간) 한국이 후쿠시마 주변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단한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12일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싼 한일 무역 분쟁 최종심에서 한국이 사실상 승소한 데 대해 “WTO의 판정을 높이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이번 판정으로 우리의 일본에 대한 현행 수입규제조치는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된다”며 “일본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의 모든 수산물은 앞으로도 수입이 금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일본산 수입식품에서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나올 경우 17개 추가핵종에 대한 검사증명서도 계속 요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WTO 상소기구는 1심 당시 일본 측이 제기한 4대 쟁점(차별성·무역제한성·투명성·검사절차) 중 일부 절차적 쟁점(투명성 중 공표의무)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쟁점에서 1심 패널 판정을 파기하고 우리의 수입규제조치가 WTO 협정에 합치한다고 판정했다”고 설명했다.

‘차별성’의 경우 1심에서는 일본산 식품의 방사능 검사 수치를 토대로 일본과 제3국의 위해성이 유사한데도 일본산 식품만 수입 규제하는 것은 위생·식물위생(SPS) 협정상 금지되는 자의적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상소심에선 일본과 제3국의 상황이 유사한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식품의 방사능검사 수치만 고려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정했다. 즉, 식품 오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본의 특별한 환경적 상황 등도 고려했어야 한다고 본 것.

아울러 ‘무역제한성’의 경우 1심은 정량적 기준만을 적용해 한국의 조치가 지나치게 무역제한적이라고 봤지만 상소심에선 1심 패널이 잘못된 기준에 의거해 판단했다며 이 판정을 파기했다.

정부는 “1심 패소 이후 지금까지 ‘국민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지키고자 관계부처 분쟁대응팀을 구성해 상소심리 대응논리를 개발하는 등 최선을 다해왔다”며 “이번 판결은 이런 정부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정부는 수입식품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의 검역주권과 제도적 안전망을 계속 유지하고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2013년 9월 ‘먹거리 안정성’을 이유로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이에 일본은 2015년 5월 WTO에 한국을 제소했다.

1심에 해당하는 WTO 분쟁해결기구(DSB)는 지난해 2월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 정부는 이에 반발하며 지난해 4월 상소를 제기했다. 관련 분쟁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에 관한 WTO의 최종 판결에서 한국 정부가 1심을 뒤엎고 승소한 가운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매우 뜻깊은 판결”이라며 “일본 정부에 방사능 오염수 110만톤 태평양 방류 계획 즉각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부지에 보관 중인 110만톤 방사능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를 고려 중이다.

그린피스는 12일 WTO 판결과 관련 입장문을 내고 “WTO가 수산물 방사성 오염에 관한 공중보건 관점의 가장 엄격한 기준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판결”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태평양 방류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피스의 수석 원전 전문가 숀 버니는 “유해한 방사능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자 권리”라며 “WTO의 이번 판결은 이 권리에 대한 인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환경으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은 사고로 녹아내린 원자로에 여전히 남아있는 엄청난 오염 물질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현재 한국 시민들과 후쿠시마 인근 지역 사회에 가장 심각한 위협은 일본 정부가 현재 보관 중인 110만톤 방사능 오염수 태평양 방류를 고려 중이라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이 계획이 실행된다면 후쿠시마 지역 어민뿐 아니라 한국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견고한 강철 탱크에 오염수를 장기간(123년 이상) 보관하거나 오염수 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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