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고액 연봉으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이 그러나 장애인 고용에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가 장애인 고용 정책 개선과 일자리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기보의 최근 6년간 장애인 정규직 수는 고작 4명에 불과하고, 2016년 이후로는 단 한 명도 고용되지 않아 소외계층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

게다가 기보는 장애인 채용에 있어 머릿수 맞추기 ‘꼼수’로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적게 내고 있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 3.4%를 적용받는 공공기관은 이 같은 법적 기준에 미달할 경우 고용분담금을 내야 하지만 기보는 ‘장애인 청년인턴(체험형)’을 통해 벌금을 줄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윤모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이 지난 1일 부산 벡스코에서 창립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새로운 비전을 선포식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윤모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이 지난 1일 부산 벡스코에서 창립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새로운 비전을 선포식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기술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최근 6년간 장애인 정규직 채용 ‘고작 4명’

1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기보의 신규채용 현황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정규직 신규채용자 중 장애인의 수는 2013년 1명, 2016년 3명 등 총 4명에 불과했다.

이 기간 정규직 신규채용은 2013년 32.125명, 2014년 47.5명, 2015년 43.25명, 2016년 43명, 2017년 76명, 2018년 114명으로 약 355명이다.

청년인턴 채용 현황을 살펴보면 총 인턴 채용자 수는 2013년 74명, 2014년 47명, 2015년 52명, 2016년 62명, 2017년 62명, 2018년 114명으로 확인됐다.

청년인턴은 체험형과 채용형으로 나뉜다. 기보는 2017년을 제외하고 2013~2018년까지 모두 체험형 인턴만 채용했다.

기보가 청년인턴으로 채용한 장애인 수는 2013년 27명(36.4%), 2014년 4명(8.5%), 2015년 7명(13.4%), 2016년 10명(16.1%), 2017년 13명(20.9%), 2018년 15명(13.1%)이다.

기보는 올해 역시 장애인을 대상으로 체험형 청인턴 채용공고를 냈다. 이달 12일부터 22일까지 입사지원서 접수를 실시하고 있는 이번 장애인 청년인턴 채용 인원은 총 21명이다. 근무기간은 5개월이다.

하지만 기보의 장애인 인턴채용 공고를 바라보는 시선은 별로 곱지 않다. 체험형 인턴은 계약기간 종료 시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해 결국 취약계층 고용을 외면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

실제로 기보의 6년간 장애인 정규직 신규채용 비중은 전체의 1.1%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며 총 114명의 정규직을 신규 채용했지만, 장애인 채용에 있어서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모습인 셈이다.

또한 청년인턴의 경우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채용형 인턴을 채용한 2017년 당시에도 장애인은 ‘0명’ 이었다.

현재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개발법에서 공공기관은 정원 대비 3.4% 이상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3.2%에서 올해부터 3.4%로 올랐다. 

만약 이 같은 의무고용률에 미치지 못하면 해당 기관장은 매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기보는 체험형 인턴으로 장애인을 채용해 의무 할당량을 채워나가면서 벌금을 회피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과거부터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

기보는 2016년 기준으로 5000만원의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지만 기보 관계자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 부담금은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앞서 이미 2016년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사안이 도마 위에 올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고, 2010년에는 장애인 고용 증진에 앞장서겠다는 협약을 맺는 등 사회적 약자 고용에 힘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비판이 쏟아지는 실정이다. 

장애인 고용 미달에 따른 벌금을 적게 내기 위해 ‘허울뿐인 장애인 고용률’을 앞세워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이 같은 장애인 고용률과 관련해 모 기업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가 있어도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기보 관계자 역시 이와 비슷한 입장으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장애인 고용률을 늘리기 위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기보 관계자는 “외부와의 접촉이 많은 업무 특성 상 신체적으로 불편함이 있는 (장애인)분들이 채용 지원을 많이 하지 않는다”면서 “공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인턴으로 (장애인을) 뽑아 체험 기회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점을 주고 최대한 많이 채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보증기금 신규채용 현황(2013년~2018년) 자료=알리오
기술보증기금 신규채용 현황(2013년~2018년) 자료=알리오

◆‘장애인 고용촉진’ 강조하는 정부와 엇박..공공기관 신뢰도 추락

한편, 정부는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규칙 4조에 따라 매년 4월을 ‘장애인고용촉진 강조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이날 ‘2019 장애인 고용촉진대회’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고 장애인 고용에 공로가 있는 사업주, 노동자, 업무유공자를 포상했다.

1991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장애인 고용촉진대회’는 장애인 일자리창출 등 고용촉진에 기여한 사업주와 업무에 전념해 모범이 되고 있는 장애인 노동자 사례를 널리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2019 장애인 고용촉진대회’ 슬로건은 ‘함께, 그리고 더 높이’로, 장애인 고용의 문을 여는 열쇠 퍼포먼스를 펼쳤다.

국회는 정책을 만들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사업주는 고용을 늘리고, 노동자는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정부에서도 장애인 고용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기보는 공공기관으로서 솔선수범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정부 기조에 역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논란은 더해지고 있는 분위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공공기관이 최소한의 법규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신뢰도 추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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