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현장조사 당시 서울대 연구진의 실험 보고서 은폐
업무상 과실치사상·증거인멸 이어 특별법 위반 혐의까지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은폐하려 했다가 환경부로부터 추가 고발당했다.

올해 검찰에 제출했던 가습기 살균제 인체 유해성 관련 연구 보고서를 지난해 이뤄진 환경부 현장조사 때는 제출하지 않은 데 따른 것.

이에 따라 SK케미칼은 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관련 자료 은폐 혐의(증거인멸)에 이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위반 혐의를 하나 더 받게 됐다.

2016년 3월9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가습기살균제 원료공급사인 SK케미칼을 규탄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016년 3월9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가습기살균제 원료공급사인 SK케미칼을 규탄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8일 검찰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2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 법인 및 직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제45조에서는 환경부 조사에 대해 거짓된 자료나 물건 및 의견 제출을 거부한 자는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가습기 특별법이 시행된 2017년 이후 해당 조항에 따라 기업 고발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 SK케미칼은 지난해 환경부 현장조사 당시 연구자료를 숨겼다는 점에서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K케미칼이 환경부에 제출하지 않은 자료는 유공(SK케미칼의 전신)이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당시인 1994년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팀에 의뢰해 진행한 유해성 실험 결과다.

이 교수팀은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독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CMIT·MIT 원료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무해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쥐를 상대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에서도 백혈구수 변화가 감지돼 유해성 여부를 추가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SK케미칼은 유해성 여부에 대한 추가 검증 없이 제품을 시장에 유통시켰다.

SK케미칼은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하자 증거인멸은 없었다며 안전성 검사 보고서 일부를 제출했다. 하지만 환경부 조사 당시에는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환경부로부터 고발당하면서 SK케미칼의 범죄 혐의는 오히려 늘게 됐다.

한편, 법원은 지난 17일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홍 전 대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됐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번 건 쟁점제품 출시 전후의 일련의 과정에서 피의자의 지위 및 권한, 관련자 진술 내역 등 현재까지 전체적인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그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조모, 이모 대표이사의 영장은 기각했다.

SK케미칼 관계자가 구속된 것은 두 번째다. 앞서 검찰은 1일 박철 SK케미칼 부사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한 바 있다.

특히 홍 전 대표의 구속으로 SK케미칼은 수세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SK케미칼은 그동안 자사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 유해성이 확인된 바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법원의 판단으로 사실상 홍 전 대표에 대한 과실치사상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됨에 따라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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