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9일 제주시 일도2동 신산공원에서 성소수자 행사인 제2회 제주퀴어문화축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도심 행진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지난해 한국 성소수자 인권지수가 전년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성소수자 인권지수는 여전히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SOGI법정책연구회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발표한 ‘한국 LGBTI 인권 현황 2018’에서 “올해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지수는 11.7%로 1년 전보다 0.15%포인트 감소했다”고 밝혔다.

성소수자 인권지수는 연구회가 성적지향·성별 정체성 관련 제도 유무를 분석해 계량화한 것으로 국제레즈비언게이협회(ILGA)의 ‘무지개 지수’ 기준을 따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관련 제도는 2014년 이래로 개별 항목상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제도 개선에서는 진척 사항이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정부는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서 제1, 2차에 있었던 성소수자 인권 항목을 삭제했다. 이에 UN 자유권위원회는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부분에 최하등급인 ‘E’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성소수자가 완전히 평등할 때를 무지개 지수는 100%로 설정하고 있다. 한국의 무지개 지수는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49개국 중 44위에 그쳤다. 한국과 성소수자 인권 수준이 비슷한 나라에는 산마리노, 몰도바, 벨라루스 등이다.

한국보다 성소수자 인권지수가 낮은 유럽 국가는 러시아(10.9%), 모나코(9.76%), 터키(8.6%), 아르메니아(7.2%), 아제르바이잔(4.7%) 등이었다. 반면 몰타는 94.04%로 가장 높았고 벨기에(78.76%), 노르웨이(77.74%), 영국(73.48%) 등도 높은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의 무지개 지수 가산 요인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 조사 권한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 변경 가능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이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점 ▲헌법상 혼인을 이성 간의 결합으로만 명시하지 않은 점 등을 꼽았다.

반면 무지개 지수를 낮춘 요인으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았고 혼인 평등이나 동반자 관계 등록이 제도화되지 않은 점 ▲성소수자 대상 혐오 표현·혐오 범죄를 규제하는 법률이나 정책이 없는 점 ▲퀴어문화축제의 광장 사용 불허 등 최근 3년간 정부의 성소수자 공공행사 방해 행위가 있었던 점이 지적됐다.

SOGI법정책연구회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과 관련된 법제도·정책 분석과 대안 마련을 위해 국내외 변호사 및 연구자들로 구성된 연구회로, 2013년부터 매년 국문과 영문으로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한국 LGBTI 인권 현황’ 보고서를 내고 있다.

한편, 국제 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은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날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성명을 내고 “성소수자는 그 자체로 존중받고 평등과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며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날은 성소수자에 대한 오랜 편견과 사회적 낙인의 역사를 반성하고 되새기는 날”이라며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여전히 혐오와 낙인,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 10명 중 9명이 혐오표현을 경험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UN 자유권위원회도 2015년 성적지향 및 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성소수자가 어떤 경우에도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인권위는 앞으로도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