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는 ‘이재용 불법승계 게이트’”
그룹은 오너 국정농단 재판에 ‘집결’..갤럭시 폴드 국제적 망신까지
삼성 둘러싼 잡음 중심에는 언제나 ‘이재용’ 기업 오너가 바로 적?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삼성의 적은 바로 이재용?”

삼성그룹 안팎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둘러싼 잡음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면서 결국 이 부회장에게 ‘삼성의 적’이란 오명마저 달리는 분위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 회계부정이 아닌 ‘이재용 불법승계 게이트’라고 칭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을 위한 그룹 차원의 범죄로 임직원들만 구속되는 수난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

게다가 이 부회장이 최근 들어 문재인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에 힘을 쏟는 모습은 취지는 좋으나 ‘이재용-박근혜 뇌물사건’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탓에 이 부회장의 향후 거취를 위한 다른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진 뒤 사실상 삼성의 총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간 이 부회장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들도 잇따르면서 ‘오너 리스크’로 인한 삼성의 위기도 계속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재용 부회장 향하는 ‘삼바 분식회계’ 의혹 檢 칼끝

10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 소속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 TF 소속 서모 상무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다.

사업지원 TF는 삼성그룹의 옛 미래전략실 후신으로 불리는 조직이며 보안선진화 TF는 그룹 전반의 보안을 담당하는 곳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8일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이들 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수사가 시작된 이후 삼성전자 임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번이 처음.

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가 예상됐던 지난해 여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자료, 내부 보고서 등을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서버를 빼돌리거나 직원들의 휴대전화, 컴퓨터 등에서 이 부회장을 뜻하는 ‘JY’나 ‘VIP’ 등 단어를 검색해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같은 과정 전반을 백 상무 등이 지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안담당 직원 안모씨도 증거인멸 등 혐의로 체포해 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달 29일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을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했다.

특히 검찰은 증거인멸 작업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진 점에 주목, 백 상무 등의 신병을 확보한 뒤 삼성그룹 차원의 개입과 상급자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는 이유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커질수록 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합병비율이 유리해지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제일모직 지분 51%를 가지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것.

이 과정에서 회계상 부채로 처리되는 콜옵션을 숨기고, 뒤늦게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한 점이 문제가 돼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회계감리를 받게 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처럼 검찰의 수사 칼끝이 삼성 윗선으로 향하고 있는 분위기 속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 대법원 판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에서 만약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연관성과 그룹 차원의 분식회계 정황이 포착될 경우 이 부회장은 다시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향후 수사 결과에 정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민중당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을 단순 회계부정이 아닌 ‘이재용 불법 승계 게이트’”라며 “검찰은 윗선 중의 윗선, 불법승계 최대 수혜자 이재용을 구속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은 “이쯤 되면 몇몇 개인의 일탈, 한 계열사의 부정이 아니라 삼성그룹 전체가 개입된 총체적 범죄라 할 수 있다”면서 “검찰은 지금이라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이재용의 삼성 불법승계 게이트’로 규정하고 그에 걸맞는 수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국민은 입을 모아 ‘꼬리만 수사 말고 윗선을 잡으라’고 요구한다”면서 “삼성이 범죄증거는 마룻바닥에 숨길 수 있었을지 몰라도, 재벌개혁과 공정경제를 바라는 민심까지 파묻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삼성 계열사의 일탈 행위는 이 부회장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이로 인해 애꿎은 임직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뇌물죄’ 대법원 판결 앞두고 문재인 정부 발맞추는 의도는?

한편, 삼성은 최근 들어 고용 및 투자 확대 등 정부 현안에 발맞춘 대내외 행보에 앞장서면서 재계 1위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정부 주도 행사에 잇따라 참석하면서 문 대통령과의 스킨십도 늘리고 있는 상태.

그러나 이 부회장과 삼성의 이 같은 행보에 곳곳에서는 불편한 시선을 쏟아내고 있다.

대규모 고용 창출과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최근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은 미세먼지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는 이 부회장이 뇌물 사건 재판 중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재판 1심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이 ‘액수 미상의 뇌물’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이후 항소심에서 이 부분이 뒤집히면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석방됐다.

대법원은 항소심 선고 결과에 따른 법리적 쟁점을 검토 중이며 ‘묵시적 청탁’ 여부에 대한 판단이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더욱이 삼성이 이 부회장의 재판에 역량을 집중시키면서 국제적인 망신살까지 뻗친 모습이다.

이는 지난달 26일 출시 예정으로 미국에서 사전예약을 접수했다가 품질 논란이 불거지자 출시를 미룬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때문.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가 화면 결함으로 출시가 잠정 연기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삼성이 이 부회장 재판에 몰두해 품질을 뒷전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삼성을 둘러싼 잡음 그 중심에는 이 부회장의 이름이 매번 오르내리면서 기업 오너가 아군이 아닌 적군으로 평가되고 있는 실정.

글로벌 굴지의 대기업 삼성을 이끄는 이 부회장이 기업 대내외 신인도와 이미지에 오히려 독이 되는 듯한 모습은 급기야 임직원의 사기마저 떨어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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