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사병 등 사망자 48명으로 ‘역대 최고’..오후 3시 환자 발생 많아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지난해 여름 사상 최악의 무더위에 이어 올해 여름철 기온 역시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열에 오래 노출되면 일의 능률은 떨어지고 피로감이 증폭되며 생체리듬이 무너져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특히 온열질환에 취약한 어린이, 노약자와 심혈관질환, 당뇨병, 뇌졸중 투석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 폭염에 대한 신체적 능력이 낮다.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는 건강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므로 물 자주 마시기, 그늘·바람 등으로 시원하게 하기, 더운 시간대 휴식하기 등 건강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뉴시스>

◆질병관리본부, 폭염 대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가동

질병관리본부는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오는 20일부터 9월까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가동한다고 16일 밝혔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고 방치 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질병으로 열탈진(일사병)과 열사병이 대표적이다.

온열질환자 응급실감시체계는 국민의 폭염 건강보호 활동을 안내하기 위해 온열질환 발생현황과 주요특성을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전국의 약 500여개 협력 응급실을 통해 온열질환자 응급실 방문 현황을 신고받아 분석해 정보를 제공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기록적 폭염에 따라 온열질환자 응급실감시체계를 강화하고 협력 응급실, 전국 시도 및 보건소 담당자를 대상으로 지난 15일 사전교육을 실시하면서 본격 준비에 들어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로 접수된 온열질환자는 4526명으로 이 중 48명이 사망했다. 2011년 감시체계 운영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지난해 신고된 온열질환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남자 환자가 3351명으로 전체 환자의 74%를 차지했다. 여자 환자는 1175명(26%)이었다.

질환종류별로는 열탈진이 2502명(55.3%)으로 절반 이상이었고 열사병 1050명(23.2%), 열경련 518명(11.4%), 열실신 314명(6.9%)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40~60대 중장년층이 환자의 절반 이상(53%)으로 많았고 인구 10만명당 신고환자 비율은 나이가 많을수록 높았다. 특히 지난해는 과거 5년에 비해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30.6%로 약 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장소별로는 실외가 3324명(73.4%), 실내가 1202명(26.6%)으로 실외가 많았고 과거 5년 평균에 비해 실내가 6.7%포인트 늘었다.

세분류로는 공사장 등 실외작업장이 1274명(28.1%)으로 가장 많았고 집 624명(13.8%), 길가 606명(13.4%), 논밭 506명(11.2%) 순이었다. 과거 5년 평균에 비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집‧길가‧건물로 확인됐다.

발생시간별로는 낮 12시에서 오후 6시 사이 환자가 2453명으로 54.2%를 차지했으며 오후 3시에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로 신고된 온열질환자 사망사례는 48명으로 과거 5년 평균(10.8명)의 약 4.4배였다. 성별로는 남자와 여자가 각 24명으로 같았고 질환종류는 48명 사망사례 모두 ‘열사병’이었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71%(34명)로 과거 5년 평균(55%, 6명)에서 16%포인트 증가했다. 사망사례 중 70대가 10명, 80세 이상이 22명으로 고령자에서의 사망이 많았다.

발생장소별로는 실외가 30명(62.5%), 실내가 18명(37.5%)으로 실외가 많았다. 다만 실내가 차지하는 비중은 37.5%로, 과거 5년 평균보다 22.7%포인트 늘어났다. 집이 15명(31.3%)으로 가장 많았고 논·밭 12명(25.0%), 주거지주변 9명(18.8%), 길가와 작업장이 각 4명, 기타(차 안) 3명, 산 1명 순이었다.

과거 5년간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곳은 논·밭, 길가, 실외작업장 순이었으나 2018년도에 집과 주거지주변에서의 사망이 크게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 937명, 서울 616명, 경남 436명, 전남 322명 순으로 과거 5년 평균에 비해 서울(7.3배), 경기(5.5배), 인천(5.9배) 등 수도권에서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이들 대도시에선 집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384명으로 전국 집 발생사례(624명)의 61.5%를 차지했다. 서울 지역 집 발생사례는 과거 5년 평균(10명)의 20배에 달했다.

서울 온열질환자 616명의 발생장소는 집이 198명(32.1%)으로 가장 많았고 길가 132명(21.4%), 실외작업장 104명(16.9%) 순이었다.

경기와 인천은 온열질환자는 1195명으로 발생장소는 실외작업장 375명(31.4%), 집 186명(15.6%), 길가 156명(13.1%) 순이었고 이 중 집 발생사례는 과거 5년 평균에 비해 8배 이상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지난해 온열질환자 신고가 많았던 것은 짧은 장마 이후 폭염이 오래 지속되면서 온열질환자 발생이 계속됐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예년에는 온열질환자 발생이 산발적으로 나타나다가 긴 장마 이후 7월 말부터 8월 초에 환자가 급증한 양상이었으나 2018년도에는 장마가 짧게 끝나면서 장마 종료 직후부터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해 8월 중순까지 길게 이어졌다.

질본 관계자는 “지난해 온열질환자는 대도시의 집에서 발생한 사례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폭염 시 외출을 자제하고 작업 시 휴식하며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등 일반적인 건강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쪽방촌 등 폭염에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과, 노인, 어린이 및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등 거동이 어렵거나 보살핌이 필요한 대상자에게 무더위 쉼터 연계, 차량 안 어린이‧노약자 확인 등 취약계층 맞춤형 폭염예방을 지자체, 관계기관과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화해가겠다”고 덧붙였다.

연도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결과. <자료=질병관리본부>
연도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결과. <자료=질병관리본부>

◆서울 아파트 경비실 ‘열악’..10곳 중 4곳 ‘냉·난방기’ 없다

한편, 최근 낮 최고기온이 30℃를 웃도는 등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가운데 서울지역 아파트 경비실 10곳 중 4곳이 냉·난방기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에도 상당수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나 근무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187곳의 아파트 단지 경비실(총 8763실)에 대한 냉·난방기 보유여부를  전수조사한 결과 냉·난방기 설치율은 64%(5569실)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가 노동환경 실태조사 차원에서 의무관리대상 단지(150가구 이상)와 SH공사 임대주택 단지 등 총 2187단지를 대상으로 지난달 3일부터 22일까지 실시했다. 유효 응답률은 80%(1752개 단지)다.

조사 결과 전체 단지 중 경비실에 냉·난방기를 100% 설치한 단지는 78%(1752개 단지 중 1369개 단지)로, 경비실 냉·난방기 평균 설치율(64%)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단지당 경비실 수가 적은 소규모 단지가 대단지에 비해 냉·난방기 설치율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는 올해 냉·난방기 설치 예정인 127개 단지를 포함하면 평균 설치율은 72%로 8%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로 보면 한강 이북 14개 자치구인 강북권은 70%(3709실 중 2598실), 한강 이남 11개 자치구인 강남권은 59%(5054실 중 2971실)로 강남이 강북보다 11%포인트, 전체 평균보다 5%포인트 낮았다.

자치구별로는 성북·종로·동대문·은평·강동·서대문·강남·중구·성동·마포 10개 자치구가 설치율·유효응답률 모두 평균을 웃돌며 최상위 그룹을 형성했다. 반면 구로·도봉·양천·관악·송파·노원 6개 자치구는 설치율이나 유효응답률이 50% 이하를 보이며 하위그룹을 형성했다.

서울시에서 108개 단지를 표본조사 한 결과 경비실 냉·난방기 미설치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주민 및 동대표 반대’가 54%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예산 부족 및 장소 협소’(31%), ‘에너지 절약, 재건축 준비 중 등 기타’(16%)가 뒤를 이었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서울 전역의 아파트 경비실 냉·난방기 설치율을 높이기 위한 맞춤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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