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불발:“정의는 죽었다” vs “건강 사회의 증표”→용두사미 수사 거센 후폭풍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20대 회사원 A씨는 학창시절 빅뱅의 팬이었다. 특히 승리는 A씨가 가장 좋아했던 빅뱅의 막내 멤버였지만, 이젠 성접대·성매매·횡령 등과 같은 단어로 묶인 범죄자로 전락한 모습에 팬심은 사라진 상황. 특히 최근 승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A씨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법리적으로 맞는 것인지, 이같은 결정이 어떻게 나왔는지 A씨 같은 평범한 사람은 알리가 없었다. A씨가 더 화가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한 명의 비도덕적이고 물질과 쾌락을 쫓던 젊은 연예인의 몰락과 구속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때문. 사안의 심각성에도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은 자칫 국민 개개인의 도덕성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A씨는 생각했다. 물론 영장이 기각됐다고 무죄인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집에서 편하게 보낼 생각을 하니 A씨의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았다. 결국 증거인멸을 위한 시간과 자유는 연장됐고 모두가 알고 싶어하는 버닝썬 문제의 진짜 그늘이 밝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평소 지인들에게 “4000억만 벌면 이 바닥을 뜬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승리. 그 꿈을 위해 무리수를 뒀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죗값이나 제대로 받을지 의문이 들 뿐이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승리(이승현)가 지난 14일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속영장이 기각된 승리(이승현)가 지난 14일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룹 빅뱅 출신 승리(29·본명 이승현)가 이른바 ‘단톡방’ 멤버인 정준영, 최종훈에 이어 3호 구속 연예인이 되는 것을 면하게 됐다. ‘버닝썬 게이트’의 시발점인 승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많은 네티즌들이 “정의가 죽었다”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버닝썬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할 정도로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의 수사력을 입증할 수 있는 ‘신의 한수’가 될 수 있었지만 그러나 영장 기각으로 인해 오히려 수세에 몰린 상황.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버닝썬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는 형국이다. 

# ‘성접대·횡령 혐의’ 승리 영장 기각 왜?

외국인 투자자 일행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고 클럽 버닝썬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승리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승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주요 혐의인 횡령 부분은 다툼의 여지가 있고 나머지 혐의 부분도 증거인멸 등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횡령 혐의와 관련해 “유리홀딩스 및 버닝썬 법인의 법적 성격, 주주 구성, 자금 인출 경위, 자금 사용처 등에 비춰 형사책임의 유무와 범위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나머지 혐의도 “혐의 내용 및 소명 정도, 피의자의 관여 범위, 피의자 신문을 포함한 수사 경과, 그동안 수집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증거인멸 등과 같은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승리와 함께 영장이 청구된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도 같은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앞서 검찰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승리와 유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지난 9일 청구했다.

이들은 2015년 방한한 일본인 사업가 A회장 일행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유 전 대표가 A회장 일행이 방한했을 때 성매매 여성을 부르고 알선책 계좌로 대금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A회장 일행 7명 중 일부가 성 매수한 사실도 드러났다.

승리는 2015년 국내에서 직접 성매매한 사실도 드러나 구속영장에 성매매 혐의도 적시됐다.

승리와 유 전 대표는 버닝썬 자금 5억3000여만원을 횡령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들은 2016년 7월 강남에 ‘몽키뮤지엄’이라는 주점을 차리고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버닝썬 자금 2억6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경찰은 유 전 대표가 자신이 설립한 네모파트너즈에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버닝썬 자금 2억6000여만원을 지급하고 승리와 유 전 대표가 몽키뮤지엄과 관련해 유리홀딩스 법인 자금을 개인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했다고 보고 있다.

승리와 유 전 대표는 유흥주점인 몽키뮤지엄을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승리와 유 전 대표의 구속이 기각되면서 정점을 향해 치닫던 버닝썬 수사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경찰은 불법 촬영물 유포와 관련해 정준영, 최종훈 등 단톡방 멤버들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며 추가로 이들에 대한 성폭행 고소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또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버닝썬 이문호(29) 대표와 일명 ‘애나’로 불린 MD(영업사원) 출신 중국인 여성도 지난달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김상교씨 폭행 사건과 관련한 각종 고소·고발 사건 수사도 곧 마무리할 방침이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승리 구속영장 기각 후폭풍..‘판사 해임 건의’ 국민청원 등장

승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대중의 공분을 자아낸 가운데 비난의 화살은 승리가 아닌 이를 기각한 신 부장판사에게로 쏠리고 있는 모습.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구속영장을 기각한 부장판사 해임 건의’라는 제목의 청원 글까지 게재됐다.

청원인은 신 부장판사의 구속영장 기각 사례들을 거론하며 “이 나라에 법이 제대로 서 있는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곧 법인지. 이 판사에게 비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여부가 궁금하다”며 “우리는 공부만 잘해서 판사가 된 사람이 아닌 양심과 심장이 살아있는, 상식에 맞는 판단을 해 주시는, 존경할 수 있는 판사를 원한다”라며 해임을 건의했다.

앞서 신 부장판사는 버닝썬 전 MD로 활동하며 마약 공급책으로 이름을 떨친 중국인 여성 애나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으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및 뇌물 수수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해 네티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바 있다.

아울러 버닝썬 사태를 촉발한 폭행 사건의 최초 신고자 김상교씨는 1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승리의 구속영장 기각에 관한 글을 작성했다.

그는 이날 오후 기각 소식이 전해진 뒤 인스타그램에 “버닝썬 게이트”, “기각” 등의 말을 적으며 “대한민국의 현실, 나라가 없어진 것 같다”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24일 성추행 당한 여성을 도우려고 나섰다가 버닝썬의 장모 이사와 보안요원들에게 되려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이후 출동한 경찰에게도 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했고 이같은 사실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MBC ‘뉴스데스크’ 등에 적극 알리며 버닝썬의 ‘클럽-경찰 유착 의혹’ 등을 제기, 버닝썬 사태의 도화선 역할을 자임했다.

버닝썬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는 동안에도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건 경위와 경찰 수사 및 유착 의혹, 승리 등 사건 주요 인물 등에 대한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해왔다.

김씨는 지난 3월11월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2명과 버닝썬 이사 장모씨와 이문호 대표로부터 명예훼손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고소를 당했다. 또 김모씨와 애나로부터 강제추행 함의로 고소를 당했으며 최근까지 경찰에서 피고소인 입장으로 조사를 받았다.

김씨 역시 경찰과 버닝썬 클럽 관계자를 상대로 4건의 고소를 했다. 김씨는 고소건은 ▲폭행 관련 경찰의 증거인멸·직무유기(CCTV 편집·누락) ▲유튜브 게시자의 명예훼손 ▲클럽 관계자의 공동상해 ▲강남경찰서 형사과장의 피의사실공표·명예훼손 등이다.

승리 팬들의 편지글. <사진=승리 갤러리>
승리 팬들의 편지글. <사진=승리 갤러리>

# 구속영장 기각 환영한 승리 팬들 “정의는 살아 있다”

한편, 승리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에 일부 팬들은 “정의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며 환영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승리 갤러리에는 ‘우리들의 영원한 승츠비 승리에게’라는 제목으로 이같은 글이 올라왔다.

‘승리 갤러리 일동’이라고 밝힌 이들은 전날 나온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언급하며 “이러한 판결은 사회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법리와 증거에 따라 소신 있게 내린 판결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건강한 사회의 증표”라며 “그것이 삼권 분립의 원칙에도 맞는 것”이라고 기뻐했다.

이들은 “국민들이 해당 판결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차분히 남은 수사 결과를 지켜봐 주길 간절히 호소한다”며 “어제 하루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외진 곳에서 고초를 겪었을 승리에게 정말 고생 많았다는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승리 갤러리 일동은 아직 이 사회의 정의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느낀다”며 “수사 기관에 대해서 앞으로 불구속 수사의 원칙에 따라 헌법에 보장된 승리 개인의 기본권을 철저히 보호해 주길 간곡히 청한다”고 강조했다.

승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들리고 있고, 또 영장을 심사했던 판사의 최근 영장 기각 사례까지 거론되며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상황.

게다가 버닝썬-경찰 유착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수많은 의혹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합당하고 명확한 수사가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승리에 초점을 맞춰 100일 동안 수사하고 18번이나 소환해 조사해놓고도 결국 신병확보에 실패하며 난처한 처지에 몰린 경찰이 대중들의 의문을 채울 방법은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버닝썬 관련 수사가 경찰의 손을 떠나 검찰에서 성과를 낼 경우에 경찰의 수사력 미비와 제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은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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