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tory] 귀엽거나 혹은 무섭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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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물림 사고:견주 안일한 인식에 커지는 공포감→반려동물 천만시대 펫티켓은 필수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4.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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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요?

순둥이라 절대 안 물어요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최근 반려견을 키우는 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 속 30대 회사원 김씨가 사는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이웃 주민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김씨였지만, 문제는 최근 이사를 온 한 주민 때문에 곤혹스러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아파트 현관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김씨.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순간 덩치가 산만한 개가 뛰쳐나오더니 김씨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목줄도 풀린 상태였기 때문에 너무 놀라 저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김씨의 반응에 개 주인 이씨는 되려 “아니,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개를 보고 놀란 상대에 대한 미안함은 찾아볼 수도 없고 본인의 반려견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고 오히려 김씨를 나무란 꼴이다. 기가 막혀 뭐라고 대꾸도 못한 사이 이씨는 유유히 현관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화난 마음을 다스리느라 소중한 하루를 고스란히 날려버렸다. 아파트나 건물 복도는 공용공간이고 개와 함께 아파트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외출에 해당된다. 때문에 개의 소유자는 목줄 등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 것이 현실이고, 법 위반에도 오히려 당당하기까지 한 모습에 동물까지 괜히 밉고 싫어지는 김씨였다. 

지난해 1월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동물권단체 ‘케어’가 기자회견을 열고 체고 40센티미터 이상의 개 입마개 의무화에 반대하며 정부의 과도한 행정조치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월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동물권단체 ‘케어’가 기자회견을 열고 체고 40센티미터 이상의 개 입마개 의무화에 반대하며 정부의 과도한 행정조치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반려견과 에티켓을 합한 ‘펫티켓’, 개와 어린이를 합한 ‘개린이’ 등의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펫티켓은 반려동물(Pet)과 에티켓(Etiquette)의 합성어로, 공공장소에서 반려견과 견주가 지켜야 할 예절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개물림 사고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견주의 관리소홀로 발생하는 개물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처벌과 관리규정이 강화됐지만 매년 개물림으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

특히 견주가 “우리 개는 순해서 사람을 물지 않는다”라는 마인드를 갖게 되면 안전조치 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책임의식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키우는 만큼 개물림 방지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견주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 주인 눈엔 ‘순둥이’, 남들 눈엔 ‘맹견’..도마위 오른 ‘펫티켓’

최근 경기도 안성에서 도사견이 사람을 공격해 숨지는 사건에 이어 부산 한 아파트 복도에서 대형견이 30대 남성을 공격해 신체 중요 부위를 무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12일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사고 장면이 담긴 엘리베이터 CCTV 영상에서는 견주 A씨가 개 2마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문제의 대형견인 ‘올드잉글리쉬쉽독’이 피해자 B씨에게 달려들었다.

직접적인 사고 순간은 담기지 않았지만 B씨는 고통을 호소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A씨가 당황해 대형견의 목줄을 잡아당기는 모습도 담겼다.

이 사고로 B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4바늘 꿰매는 봉합 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견은 목줄을 한 상태였지만 입마개는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대형견은 동물보호법상 맹견(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불테리어, 로트와일러)에는 속하지 않아 입마개를 착용할 의무는 없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순둥이라 그전까지는 사람을 공격한 적 없었다”면서 “예전에 아파트 다른 주민이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개를 위협한 적이 있는데 음식물 쓰레기통을 보고 놀라 공격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과실치상으로 입건했다.

앞서 10일에는 안성에서 산책을 하던 60대 여성이 사육장을 뛰쳐나온 도사견에 물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이날 오전 7시55분께 안성시 미양면의 한 요양원 인근 산책로에서 C씨가 도사견에 가슴과 엉덩이 등을 수차례 물렸다. C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5시간 만인 오후 1시16분께 사망했다.

사고를 일으킨 도사견은 요양원 원장 D씨가 키우던 개로, 원장이 개장 청소를 위해 문을 열어놓은 사이 근처를 지나던 A씨를 공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개는 3년생 수컷으로 몸길이는 1.4m로 파악됐다.

경찰은 요양원장 D씨를 중과실치사,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 같은 맹견 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도 경북 상주에서 70대 여성이 3년간 기른 도사견에게 밥을 주려다 크게 물려 숨졌다. 2016년 6월 충북 청주시에선 2세 여아가 핏불테리어에 물려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개물림 사고가 잇따르면서 대형견 입마개 의무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몸높이 40cm 이상 대형견에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고 목줄 길이도 2m 이내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동물보호단체와 반려인들의 반대로 맹견으로만 한정됐다.

동물보호단체와 반려인들은 크기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입마개를 하면 순한 대형견들도 체온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반발했다. 또 모든 대형견에게 입마개를 해 범죄견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잇단 개물림 사고로 덩치 큰 개만 봐도 공포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견주의 ‘우리 개는 안 문다’ 식의 안일한 생각 때문에 매해 개물림 사고가 되풀이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반복되는 개물림 사고와 반려견들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견주들이 펫티켓을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적으로 의무조항이 아니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목줄, 입마개 등을 착용하거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2018년 4월8일 서울 구로구 서울반려동물센터에서 반려견과 보호자가 설채현 반려동물행동치료 전문가의 반려견 행동학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해 4월8일 서울 구로구 서울반려동물센터에서 반려견과 보호자가 설채현 반려동물행동치료 전문가의 반려견 행동학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맹견 소유자 사육·관리 의무 확대..사망 시 3년 이하 징역

물론 모든 개들이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해하게 하지는 않는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과 운동 등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적으로 치유를 받는 이들도 있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격 형성에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요즘 애완동물이 아닌 함께 살아가고 기댈 수 있는 가족의 존재로서 그 의미는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형견이나 맹견과 관련된 안전사고가 종종 발생하면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 나에게는 사랑스럽고 충성스러운 반려견일 수는 있어도, 타인에게는 공포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견주들은 인지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맹견 소유자의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동물보호법과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해 지난달 21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우선 농식품부는 개정 법을 통해 맹견 소유자에게 매년 3시간씩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했다. 이전부터 맹견을 소유한 사람은 9월30일까지, 신규 소유자는 6개월 이내에 교육 과정을 밟아야 한다.

교육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현장 교육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교육은 맹견 품종의 특성, 적절의 사육법, 맹견 언어와 공격성의 이해, 맹견사회화 교육, 맹견 훈련 등의 내용으로 이뤄졌다.

또한 맹견 소유자 등은 맹견이 소유자 없이 기르는 곳을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맹견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의 시설에 출입할 수 없다.

맹견 소유자가 이 같은 안전관리의무를 위반하면 1회 100만원, 2회 200만원, 3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아울러 맹견 유기나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벌칙을 강화한다. 맹견을 유기한 소유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이전에는 일반견 유기와 마찬가지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했다.

특히 견주가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는 등 안전관리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람이 사망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람이 상해를 입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맹견에 의한 인명사고 발생 시 견주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심지어 개를 안락사시키는 경우도 있다.

독일은 맹견을 1, 2급으로 분류한 19종으로 규정해놓았다.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등 4종은 아예 키울 수 없다. 사전에 공격성 등을 확인하는 기질테스트를 거쳐 입마개를 할지 말지 결정한다.

영국에서는 맹견을 사육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물림 사고 발생 시 법원은 견주에게 최고 징역 14년까지 선고가능하다. 맹견 견주는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미국에선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이 사고를 내면 견주가 1000달러 벌금형이나 6개월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

농식품부는 “이전에는 반려견 안전관리의무 위반으로 사망·상해 사고 발생 시 형법상 과실치사죄(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과실치상죄(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과료)를 적용했지만 이번 법률안 개정으로 벌칙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동물보호단체·동물보호명예감시원 등과 합동으로 홍보반을 꾸려 반려견 안전·에티켓 캠페인을 벌인다. 홍보반은 개정된 동물보호법령, 반려견 동물등록, 안전조치·배설물 수거, 동물유기·학대 방지 등을 홍보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동물보호법령 개정을 계기로 반려인은 안전관리의무를 잘 준수하고 일반인도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배려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뉴시스
<사진=뉴시스>

# 하루 6명꼴 개물림 사고..“목줄·입마개 필수”

한편, 하루 평균 6명 이상, 해마다 2000명 이상이 개에 물리는 사고를 당해 119구급대가 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19구급대가 개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한 환자가 688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평균 6.29명꼴이다.

최근 3년간 개에 물린 사고의 통계를 보면 2016년 2111명, 2017년 2404명, 2018년 2368명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전년(2017년) 대비 1.4% 감소했지만 매년 2000여명 이상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절별로는 야외활동이 많은 5~10월까지가 월 평균 226명으로 연 평균 191명보다 18%(35명)가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별로는 50대 1550명, 40대 1241명, 60대 962명, 70대 718명 순으로 젊은 층보다 상대적으로 사고를 더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 물림사고 사고의 예방을 위해서는 주인의 허락 없이 개를 만지거나 다가가지 말아야 하고 음식을 먹거나 새끼를 키우는 개는 민감하므로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어린이와 개가 단 둘이 있게 하지 말아야 하고 외출 시에는 개에게 반드시 목줄을 매고 입마개를 해야 하며 개가 공격할 때는 가방, 옷 등으로 신체접근을 최대한 막고 넘어졌을 때는 몸을 웅크리고 손으로 귀와 목을 감싸 보호해야 한다.

특히 개에 물렸을 경우에는 즉시 흐르는 물로 상처를 씻어주고 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소독된 거즈로 압박하는 등 응급처치 후 신속히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남들도 나의 개를 사랑하리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아무리 ‘착한 개’라도 언제든 사람을 물 수 있다.

개물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관련 법은 마련돼 있지만 실제 처벌까지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경찰에 신고해도 개 주인이 현장을 떠나거나 단속을 거부할 경우 강제로 과태료를 부과할 방법이 없어서다.

그러므로 견주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견주 스스로가 타인에게 반려견으로 인한 혐오감을 주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준법정신과 안전의식이 함양돼야 한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시대, 일부 견주들로 인해 반려동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