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국민이 준 마지막 과업, 남은 여생 기꺼이 헌신”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이하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출범했다.

미세먼지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견해차와 정부 내 역할의 중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반 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울 전망이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 위원장은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에서 “미세먼지 해결을 국민이 제게 주신 마지막 과업이라고 생각하고 비장한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6개국 중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라며 “맘놓고 숨쉬지 못하는 이 나라에 살기 어렵다. 심지어는 이민을 고민 중이라는 국민을 만날 때 매우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는 그간 국민 성원에 힘입어 유엔 사무총장직에 오르는 영예를 누렸고 주요 국제적 환경 분야에서 공헌할 수 있었다. 이제 제가 국민이 주셨던 성원에 보답할 차례”라며 “다시금 범국가적인 과업을 완수하라는 부름을 받았으니 제 남은 여생을 기꺼이 미세먼지 문제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전했다.

반 위원장은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사회 각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그간 추진이 어려웠던 과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안을 제시하기 위해 어떤 소수 이해관계자나 기득권을 넘어서 전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의 총의를 모으는 데 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올해 겨울철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단기적 정책 중심으로 추진하고 내년부터 중장기 대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반 위원장은 “미세먼지 문제는 법·제도, 산업·경제, 교통·에너지시스템, 일상생활 등 다양한 분야가 서로 밀접히 연계돼 있다”며 “어느 한 분야만 수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업, 에너지, 기술 분야의 혁신도 필수적이다. 미세먼지 배출 및 2차 생성을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이나 청정에너지 기술개발 분야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주변 국가들과도 협력할 수 있도록 산업계와 학계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반 위원장은 중국 등 이웃나라와의 협력도 강조했다. 그는 “그 협력이 양국 상호간 실질적 이익이 되려면 국내적으로 미세먼지 배출원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4월초 만난 시진핑 (국가)주석은 미세먼지로 한국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양국이 서로 경험을 공유해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뜻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의 정책적 노력과 국민적인 성원이 충분히 뒷받침될 때 중국 역시 우리의 협력 의지에 대해 신뢰하고 실질적 협력이 가능해진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반 위원장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온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반 위원장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다양한 요인을 해결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불편함을 감수하게 될 수도 있고 적지 않은 사회경제적 비용이 수반될 수도 있다”며 “합의에 이르려면 갈등이 일시적으로 더욱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이 이익집단 간의 비타협적 대결이나 정치권의 정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기는 지위고하,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노출돼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사회 분열적 요소를 넘어서 정부, 지자체, 기업, 국민, 그리고 정치권 등 모두가 단결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며 “국민적 관심과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이 문제를 해결할 절호의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세먼지는 인간이 만든 문제다. 따라서 인간이 해결할 수 있다”며 “우리가 뭉치면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맘껏 뛰놀고 호흡할 푸른 하늘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반 위원장을 비롯해 사회 각계 대표인사 43명으로 꾸려졌다.

산하에는 사무처와 함께 저감위원회, 피해예방위원회, 과학기술위원회, 국제협력위원회, 홍보소통위원회의 분야별 ‘전문위원회’와 사회 원로로 구성된 ‘자문단’을 뒀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사회적 재난 수준에 이르는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을 국민 눈높이에서 검토해 정부에 제안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미세먼지로 같은 어려움을 겪는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기구의 몫이다.

다음달 중 통계적 추출과 공개모집 방법으로 500여명의 ‘국민정책참여단’을 구성한 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단·중·장기 방안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내로 ‘국민대토론회’를 열어 미세먼지 관련 의제를 도출하고 하반기에 전문위원회와 자문단의 지원을 받아 숙의 과정을 거친 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기 도래 이전에 정책 대안을 정부에 제안한다.

다만 시민단체 등은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주최한 ‘미세먼지 해결 범국가기구, 제대로 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이 기구가 미세먼지 대책을 직접 추진하기보다는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는 형태, 정부에 대한 잔소리꾼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3년인 점을 고려하면 앞서 유명무실화된 전례가 있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등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또 정치적 역할을 하는 조직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를 통해 “국민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성과를 반드시 내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주실 것을 믿는다”며 “나아가 이웃 국가와의 협력과 공조를 통한 기후환경문제 해결의 모범사례로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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