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운 걸겠다는 포부 무색, 핵심 내용 하나도 못 밝혀..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 비판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버닝썬 수사 결과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 관계자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여성단체 중심으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가 경찰의 ‘버닝썬’ 사태 수사 결과를 비판하며 민갑룡 경찰청장과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8개 단체들은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버닝썬 수사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명운을 걸고 진행한 수사의 결과가 이것이라면 경찰은 명운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 청장은 지난 3월14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버닝썬 수사와 관련해 “경찰의 명운이 걸렸다는 자세로 전 경찰 역량을 투입해 범죄 조장 풍토의 뿌리를 뽑아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들은 “경찰 152명이 매달려 3개월 넘게 진행한 수사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며 “이런 수사 결과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리 없다는 걸 경찰 스스로가 제일 잘 알 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찰과 유흥산업의 일상적인 유착,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 및 촬영물 유포 등 지금까지 불거진 의혹이 명확히 해소된 게 없다며 경찰의 재수사와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이들은 “과거 이경백 사건부터 되짚을 수 있는 경찰과 유흥산업의 일상적 유착, 클럽 아레나와 버닝썬의 ‘강간’ 판매 방식, 정준영 등 강간 촬영물 공유 단톡방까지 사실이 쏟아져나왔다”며 “모든 것이 밝혀진 마당에 이런 결과를 내보낸다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민 청장은 경찰의 명운을 걸었으니 사퇴하고 원 청장 역시 버닝썬 수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경찰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한마디로 무능력에 부패”라며 “명운을 걸겠다고 한 경찰은 끝끝내 여성들의 말보다 본인들의 조직과 안위를 지키는 데 급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심 권력자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결국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 2명만 폭행죄로 징역을 살았던 고 장자연 사건이 있었던 10년 전에도 똑같았다”고 개탄했다.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대통령과 장관 등이 나서서 철저한 수사를 공언하고 경찰 명운을 걸겠다며 100일 넘게 수사해온 결과에 허탈함을 느낀다”며 “버닝썬에서 벌어진 범죄가 여성의 인권을 얼마나 침해했는지, 얼마나 무거운 범죄인지 공권력의 경고가 있어야 했지만 이번 수사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강력한 공권력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경찰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경찰청은 명운을 다하지 못한 수사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용두사미 빈손 수사 경찰 규탄한다’, ‘버닝썬 감싸기 경찰청장 사퇴하라’, ‘버닝썬은 절대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핵심은 경찰유착이다. 버닝썬 수사 다시 하라”, “자격없는 경찰조직 특검 실시 수용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특검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15일 버닝썬과 역삼지구대 경찰 간 유착 정황이 없으며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윤 총경의 뇌물죄·청탁금지법 혐의도 ‘무혐의’로 결론냈다.

승리의 구속영장 기각과 맞물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버닝썬 불법 향응, 소비, 범죄 가담 VVIP 고객 수사 착수 및 유착 공권력 특검, 청문회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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