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vs학대:어른들의 잘못된 인식에 고통받는 아이들→공감대 형성으로 올바른 소통

훈육과 학대의 차이를 아시나요?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딸을 둔 40대 주부 A씨는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미안함에 잠 못드는 날이 많아졌다. A씨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화목한 가정을 꾸려왔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가 악화되면서 집안 경제 사정은 더 어려워졌고, 남편과의 부부싸움도 잦아졌다. 그럴 때마다 A씨는 딸 B양을 앉혀놓고 집안 문제에 대해 하소연했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했다. A씨는 비록 사는게 힘들긴 하지만 딸과의 관계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평소 대화도 많이 나누고 친구처럼 지내는 까닭에 아이를 올바르고 문제 없이 키우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딸 B양의 몸에 꼬집거나 할퀸 손톱 자국 등 상처가 보이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흉터가 사라지기는 커녕 점점 늘어갔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에 딸에게 물었지만 B양은 전혀 그런 일이 없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다고 대답했다. 아무렇지 않은 딸의 반응에 A씨는 안심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그러던 중 B양의 손목에 큰 상처를 발견한 A씨는 딸에게 상처에 대해 물었고 B양은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이 낸 상처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B양과 함께 병원을 찾은 A씨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자신이 집안 문제로 하소연한 것들이 딸에게 부담감과 스트레스로 작용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 A씨는 딸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했지만, 오히려 B양은 이런 엄마의 행동이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한다고 느꼈고 습관성 자해까지 이르렀다는 진단이었다. 그동안 B양에게 매 한번 들지 않았던 A씨는 자녀에게 부모의 힘든 상황을 너무 많이 얘기하는 것 또한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몰라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아이돌봄 아동학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아이돌봄서비스 이용가정 부모들과 간담회를 하며 아이를 안고 있다. <사진=뉴시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아이돌봄 아동학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아이돌봄서비스 이용가정 부모들과 간담회를 하며 아이를 안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들은 어른의 울타리 안에서 성장을 할 때까지 보호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가족 또는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아동 훈육을 빙자한 채 신체·정서적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동학대 관련 처벌 및 재발방지를 원하는 여론에 힘입어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이 제·개정되기도 했으나 여전히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거나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아동학대는 단순히 피해아동에 대한 학대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닌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 된다.

특히 학대 당한 아이는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 아이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채 어른이 되고 늙어버린 부모보다 힘의 우위에 있게 된다. 이는 노인학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아동학대 피해자가 단번에 노인학대의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것도 학대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많은 상황들이 정신적, 신체적, 성적 학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 폭력에 멍든 아이들..아동학대 행위자 70%는 ‘부모’

아동학대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학대 행위자는 부모인 경우가 매년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를 예방하려는 사회의 노력에도 학대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5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7년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연도별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시작된 2001년부터 최근까지 단 한 번 감소 없이 매년 증가했다.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2001년 2105건에서 해마다 늘어가 2014년 처음으로 1만건을 넘었다. 2017년에는 2만2367건으로 약 10배로 늘어났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하는 피해아동수는 2014년 1만명을 웃돌았고 2017년에는 1만8254명이었다.

아동학대로 인한 가장 치명적인 결과는 사망이다. 아동학대 현황을 집계한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총 216명이 아동학대로 숨졌다.

아동학대로 숨진 어린이 수는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17명 사이를 오갔으나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36명과 3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망 아동 현황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들어온 사례만을 집계한 것으로 실제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기관이 직접 접수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전달하지 않아 누락될 수 있고 의료기관에서 사망한 아동의 사인이 학대로 판명되더라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보고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

더 큰 문제는 대다수 학대 행위자가 아이를 보호해야 할 ‘부모’라는 사실이다. 실제 학대 행위자와 피해아동과의 관계를 연도별로 보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학대 행위자가 부모(친부모, 계부모, 양부모 포함)인 경우가 매년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리양육자(유치원·초중고교 교직원, 보육 교직원, 시설 종사자 등)에 의한 학대는 2001년 3.0%에 불과했으나 2017년에는 14.9%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7년의 경우 전체 아동학대 사례(2만2367건)에서 부모가 학대 행위자인 것이 1만7177건으로 76.8%를 차지했다. 이어 ▲초중고교 교직원 1345건(6.0%) ▲친인척 1067건(4.8%) ▲어린이집 교직원 840건(3.8%) ▲아동복지시설 등 종사자 285건(1.3%) ▲유치원 교직원 281건(1.3%) 등이었다.

아동학대 사례 유형으로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방임’과 ‘중복학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2017년에는 ‘중복학대’와 ‘정서학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중복학대의 경우 2001년부터 지속해서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며 2017년에는 전체 학대유형에서 48.6%를 차지했다. 이는 여러 유형의 아동학대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으로 해석된다.

정서학대도 2001년부터 계속 늘어서 2017년에는 중복확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21.1%)을 차지했다. 다만 방임은 2008년 40.1%까지 높아진 이후 2017년(12.5%)까지 감소하고 있다.

재학대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12년 914건에서 2013년 980건, 2014년 1027건, 2015년 1240건, 2016년 1591건, 2017년 2160건 등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의회 관계자들이 아동학대 예산 증액 및 종사자 처우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7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의회 관계자들이 아동학대 예산 증액 및 종사자 처우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아동학대 전과자’ 21명, 어린이집·학원 등 버젓이 근무

최근 들어서는 보육기관의 근무조건이 열악하거나 교사 개인의 스트레스도 많아서 영아나 소아에게 잘못된 양태로 감정을 분출하는 사건도 급증하고 있다.

교사가 보육이라는 미명에서 아이를 때리는 것을 방지하고 감시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해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 입장에서는 불안한 실정이다.

실제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원 등 아동 관련기관에서 21명의 아동학대 범죄 전력자가 근무해온 것으로 드러나 시설 폐쇄와 해임 명령이 내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4일 교육부·법무부 등 5개 유관부처와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동 관련기관(34만649개) 운영·취업자 205만8655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관련범죄 전력을 일제 점검한 결과 이같이 적발했다.

아동학대 관련범죄 전력자는 아동복지법 제29조의 3에 따라 아동 관련기관 운영 및 취업이 제한된다.

아동학대 관련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사람은 확정된 때로부터 형 또는 치료감호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10년 동안 아동 관련기관을 운영하거나 해당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아동학대 관련 범죄란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을 다루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범죄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살인·영아살해·촉탁살인·살인미수·살인음모의 형법상 범죄를 말한다.

이번 점검을 통해 아동 관련기관 운영자 6명과 취업자 15명, 총 21명이 적발됐다.

시설유형별로는 ▲교육시설 8명(운영자 2, 취업자 6) ▲보육시설 4명(운영자 2, 취업자 2) ▲의료시설 3명(취업자 3) ▲기타시설 6명(운영자 2, 취업자 4)에서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이 확인됐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교육장은 범죄 전력자가 운영자인 경우 시설 폐쇄를, 취업자인 경우 해임을 명령했다.

적발기관의 명칭과 대상자 수, 조치 내용 등 점검결과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누리집에 1년간 공개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아동 관련기관의 종사자에 대한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을 매년 1회 이상 점검해 아동을 학대 위험 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어린이 인구는 줄고 범죄 피해아동은 증가세

한편, 전체 범죄 피해자 수가 줄고 어린이 인구도 감소하지만 범죄 피해를 겪는 어린이는 해마다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실린 경찰청 범죄통계 결과 12세 이하 범죄 피해자는 2013년 1만2299명에서 2014년 1만2356명, 2015년 1만3133명, 2016년 1만3313명, 2017년 1만3569명으로 꾸준히 늘어 4년 새 10.3%(1270명) 증가했다.

반면 통계청 추계인구를 보면 같은 기간 12세 이하 인구는 616만7000명에서 577만8000명으로 6.3%(38만9000명) 감소했다. 이 기간 전체 범죄 피해자 수도 185만7276명에서 166만2341명으로 10.5%(19만4935명) 줄었다.

12세 이하 범죄 피해자가 당한 범죄 유형 가운데 ‘기타범죄’가 618명에서 2795명으로 2000명 이상 늘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경찰범죄통계 죄명 분류표의 기타범죄에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아동학대 처벌법 위반’, ‘유기와 학대의 죄’, ‘청소년보호법 위반’ 등이 포함돼 있다.

폭행 피해자는 560명에서 840명으로 280명(50%), 횡령은 90명에서 217명으로 127명(141%) 각각 늘어 역시 증가폭이 컸다.

경찰청 관계자는 “2013년 이후 아동학대 관련 범죄 피해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아동학대 처벌법이 공포되는 등 아동학대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피해자가 드러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경찰청이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분석한 통계를 보면 동거친족인 경우가 2013년 1만6337명에서 2017년 3만2389명으로 2배 가까이 커졌다. 이 가운데 폭행이 같은 기간 1만2083명 늘었고 기타범죄도 2347명 증가했다.

체벌이 아동에 대한 훈육의 방식이 돼서는 안 되고 또 그럴 수도 없다. 좋은 체벌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 이는 자신보다 더 크고 강한 어른이 작고 약한 아이를 때리는 것이 허용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심어줄 뿐이다.

아동을 훈육할 때는 내 기준을 버리고 아이의 입장이 돼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먼저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해 준다면 아이와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체벌에 관대한 우리 사회의 의식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세계 인권 선진국처럼 체벌을 법적으로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 훈육과 학대는 엄연히 구별 지어야 하며 힘없는 아이들이 더 이상 아파하지 않도록 이제는 사회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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