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묻지마 범죄:방화·살인에 이웃 공포감 확산→‘제2의 안인득’ 막는 무관용 원칙 필요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최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죄 없는 주민들이 단지 이웃이라는 이유만으로 참혹한 죽음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많은 사상자가 나온 사건인 만큼 국가직으로 일하는 경찰에 대한 신뢰가 점점 저하되고 있는 실정. 이런 상황 속 경찰들이 내놓은 카드는 범인의 신상 공개였다. 이는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빠른 결정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회사원 A씨의 눈에는 경찰이 얼굴 공개 전략이 국민들의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리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면 피의자에 대한 존재가 흐릿해질 것이 뻔한데, 그에 대한 신상 공개는 그저 일시적 분풀이에 불과하다고 A씨는 생각했다. 피의자는 오래전부터 흉폭한 범죄를 저질러 왔지만 경찰은 크게 우려를 하지 않았으며 재판부 역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만약 당시 제대로 처벌했다면 이런 참혹한 사고가 발생했을까? 특히 피의자는 오랜 시간 아파트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한두 사람이 아닌 많은 이들이 신고를 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한 사람의 행포로 인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음에도 경찰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본 A씨는 처음으로 내 이웃이 무서워졌고 자신에게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봐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 및 흉기난동 사건으로 소중한 목숨을 잃은 희생자 고(故) 황모(74)씨의 발인식이 21일 진주혁신도시 내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 됐다. <사진=뉴시스>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 및 흉기난동 사건으로 소중한 목숨을 잃은 희생자 고(故) 황모(74)씨의 발인식이 21일 진주혁신도시 내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 됐다. <사진=뉴시스>

지난 17일 발생한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42)의 과거 행적이 속속 드러나면서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아파트 주민 등과 잦은 갈등을 빚어 경찰이 수차례 출동했지만, 이번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치안당국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는 상황.

이번 사건을 비롯해 폭력 성향 정신질환자에 의한 유사 범죄가 잇따르며 사회적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70대 희생자 눈물 속 첫 발인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5명 중 1명의 발인이 21일 진행됐다. 사고 발생 5일 만이다.

경남도와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진주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희생자 황모(74) 씨 장례 절차가 시작됐다.

다만 발인과 별개로 희생자 5명의 유가족은 입원 환자 완치 시까지 치료비 전액 지원을 요구하며 진주시 등과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7명 중에는 희생자 5명의 가족이 포함돼 있다.

앞서 유가족 측은 17일 사건이 발생하기 전 여러 차례 경찰 등에 방화·살인 피의자 안씨의 난동 등을 신고했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참사로 이어졌다며 국가기관의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안씨는 17일 오전 4시29분께 자신이 사는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 4층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려고 나온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5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 9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19일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씨의 얼굴이 공개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경남 진주경찰서를 나서는 안씨의 얼굴에 마스크를 등으로 가리지 않는 방법으로 얼굴을 공개했다.

안씨는 범행동기를 묻는 질문에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했다. 하소연을 해도 경찰이나 국가로부터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해 화가 날 대로 났다”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 “진주시 비리와 부정부패가 심각하다”며 “여기에 하루가 멀다고 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제대로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특정인 목표로 범행을 저질렀느냐’는 질문엔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했으며 ‘억울한 점이 있느냐’는 질문엔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잘못에 대해서는 처벌받겠다”고 짧게 답했다.

계획범죄 여부에 대해서는 “준비가 아니라 불이익을 당하다 보면 화가 나서”라고 부인했다.

이날 안씨는 특별한 조사 없이 진주경찰서 유치장에 계속 있다가 진주시내 한 병원에서 다친 손을 치료받기 위해 경찰서를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범행 당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다 자신의 손까지 다쳤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2는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최근 사례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김성수(29), 손님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흉기로 살해한 뒤 과천 서울대공원 근처에 유기한 변경석(34), 재가한 어머니 일가족을 살해한 김성관(35), ‘어금니 아빠’ 이영학(36) 등이 있다.

경찰은 안씨 신상 공개로 안씨 가족 등 주변인이 2차 피해를 겪지 않도록 진주경찰서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가족보호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흉기난동 사건을 벌인 안인득(42)씨가 19일 치료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18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안씨의 이름·나이·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흉기난동 사건을 벌인 안인득(42)씨가 19일 치료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18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안씨의 이름·나이·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 ‘진주 묻지마 칼부림’, 경찰 책임론 논란..“초기대응 부실” vs “제도 미흡”

경남 진주 ‘무차별 칼부림’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경찰의 대응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경찰의 책임을 묻기보다 미흡한 제도를 보완하고 우범 정신질환자에 대한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씨에게 가족을 잃었다는 호소글이 올라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할머니와 동생을 잃고 이모는 부상했다는 유족의 글이 공유됐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하루아침에 가족이 파탄난 상황을 설명하며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국민청원에 동의해줄 것을 호소했다.

글쓴이는 “새벽에 창문 깨지는 소리와 푹죽 터지는 소리, 여자남자의 비명소리를 듣고 무서워 불을 켰다. 제 방 창문으로 이미 연기가 들어오고 있는 상태였으며 저는 이모, 이모부, 동생이 있는 방으로 뛰어가 불이 났으니 피하자고 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동생과 이모에게 물젖은 수건을 건네고 나가는 도중 2층에서 끔찍한 살인자를 만났다”며 “저와 먼저 눈이 마주쳤지만 바로 앞에 있던 제 동생을 먼저 붙잡고 흉기로 공격했다. 예쁜 동생은 그렇게 12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적었다.

글쓴이는 당시 범행을 말리던 이모가 크게 다쳤고 3층에 지내시던 할머니는 숨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 가족을 파탄 낸 사람이다. 도와달라”며 “귀찮으시더라도 청와대 청원 한 번씩 만 들어가셔서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이 끔찍한 살인은 다 계획돼 있었던 거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글은 2개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진주 방화 및 살인 범죄자에 대해서 무관용 원칙이 필요합니다’는 글에 14만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아파트에 고의로 불을 피운 것도 모자라 대피하는 인원에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범죄”라며 “이런 사람이 사형제도가 있었다면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 시각이 오전 4시30분으로 알려져 있다. 생각해보라. 아파트 주민 모두가 잠든 시각”이라며 “이는 명백한 계획적 범죄다. 경찰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저격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12살 어린이를 포함해 피해자들은 어떤 죄가 있길래 이 사건에 기인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라며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사람에게 무차별적 흉기를 휘둘렀다면 더 이상 자비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사는 정확히, 형량은 유가족과 이 사건을 접한 모든 이의 분노를 담아 판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진주 계획형 방화·살인사건에 초기 부실한 대처로 예견된 사건을 막지 못한 경찰들 및 관련자들의 엄중한 수사를 부탁드립니다’는 글에도 14만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인은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안씨는 올해에만 수차례 신고 당했지만 증거가 없다며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경찰은 사건 발생 일주일 전에도 수사했으나 안씨의 정신 병력을 알지 못했다”고 경찰의 부실했던 초기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안씨는 2015년 폭력 혐의로 재판받았을 때 조현병 판정을 받고 ‘보호관찰 대상’이 됐다”며 “그런 사람이 또다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경찰이 알지 못했던 것은 매뉴얼의 문제이냐, 경찰들의 근무태만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참사 이전에 있었던 신고에서 관련 경찰들이 ‘정확한 매뉴얼대로 대처하고 조치를 취했는지’ 엄중히 수사하라”면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경찰들의 사과와 이들에게 처벌을 내릴 것을 요청했다.

반면 ‘진주 사건과 관련해 출동 경찰관에 대한 문책을 중단할 것을 청원한다’는 청원도 눈길을 끌었다. 경찰의 대응이 문제였다는 관점과는 달리 법과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청원인은 “경찰을 대역죄인을 만드는 것은 이 사건이 본질을 잃고 희생양을 찾아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며 “이번 사건은 출동한 경찰관 개인의 실수나 태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법·제도의 부재와 땅에 떨어진 경찰관의 권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도 5만9000여명의 동의가 있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제2의 안인득’ 막아야..희생자 유족 “국가기관 공식 사과하라”

안씨가 아파트 주민 등과 잦은 갈등을 빚어 경찰이 수차례 출동했지만 이번 사건을 미연에 방지 못해 치안당국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는 실정.

최근 1년간 안씨의 폭력행위 등으로 경찰이 출동한 횟수는 8번. 특히 경찰이 출동한 횟수가 3월 한 달 동안에만 5건으로 집중됐다.

안씨는 3월 상대동 소재 호프집에서 한 시민과 시비가 붙어 망치로 위협, 주먹으로 폭행해 특수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또 1월 상대동 자활센터에서 시비가 붙어 직원 2명을 폭행, 불구속 기소처분을 받았다.

이에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 희생자 유족들은 19일 국가기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발인을 잠정 연기하기도 했다.

희생자 유족 측은 이날 “국가기관에서 공식 사과를 하지 않으면 발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사건이 국가적인 인재로 발생한 점을 국가가 인정하고 국가기관이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유족 측은 “국가는 현재까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공식적인 사과도 없었다”며 “이는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공식 사과가 없으면 발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시는 이런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기관의 확실한 대응과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관계기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유족 측은 경찰청장이나 경찰서장이라도 공식적인 사과를 하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공식사과를 받고 싶은 국가기관’에 대해 “경찰청장”이라고 답하며 “경찰청장이 아니면 경찰서장이라도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하면 유족은 수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민갑룡 경찰청장 등은 18일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경찰청장에 이어 경찰서장의 합동분향소 방문은 단순한 조문으로 국가기관의 공식적인 사과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8시30분 희생자 3명의 발인 장례를 치르기로 했으나 발인 1시간여 전에 갑자기 취소했다. 이들은 “희생자 5명이 같은 피해를 봤고 다 함께 추모하기 위해 발인 장례도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이낙연 국무총리는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건을 사전에 막지 못한 경찰의 대응을 질책한 바 있다.

이 총리는 18일 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증오범죄로 보이는 범행으로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라며 “경찰은 그런 참사를 미리 막을 수는 없었는가 등 돌이켜 보아야 할 많은 과제를 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범인은 오래전부터 이상행동을 보였고 따라서 그런 불행을 막을 기회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라며 “하나하나 되짚어보고 그 결과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치정과 원한 등 강력범죄의 동기가 뚜렷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식 강력범죄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번 방화·흉기 난동 사건으로 범죄자와 민원 신고 누적자를 임대 아파트에서 강제 퇴거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 

특히 과거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이 이제는 공포의 대상이 되면서 소통 단절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시민들의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서는 묻지마 범행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경찰 대처 매뉴얼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근본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사건, 사고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 지 모른다. 때문에 법과 제도 등 실질적인 대책을 통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이웃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요즘, 더 이상의 불미스러운 일의 발생을 막아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속담을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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