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담배 노출 최소화하기 위한 제작자 협조 필요..모니터링 강화할 것”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청소년들이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 웹툰 작품의 절반 이상에서 담배 제품이 나오거나 흡연 장면이 등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특정 담배상표(브랜드)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담배제품을 직접 노출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상 흡연 행위 표현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청소년의 흡연 장면을 묘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처럼 담배와 흡연 장면이 무분별하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노출되고 있지만 법정 제재 장치 등은 없는 상황. 이 때문에 청소년들이 흡연 장면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작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TV 드라마 53.3%, 영화 50.4% 흡연 장면 노출

22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가 발표한 ‘오락매체(미디어)에서의 담배 및 흡연 장면 등장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텔레비전(TV) 드라마·영화·웹툰·유튜브 등 4개 매체에서 담배제품이나 흡연 장면이 빈번히 등장했다.

조사 대상인 텔레비전 드라마 15개 작품 가운데 8개 작품(53.3%)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나왔다. 특히 8개 작품 모두 ‘15세 이상 관람가’로 지정돼 청소년 시청이 가능했다.

지상파·종편·케이블로 구분해보면 지상파는 1개 작품(20%), 종편 4개 작품(80%), 케이블 3개 작품(60%)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평균 등장 장면 수는 지상파 5회, 종편 4회(1~7회), 케이블 14.3회(4~20회)로 케이블 드라마에서 등장 빈도가 월등히 높았다. 심지어 케이블 드라마 가운데선 청소년이 흡연하는 장면도 2회 방영됐다.

1년6개월 동안 기간별 흥행순위 상위 영화 125개 작품 중 절반인 63개 작품(50.4%)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나왔다.

영화 등급별로 보면 아동·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전체관람가 영화 18개 작품 중 1개 작품(5.6%)에서 담배가 등장했으며 12세 관람가는 43개 작품 중 15개 작품(34.9%), 15세 관람가는 51개 작품 중 35개 작품(68.6%) 등에서 담배나 흡연 장면이 나타났다. 또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는 거의 대부분인 92.3%(13개 작품 중 12개 작품)이 담배나 흡연 장면을 노출하고 있었다.

담배 및 흡연 장면이 있는 작품만 비교한 결과 전체관람가는 4회, 12세 이상 관람가는 평균 4.1회(1~13회), 15세 이상 관람가는 평균 9.8회(1~32회), 청소년 관람불가는 평균 13.8회(1~29회)씩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하는 등 관람 연령 등급이 높아짐에 따라 등장횟수도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21편의 영화에서는 담배상표(브랜드)를 쉽게 식별할 수 있었으며 1편에서는 청소년이 직접 흡연하는 장면도 있었다.

특히 아동·청소년이 볼 수 있는 영화들 가운데 한국 영화가 외국 영화보다 담배나 흡연 장면을 더 많이, 더 자주 화면에 담았다.

상영등급별로 담배나 흡연 장면을 등장시킨 유일한 전체관람가 영화는 한국 영화였으며 12세 관람가 15편 중 9편(60%), 15세 이상 관람가 35편 중 24편(68.6%)도 한국 영화였다. 작품당 평균 등장 횟수도 한국 영화는 12세 4.3회, 15세 10.9회로 각각 3.7회, 7.4회인 외국 영화보다 잦았다.

아울러 1년 6개월 동안 주요 포털사이트(네이버, 다음)에 연재된 웹툰 42개 작품의 1537편을 조사한 결과 21개 작품(50%) 145편(9.4%)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있었다.

조사 대상 작품은 연령제한 없이 누구나 볼 수 있었으며 특정 담배 상표(브랜드)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담배 제품을 직접 노출한 경우도 7편 있었다.

유튜브에서는 담배를 반복적으로 다루고 구독자가 1000명 이상인 11개 채널의 1612개 영상을 모두 조사한 결과 72.7%(1172개) 영상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이 중 86%(1008개) 영상에선 유튜버가 직접 흡연하고 있었다.

문제는 흡연 장면이 있는 영상의 99.7%(1168개)가 별도의 연령제한 조치가 없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전체 이용가였다는 점이다.

흡연 장면이 있는 영상 대부분(91.5%, 1072개)은 전자담배 사용후기 영상이었다.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영상, 신분증이 없을 때 담배를 구매하는 요령을 안내한 영상 등 청소년의 흡연을 조장하는 내용도 있었으며 92.2%(1081개)의 영상은 담배와 상표가 직접 노출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락매체를 통해 담배 및 흡연 장면이 지속적으로 청소년에게 노출되면 청소년의 흡연시도 가능성이 커지거나 흡연에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매체에서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등급의 경우 담배 및 흡연 장면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작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향후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오락매체가 청소년의 흡연을 조장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 사회적 자정 분위기를 형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청소년 10명 중 9명 이상 담배진열 목격..70% 담배브랜드 인지

한편, 청소년들은 학교 주변 편의점 등에서 담배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주변에 담배를 판매하는 소매점이 평균 7곳으로 확인된 가운데 1곳당 평균 22개의 담배광고물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는 청소년이 자주 오가는 학교 주변(교육환경보호구역) 담배소매점에서의 담배 광고 실태 및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10월 서울 시내 학교 200곳의 교육환경보호구역(학교 주변 200m 이내)에 위치한 담배소매점 1011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담배소매점 실태조사 결과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담배소매점은 평균 7곳이었고 가장 많은 곳은 27곳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담배소매점 유형은 편의점(49.7%)과 일반마켓(32.4%)이 대부분이었고 아동·청소년 출입이 잦은 가판대나 문구점, 서점 등에서도 담배를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담배소매점 중 91%가 담배광고를 하고 있었다. 소매점당 담배광고물도 평균 22.3개로 전년보다 7.6개 증가했다. 편의점의 경우 전년보다 8.9개 많은 33.9개를 게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담배광고물은 발광다이오드(LED) 화면·포스터·스티커 형태 등으로, 소매점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잘 보였다. 아동·청소년이 좋아하는 제품(과자, 초콜릿, 사탕 등)과 담배모형 등 담배광고물이 가까이 배치돼 직접 만져볼 수도 있는 경우도 있었다.

담배광고 내용 역시 담배의 유해성을 간과하게 만들 우려가 있거나 담배의 맛, 향 등에 긍정적인 문구와 그림을 사용해 담배 구매를 유도하고 있었다. 또 청소년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동물 그림이나 유명 영화 캐릭터 디자인을 전자담배 기기 등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고등학생 9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4.2%는 일주일에 3회 이상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의 담배소매점을 이용했다. 청소년의 94.5%가 담배 판매 소매점에서 진열된 담배를 목격한 경험이 있으며 85.2%는 담배광고를 본 경험이 있었다.

10명 중 7명(69.1%)은 1개 이상의 담배상표(브랜드)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5개 이상 브랜드를 알고 있는 경우도 12.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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