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취임 후 충남 대산공장서 두 차례 사고 발생
안전생산본부장 출신..임기 시작부터 이미지 실추 불가피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현대오일뱅크 ‘강달호호(號)’가 공식 출항 직후부터 잇따른 암초를 만나면서 삐걱대는 모양새다.

충남 서산시 소재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지난해 수증기 유출 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 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가스(유증기)를 마시고 중태에 빠지는 등 연이어 안전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까닭.

특히 지난해 11월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에 오른 강달호 사장은 대산공장 안전생산본부장을 역임한 인물로 당시 무재해 1000만 인시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장 취임 6개월도 채 안된 상황에서 안전 관련 잡음이 계속 터지면서 ‘안전책임자’ 출신이라는 명함을 무색하게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책임론마저 불거지는 형국이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사진=현대오일뱅크 홈페이지 캡쳐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사진=현대오일뱅크 홈페이지 캡쳐>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서 근로자 3명 가스 질식..1명 중태

19일 현대오일뱅크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10시10분께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폐유 저장시설에서 A씨(33) 등 근로자 3명이 유증기에 질식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집유조에서 경유 이송펌프를 수리하던 중 유증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A씨는 중태에 빠졌으며, 나머지 근로자 2명은 경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A씨는 현대오일뱅크 자체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뒤 상태가 위중해 다시 닥터헬기로 천안의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근로자들의 현재 상태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측은 <공공뉴스>에 “병원에는 A씨만 남아있다”며 “(A씨는) 소생실에서 치료 중이지만 여전히 의식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근로자들이 사고 당시 공기호흡기를 쓰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 공기 호흡기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고가 공기호흡기 자체 불량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근로자들이 호흡기를 느슨하게 쓰는 등 잘못된 착용에 의한 것인지는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공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조치 이행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이 공장에서 수증기 유출 사고가 발생해 현대오일뱅크의 안전관리에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해 11월16일 오후 3시께 코크스 공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수증기가 외부로 유출됐다.

당시 유출된 수증기 내에는 유해 성분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으며 인명 피해도 없었다. 하지만 수증기에 기름이 섞여 있어 이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악취와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강달호 사장, 연이은 안전 사고에 임기 시작부터 ‘곤혹’

문제는 강 사장이 현대오일뱅크 지휘봉을 잡은 뒤로 현대오일뱅크에서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강 사장은 지난해 11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고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산공장의 안전 가동은 물론 직원 소통을 통해 공정 개선과 혁신에 앞장서는 등 현대오일뱅크 성장에 숨은 역할을 해왔다”고 강 사장 내정 이유를 밝혔다.

강 사장은 대산공장 생산부문장, 중앙기술연구원장, 안전생산본부장을 차례로 거쳤다. 특히 2014년부터 안전생산본부장을 맡으면서 국내 정유사 최초로 무재해 1000만 인시 대기록 작성을 이끌었다.

인시는 공장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누적 합산한 개념이다. 한 명이 한시간 동안 근무한 것을 1인시라고 표현한다. 현대오일뱅크는 2017년 9월 약 4년간 무사고를 기록하면서 무재해 1000만 인시 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강 사장 취임 단 10일 만에 무재해 1300만 인시를 넘어선 대기록은 깨졌고, 반년도 지나지 않아 내부에서 다시 사고가 발생하면서 강 사장의 안전 강조 행보가 무색해지고 있는 실정.

더욱이 최근 산업현장의 안전이 그 어느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강 사장의 역할론과 책임론에 불이 붙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모습이다.

한편, 이와 관련 현대오일뱅크 홍보실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전임 사장 시절에도 항상 안전 최우선을 강조해 왔다”며 “안전 사고에 대비해 훈련과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또 안전 관리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무엇보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회사(현대오일뱅크) 측은 내부 시스템을 최대한 가동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우선 (이번 사고로 인해 중태에 빠진) 환자가 회복되는 것에 회사(현대오일뱅크)는 신경쓰겠다”면서 “이번 일을 경험 삼아 (안전관리 등에 있어)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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