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女, 참거나 묵인하는 등 소극적 대처→맞대응·반격 과정서 공격적 행동 나타나

지난 2014년 8월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가정폭력 예방의 날 보라데이 제정 기념행사에서 시민들이 가정폭력 예방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를 살펴보고 있다. 빨랫줄 프로젝트는 가정폭력에서 구해달라는 메시지를 빨랫줄에 걸어 세상에 알리는 것에서 시작됐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가정폭력 가해자의 대부분은 남성이었지만 여성 가해자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편의 폭력을 참거나 묵인하기보다 반격하거나 맞대응하는 경우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2018년 가정폭력행위자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소가 전국 법원 등지에서 상담위탁을 받은 가정폭력 행위자는 324명으로 이 중 256명(79%)이 남성, 나머지 68명(21%)은 여성이었다.

여성 가해자의 비율은 2017년 19.9%(34명)보다 소폭 증가했다. 10년 전인 2008년 15.1%(8명)보다는 1.4배 가까이 늘어났다.

상담소 측은 “과거 폭력의 피해자였던 여성이 남편의 폭력을 참거나 묵인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맞대응하거나 반격하는 과정에서 공격적인 행동인 폭력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가정폭력은 부부(80.6%·261명) 관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었다. 다만 10년 전 조사 때(98.1%)보다 가·피해자의 부부 관계는 줄어든 대신 2008년 조사 때는 한 건도 없던 남매 관계(1.5%·5명),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0.9%·3명), 시아버지와 며느리 관계(0.6%·2명) 등 다양한 관계에서 폭력이 발생했다.

가정폭력 가·피해자가 부부인 경우 동거 기간을 살펴보면 10년 이상∼20년 미만인 경우가 24.9%(65명)로 가장 많았다.

가정폭력 가해자 연령대로는 50대(29.6%·96명)가 비율이 높았고 40대(27.8%·90명), 30대(24.4%·79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폭력 유형을 보면 남편에 의한 아내 폭력이 59.6%(193명)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이어 자녀를 때리거나 자녀 폭력을 동반한 경우가 11.8%(38명), 자녀의 부모폭력 5.8%(15명) 등으로 확인됐다.

자녀에 의한 부모폭력의 경우 2008년 조사 때는 한건도 없었다. 성인 자녀가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부모에게 의존해 사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다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상담소 측은 설명했다.

특히 폭력 수준은 가해자가 폭행 위협을 가하는 것에서부터 흉기로 실제 다치게 하는 경우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피해자에게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때리겠다고 위협한 경우 등 경미한 폭력이 86.7%(281명)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피해자를 사정없이 마구 때린 경우’(33.6%), ‘배우자를 조른 경우’(13.3%),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한 경우’(21.9%) 등 피해자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폭력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극심한 폭력은 2008년 조사 때보다 많게는 15%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주먹을 휘두른 이유로는 가부장적 사고 등 성격 차이가 41.3%(263건)로 가장 많았다. 또 부부간 불신(13.8%·88건), 가해자의 음주(11.8%·75건) 등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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