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 아이의 세상 바꾸는 따뜻한 실천→편견 없는 문화 정착으로 만드는 가족 울타리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40대 주부 A씨는 최근 남편과 둘째 아이를 입양하는 문제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결혼 7년 만에 귀한 첫 아이를 얻었지만 첫째 출산 이후 몸 상태가 나빠져 다시 아이를 가지기 힘들게 됐고, 이제 막 4살이 된 아들에게 동생이라는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 물론 A씨 부부가 무작정 입양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첫째 소식이 늦어질 당시부터 A씨 부부는 만약 아이를 가지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입양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상태. 주위에서는 ‘친자식이 아닌데 잘 키울 수 있겠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A씨 부부는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부부는 보육원에서 종종 봉사활동을 해왔던 터라 오히려 아픈 상처를 입은 아이에게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1년 중 가정의 달로 불리는 5월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족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을 맞아 곳곳에서는 각종 이벤트와 행사를 진행하며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 

반면 가족이 없는 아이들에게 가정의 달은 우울할 수밖에 없는 모습. 특히 갓난아기 때부터 부모에게 버림을 받거나, 부모의 어쩔 수 없는 사정상 입양시설 등에 맡겨진 아이들은 자신의 선택이 아님에도 따뜻한 부모의 정도 느껴보지 못했다는 아픔을 평생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배우 신애라씨가 1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4회 입양의 날 기념행사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14번째 입양의 날..신애라 “입양은 축하 받을 일”

보건복지부는 11일 오전 11시 세종대학교 컨벤션홀에서 입양가족, 유공자 및 관련 기관·단체 등이 함께하는 ‘제14회 입양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복지부는 올해 “입양, 세상 전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한 아이의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입양 유공자 25명에게 포상을 수여했다. 정부포상 7명(훈장 1·대통령표창 2·국무총리표창 4명), 보건복지부장관표창 18명 등이다. 

특히 배우 신애라씨는 2명의 아이를 입양한 입양가족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입양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등 입양문화 확산 및 인식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신씨는 정기적으로 입양대상 아동들을 보호하는 영아일시보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해왔으며, 2005년과 2008년도에 두 아이를 공개입양을 했다.

복지부는 공인으로서 국민들의 입양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긍정적으로 환기시키는 촉매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씨는 2011년부터 각종 방송 등 대중매체를 통해 가정이 필요한 아동들의 현실을 적극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으며 자신의 입양철학과 소신을 전달해 입양의 사회적 편견해소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아울러 각종 강연과 세미나 등에 참석해 입양과 가정위탁 등을 홍보했고 중앙입양원 및 한국입양홍보회의 홍보대사로서 입양가족 캠프, 연말모임 등 여러 행사에 참석해 입양가족들을 격려하고 입양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수행했다. 

신씨는 이날 행사에서 “입양은 상 받을 일이 아니라 축하 받을 일”이라며 “수많은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고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하자는 격려의 의미로 감사히 받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입양의 날’ 기념행사는 지난 2006년부터 이어져 왔다. 국내입양 활성화 및 입양인식 개선에 기여한 유공자 포상 및 입양가족 격려 등을 통해 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다. 

이날 행사에는 권덕철 복지부 차관과 입양가족 및 유공자, 입양기관·단체 등 약 1000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에 이어 어린이와 부모님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족 운동회가 진행됐고, 지난 3~4월 중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입양 상징(엠블럼) 수상작에 대한 시상도 진행됐다. 

정부는 지난 2월 ‘아이가 행복한 환경조성’을 혁신적 포용국가의 핵심과제로 설정해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입양에 대한 공적책임을 강화해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가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방침. 

권 차관은 “2019년은 아동의 기본적 권리로서 아동수당이 보편 지급되고 아동보호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아동 권리보장원이 출범하는 해로 아동복지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입양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편견을 해소해 더 많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도별 입양 현황 <자료=보건복지부>

# 지난해 국내외 입양아 681명..미혼모 아동 압도적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국내외로 입양된 아동은 총 24만8024명이다. 전체 입양 아동 수는 2014년 1172명, 2015년 1057명, 2016년 880명, 2017년 863명, 2018년 681명 등 최근 5년간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2008년 이전까지 국외입양이 전체의 70%를 차지했지만, 2009년 이후부터는 국내입양이 국외입양을 상회하는 추세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입양 보금자리를 찾은 아동(681명) 가운데 국내에서 입양된 아동은 378명(55.5%),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303명(44.5%)로 2017년(863명) 대비 182명 감소했다. 

또한 지난해 국내입양의 경우 건강이상 아동이 적은데 비해 국외입양은 절반가량이 건강이상 아동(135명)으로 전년(111명) 대비 24명(21.6%포인트) 증가했다. 입양대기 아동 중 건강한 아이가 우선 국내입양 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국외입양은 건강이상 아동이 전체(303명)의 44.5%(135명)로 높게 나타났다. 

건강이상은 미숙아, 저체중아, 조산아 등 다양한 유형으로 진단되고 있으나 대부분 영아로 장애 등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국내에서는 여아 입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입양 여야의 비중은 71% 였으며, 연령별로는 3개월~1세 미만 아동이 65.1%로 가장 많았다. 

반면 국외입양은 남아 비율이 73%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령별로는 1~3세 미만이 전체의 97%를 차지했다. 

국내외 입양 모두 미혼모 아동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내입양의 경우 지난해 미혼모 아동이 83.3%였고, 다음으로 유기아동(12.5%), 결손가정 등(4.2%) 순이었다.

입양국가별 해외입양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국외입양 아동 303명 가운데 미국이 188명(62%)을 입양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68.8%) 대비 6.8%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다음으로 스웨덴(28명·9.2%), 캐나다(22명·7.3%), 노르웨이(19명·6.3%), 호주(14명·4.6%), 이탈리아(12명·4.0%), 덴마크·프랑스(각 7명2.3%), 룩셈부르크(5명·1.7%), 독일(1명·0.3%) 등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경우 2002년 당시 1명을 기록한 이후 재진입 했다.

<사진=뉴시스>

# 한 아이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름다운 문화

이처럼 과거에 비해 입양을 대기 중인 아동은 상당히 줄었고, 이에 따라 입양을 신청하는 부모도 감소하고 있다.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우리나라 출산율이 그만큼 줄어든 영향 탓도 없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통계청이 2월 발표한 ‘2018년 출생·사망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2만6900명으로 전년(35만7800명) 대비 8.6%(3만900명) 감소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치로, 197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2017년 30만명대로 내려 앉은 바 있다.

특히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8명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이 연간 기준 1명 이하로 내려온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이제는 아기 울음소리가 귀해진 대한민국이지만,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 안에서 커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여전히 많다는 것은 안타까울 따름.    

뿐만 아니라 국내외 입양아동 90% 이상이 미혼모가 낳은 아동이라는 점도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들의 잘못된 성 가치관이 때문에 매년 수백명의 아동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는 상황은 우리의 미래 자산이 유출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도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만난 아동은 행복한 편. 여전히 많은 아이들은 보육시설을 퇴소할 나이인 만 18세까지 새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입양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는 분위기였고, 양부모는 아이에게도 본인들이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숨겨왔다. 하지만 지금은 입양에 대한 사회적, 그리고 국민적 인식이 상당히 달라졌고 편견도 많이 해소됐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 완벽한 입양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 청소년들의 잘못된 가치관이 한 어린 생명의 행복과 사랑받으며 살아갈 권리를 짓밟을 수는 없다는 점에 공감하며 입양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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