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치킨업계 1위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외식 프랜차이즈업체 교촌에프앤비가 ‘유통업계 산증인’으로 꼽히는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을 새 회장으로 선임하고 제2의 도약에 나섰지만, 그러나 일각에서는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불거진 ‘친인척 갑질’ 이슈로 창업주 권원강 회장이 물러나고 교촌에프앤비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체제에 돌입한 상황.

이런 가운데 새롭게 회사를 이끌 소 회장은 과거 롯데그룹 오너일가의 경영비리,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렸던 인물인 까닭이다.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 움직임이 확산되는 등 한차례 홍역을 겪으며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교촌에프앤비가 투명한 경영을 위해 소 회장을 영입했지만, 갑질보다 국민의 이목이 더 많이 쏠렸던 사건에 새 수장이 연루됐었다는 점에서 ‘소진세 카드’가 회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22일 경기도 오산시 소재 교촌에프앤비 본사에서 소진세 신임 대표이사 회장이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교촌에프앤비
22일 경기도 오산시 소재 교촌에프앤비 본사에서 소진세 신임 대표이사 회장이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교촌에프앤비>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 취임..‘40년 롯데맨’ 유통 전문가

교촌에프앤비는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소 전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을 선임했다고 22일 밝혔다.

소 회장은 40여년간 유통업에 종사하는 등 업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다.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과 마케팅본부장, 롯데미도파 대표이사, 롯데슈퍼 대표,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등을 역임했다.

교촌에프엔비는 소 회장의 경험과 경영 능력으로 경영 혁신에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는 창업주인 권 전 회장의 경영 혁신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회장은 지난달 13일 진행된 창립 28주년 기념 행사에서 경영 퇴임을 공식 선언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변화를 예고했다.

당시 권 회장은 “교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변화와 혁신에는 한 사람의 회장이 아닌 보다 투명하고 전문화된 경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교촌에프앤비는 신임 대표로 황학수 총괄사장을 선임했다.

특히 교촌에프앤비가 전문경영인 체제에 돌입한 것은 지난해 말 권 전 회장의 6촌 동생인 권순철 상무의 갑질 파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사실상 회사 ‘2인자’로 활동해 온 권 상무가 직원을 때리고 욕설을 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또 권 상무는 이 같은 갑질로 퇴직했으나 10개월 만에 다시 복직해 보복인사를 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권 상무는 결국 사의를 표명했으며, 권 전 회장은 사과문을 내고 여론 다독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교촌치킨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회사는 경영상 타격을 입었다. 

이날 교촌에프앤비 회장에 오른 소 회장은 교촌에프앤비의 두 번째 전문 경영인이다. 소 회장은 황 총괄사장과 함께 교촌에프앤비 경영 전반에 나서서 회사의 ‘제2의 도약’을 이끌 예정.

이날 경기 오산시에 위치한 교촌에프앤비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소 회장은 “교촌이 가진 상생의 가치를 발전시키고, 글로벌 교촌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에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그는 이를 위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 시스템 확립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형성 ▲상생의 가치 발전 등을 향후 경영 방향으로 제시했다.

교촌에프엔비 관계자는 “소 회장의 경험과 능력이 접목돼 더 전문성이 강화된 조직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교촌에프앤비 홈페이지 캡쳐

◆‘국정농단‘ 의혹 검찰 조사 오점..‘제2의 도약’ 발목 잡나?

소 회장의 취임으로 업계에서는 교촌에프앤비가 ‘갑질’ 꼬리표를 완전히 떼고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갑질 사건보다 더 큰 국민적 공분을 샀던 국정농단 사건 등에 소 회장의 이름이 거론됐던 까닭에 교촌에프앤비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소 회장은 2016년 10월 롯데그룹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당시 롯데그룹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아울러 롯데그룹의 경영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그룹 오너 일가와 함께 재판을 받기도 했다. 재판에 넘겨지기 전 각각 참고인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도 받았다.

물론 결과적으로 소 회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렸던 사건에, 그리고 현재까지도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소 회장에게 상당히 큰 오점이 아닐 수 없다. 

교촌에프앤비는 투명경영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업계 전문가로 통하는 소 회장에게 경영을 맡겼지만 그의 능력에도 불구, 과거 꼬리표가 향후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교촌에프앤비 홍보팀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앞선 이슈(국정농단 연루 등)가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교촌에프앤비가)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새로운 영역의 시장에 도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 회장이 롯데에서 40여년간 쌓아온 경험이나 경영 능력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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