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유채리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빠’, ‘달창’ 등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저속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가 사과를 한 만큼 추가 입장 표명은 없다면서 논란의 확산을 경계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저급한 언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나 원내대표의 ‘문빠’, ‘달창’ 발언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나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 여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번지고 있는 상황. 연이은 정치인의 말실수에 정치권 안팎에서 자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대구 달서구 성당동 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대구·경북지역 규탄대회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서 “한국당의 베이스캠프 대구시민 여러분 사랑한다”며 2부 첫 연사로 무대에 올랐다.

나 원내대표는 연설 중 “좌파·독재라 그러면 ‘촛불 정부인데 왜 그러냐’고 화낸다. 이거 독재 아니냐”며 “(대통령 특별대담 질문자로 나선) KBS 기자가 물어봤는데 그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 거 알지 않느냐. 묻지도 못하는 게 바로 독재 아니냐”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나 원내대표가 언급한 ‘문빠’, ‘달창’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문빠’는 ‘문재인 빠순이‧빠돌이’라는 말을 지칭하는 것으로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문 대통령을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달빛창녀단’은 ‘달빛기사단’이라 불리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기 위해 일간베스트 회원 등 극우 성향 누리꾼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말이다. ‘달빛기사단’은 문 대통령의 성인 ‘문’의 영어 표현인 ‘문(MOON)’으로 칭해 붙인 것이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일자 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사과문을 내고 “문 대통령의 극단적 지지자를 지칭하는 과정에서 그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썼다”며 “인터넷상 표현을 무심코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국회 브리핑에서 “의미를 모르고 썼다면 사리분별력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모른 체 한 것이면 교활하기 그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나 원내대표는 사과했지만 과연 사과한 건지 강한 의문이 남는다. ‘달창’이라는 생경한 단어를 법관 출신의 나 원내대표가 의미도 유래도 모르고 썼다는 말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라며 “진정으로 사과하려면 분별력 없음을 사과하거나 여성혐오적인 표현을 다시는 쓰지 않겠다고 사과하거나 둘 중 하나가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발언이 있은 지 3시간30분 만에 서둘러 기자들 전용 SNS망에 문자로 사과의 뜻을 담은 문자를 보냈다”며 “이건 기사화를 막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는 읽힐지언정 국민과 여성에게 사과한 것 같지는 않다. 나 원내대표는 정식으로 보다 정중하게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나 원내대표는 집회 후 ‘사과 드린다’는 입장을 냈으나 재발 방지를 위한 다짐이나 약속을 빠졌다”며 “판사 출신으로 제1야당 원내대표께서 표현의 의미와 구체적 유래를 몰랐다는 변명은 2007년 나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후보 대변인으로 ‘주어는 없다’란 명언을 남긴 것을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비속어 사용 물의는 극단의 정치가 만들어내는 폐해”라며 “정치인의 막말은 나 원내대표 뿐 아니라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돌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에 대해 ‘센 말’을 해야 주목 받고 박수 받고 그러다 보니 ‘막말’도 서슴지 않고 해서는 안 되는 말도 의미를 모르고 내뱉는 지경에까지 이른다”며 “극단의 정치에 대한 자성과 자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연속세미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연속세미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의당은 13일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를 부적절한 표현으로 비하한 나 원내대표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이번 일은 단순한 막말 사태가 아니라 여성 혐오이고 언어 성폭력”이라며 “언론인이 아니라 여성들에게 사과하고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자신들의 대권 놀음을 위해 소수 지지층에 아첨하는 말폭탄을 날마다 쏟아낸다”며 “민생투쟁 대장정이 아니라 국민과 투쟁하는 대장정이자 언어폭력의 대장정”이라고 질타했다.

나 원내대표의 사과 이후에도 13일 주요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달창’이 상위권에 오르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온라인 상에서 각 정당 지지자들이 싸우는 불씨가 되고 있다. 나 원내대표의 페이스북에는 ‘달창’의 뜻을 모르고 사용했다는 그의 말을 인용하며 원색적인 욕설·비속어 등을 하는 댓글들이 넘쳐났고 이같은 발언을 지적하는 댓글들이 달리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

일각에서는 공직자로서 발언을 할 때 해당 단어나 표현 등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인의 겸손함과 신중한 언행은 정치의 수준과 품격을 높이는 만큼 나 원내대표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위해서라도 이번 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며 통렬한 자기반성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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