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최근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 등에 의해 발생하는 교권 침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교사 10명 중 9명이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사들은 ‘학부모 민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교권 침해는 단순히 교사와 학생 간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 전체의 사기저하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인 만큼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교권 보호를 통해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교사 10명 중 9명 “사기 떨어졌다”..‘학부모 민원’ 최대 고충

13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날(15일)을 앞두고 전국 유·초·중·고교와 대학 교원 54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교원들의 사기가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했냐’는 질문에 87.4%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이는 2009년 같은 문항으로 처음 실시한 설문결과의 ‘떨어졌다’는 응답 비율(55.3%)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교총은 “2011년 79.5%, 2015년 75.0% 등 응답률과 비교해 역대 최고치”라고 설명했다.

학교 현장에서 교권이 잘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65.3%가 ‘별로 그렇지 않다’라거나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보호가 잘 되고 있다’는 응답은 10.4%에 그쳤다.

사기 저하와 교권 하락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로는 ‘학생 생활지도 기피, 관심 저하’(50.8%)가 꼽혔다. ‘학교 발전 저해, 교육 불신 심화’(22.9%), ‘헌신, 협력하는 교직 문화 약화’(13.2%) 등이 뒤를 이었다.

교직 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복수응답)으로는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55.5%)가 1순위였고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48.8%), ‘교육계를 매도·불신하는 여론·시선’(36.4%),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잡무’(32.0%), ‘하향식(톱다운 방식)의 잦은 정책 변경’(14.6%) 등 순으로 조사됐다.

결국 학부모 민원,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교원의 명예퇴직 증가로 이어졌다. 최근 교원 명예퇴직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에는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 응답이 89.4%로 가장 많았다.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73.0%)도 큰 비율을 차지했다.

실제로 올해 2월말 명예퇴직 교사 수는 6019명으로 지난해 2월과 8월을 합한 6143명에 근접했다.

이에 따라 교원들은 ‘교권’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복수응답)를 묻는 질문에 69.3%가 ‘교권 확립’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사회적 요구의 무분별한 학교 역할 부과 차단’(48.4%), '정치·이념 따른 잦은 정책 변경 지양'(23.3%)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교직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52.4%가 ‘그렇다’고, 21.5%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물음에는 ‘그렇다’(39.2%)와 ‘그렇지 않다’(37.6%)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아울러 교육정책 및 현안과 관련한 설문도 함께 진행됐다. 교원들은 정부나 시‧도교육청의 교육정책들이 학교 현장의 의견과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를 물은데 대해 59.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며 ‘그렇다’는 응답은 11.3%에 불과했다.

최근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무상교육 정책들이 교육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우선 투자 분야인지를 묻는 질문에 절반 가까운 49.0%의 교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다’는 답변은 27.6%에 그쳤다.

이와 관련, 현재 가장 시급히 교육재정 투입이 필요한 분야(복수응답)로는 ‘정규 교원 확충 및 학급당 학생수 감축’(70.9%)과 ‘학생 건강, 쾌적한 교육환경을 위한 시설 개선’(49.9%)을 1, 2순위로 꼽아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교총은 “교원의 사기와 교권이 저하를 넘어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것이 학생 지도와 학교 업무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학부모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가 명퇴의 주원인으로 드러난 만큼 실질적 교권 확립과 교원들의 생활지도권 강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진행됐으며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1.32%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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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학생과의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한 교사에 ‘순직’ 인정

한편,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과의 갈등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의 죽음이 순직으로 인정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교사 A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무상 사망을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유족 승소 판결을 내렸다.

초등학교 교사이던 A씨는 2016년 담임을 맡은 반의 B학생이 자신의 지시에 욕설하거나 불만을 표시하고 반성문을 쓰게 해도 별 효과가 없자 지도과정에서 부득이 욕설했다.

이로 인해 B학생 학부모의 항의가 들어오자 A씨는 학급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욕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부모는 A씨가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고 태도가 개선되지 않았다며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부모의 민원은 5개월간 5차례 이어졌다. B학생의 부모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학생 아버지가 A씨를 때리려고 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인정됐다.

A씨는 학교 측에 B학생의 무례한 행동과 부모의 민원이 반복돼 힘들다고 여러 차례 호소했다. 동료 교사에게도 “어떤 학생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A씨는 2017학년도에 상급반 과목을 배정받자 5학년으로 진학하는 B학생을 피하려고 6학년 과목을 선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정년퇴직을 한 학기 남겨둔 2017년 2월 ‘아이들이 모두 B학생 같을 것 같아 불안하다’는 생각에 사직서를 냈고 사직서가 처리되는 동안 병가를 냈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에 유족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유족보상금을 청구했다가 공단에서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가 공무상 생긴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 당시 정상적인 행위선택 능력을 이미 잃은 상태였다”며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망인은 B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 및 학부모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자신의 지도 방법이 교장이나 교감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한다는 사실로 인해 큰 충격까지 받았으며 그 결과 우울증을 앓게 됐다”고 인정했다.

이어 “망인이 통상적인 교사라면 하지 않을 행동, 즉 정년퇴직을 한 학기 앞두고 사직 의사를 표시하기도 한 점에 비춰 볼 때 그 심리상태는 일반적인 교사라면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고통에 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망인의 사망 원인이 된 우울증은 그가 교사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생긴 질병으로서 공무로 인한 것”이라며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사망하기 전 병원에서 중증의 우울증을 진단받은 사실이 없더라도 공무상 사망을 인정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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