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상품과 다른 에어컨이?..소비자 기만에 업무정지 처분까지 ‘산넘어 산’
상위 TV홈쇼핑 업체 중 소비자만족도 ‘최하위’, 신뢰도 추락 재승인 부작용?
과기정통부 “방송법 위반 처분 소송 진행 등에 따라 심사기준 바뀔 수 있어”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그동안 ‘준법경영’을 강조해 온 롯데홈쇼핑이 그러나 ‘사기기업’ 오명을 뒤집어 쓸 위기에 처했다.

최근 롯데홈쇼핑이 방송에서 소개한 제품과 다른 제품을 배송해 소비자 기만 논란이 불거진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에도 회사는 빠르게 대처하지 않아 늑장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른 까닭.

이미 지난해 상위 홈쇼핑 업체 중 소비자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돼 불명예를 얻은 롯데홈쇼핑은 이번 논란까지 더해져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롯데홈쇼핑은 전임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 유죄 등 연이은 악재 속에서 지난해 가까스로 TV홈쇼핑 재승인 관문을 통과했지만, 그러나 여전히 회사 안팎에서 구설수가 끊이질 않아 기업 윤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거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방송법을 위반했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6개월 방송정지’ 처분까지 받는 등 쏟아지는 각종 잡음이 벌써부터 향후 재승인 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롯데홈쇼핑 홈페이지 갈무리
롯데홈쇼핑 홈페이지 갈무리

◆방송과 다른 에어컨 배송?..영업 정지까지 잊을 만 하면 ‘또’

20일 MBN 보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7일 자사 T커머스 채널을 통해 공기청정기능이 있는 에어컨을 판매했지만 실제 고객에게는 다른 모델의 제품이 배송됐다.

당시 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A씨는 공기청정 기능이 빠진 모델을 받았고, 이후 롯데홈쇼핑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롯데홈쇼핑은 “그럴 리가 없다”며 제품이 다르다는 사실을 부인했다가 며칠 뒤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방송에 소개된 제품은 이미 단종된 것이었지만 재방송까지 이어지면서 모두 90대가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롯데홈쇼핑은 납품한 에어컨 제조업체를 믿고 그대로 방송했다고 해명하며, 고의성은 없었다는 입장.

또한 납품업체 측은 “배송된 제품들은 모두 올해 출시된 모델로 공기청정기능이 있는 작년 모델과 다르다는 점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롯데홈쇼핑은 논란이 일자 고객이 원하는 대로 교환과 환불 절차를 거쳐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에어컨을 판매한 지 한 달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후속대책 내놨다는 점에서 늑장대응 논란으로 불씨가 옮겨 붙어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롯데홈쇼핑은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접수가 가장 많이 된 TV홈쇼핑 업체로 꼽혔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는 모습.

소비자원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접수된 매출액 상위 5개 TV홈쇼핑 업체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를 집계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결과에서 롯데홈쇼핑의 매출액 대비 건수는 8.03건으로 업체 가운데 가장 많았다.

서비스품질, 서비스 상품, 서비스 호감도를 평가한 종합 만족도도 3.67점으로 상위 5개 업체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홈쇼핑에 소비자들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과기정통부로부터 ‘6개월 방송정지’ 처분까지 받으면서 롯데홈쇼핑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3일 롯데홈쇼핑을 상대로 유예기간 6개월을 거쳐 오는 11월4일부터 6개월 간 오전 2시부터 8시까지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2015년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임직원의 범죄행위를 고의로 누락해 재승인을 받은(방송법 제18조 위반) 데 따른 조치다.

프라임 시간대(오전 8시~11시·오후 8시~11시) 영업정지 처분을 피했다는 점은 롯데홈쇼핑으로서는 그나마 다행.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대내외 신뢰도와 이미지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앞서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는 4개월의 유예기간 후 6개월간 하루 6시간씩, 프라임 시간대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롯데홈쇼핑은 이 같은 처분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년 만인 지난해 10월 취소 확정됐다. 과기정통부는 행정소송 취소 판결의 취지와 처분의 실효성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분 수위를 낮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분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이어졌다. 업무정지 시간대가 새벽이라는 점에서 처분 수위가 낮고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 사진=롯데홈쇼핑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 <사진=롯데홈쇼핑>

◆이완신 대표 ‘준법경영’ 강조로 얻은 ‘반쪽 재승인’ 부작용?

한편,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5월 과기정통부로부터 3년 조건부 재승인 허가를 받았다. 재승인 유효기간은 2018년 5월28일부터 2021년 5월27일까지다.

TV홈쇼핑 승인 유효기간은 5년이지만, 2018년 당시 과기정통부는 “전임 대표의 방송법 위반 등 형사소송, 2016년 5월 당시 업무정지처분을 고려해 방송법 시행령 제16조 제2항에 따라 승인 유효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신헌·강현구 전 대표는 황령·배임 등 혐의로 연이어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른바 ‘가짜 영수증’ 소비자 기만 행위로 과징금 철퇴를 맞아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턱걸이로 다시 3년짜리 재승인을 얻어내면서 간신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롯데홈쇼핑은 신헌·강현구 전 대표의 비리 혐의로 2015년 재승인 당시에도 사업 승인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 바 있다.

롯데홈쇼핑은 2회 연속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으면서 ‘반쪽짜리 재승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2017년 3월부터 롯데홈쇼핑을 이끌어 온 이 대표의 ‘준법경영’ 강조가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회사 이미지 회복에 주력해 왔고 현재까지도 뼈를 깎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향후 재승인 심사도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 재승인을 받은 지 1년 만에 소비자 기만 논란이 불거져 롯데홈쇼핑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데다 과기정통부로부터 ‘6개월 방송정지’라는 처분까지 받으면서 다음 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심사는 2021년으로 현재로선 (심사기준 등과 관련해)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재승인 심사기준이) 크게 변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방송법 위반 처분 사실이 있으면 소송 진행 여부 등에 따라 (심사기준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개별적 이슈 재승인과 상관 없다” vs “심사 기준 바뀔 수 있다”

결국 롯데홈쇼핑 조건부 재승인에 이어 프라임 시간대를 피한 업무정지 처분 완화까지 이끌어 낸 이 대표지만, 재승인 심사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향후 심사에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에어컨 단종 제품을 판매한 채널은) TV홈쇼핑이 아닌 T커머스 채널”이라며 “대형가전 설치 상품으로 최초 주문에서 문제점 발견까지 2주 이상 소요됐다. 현재까지 거의 모든 고객이 원하는 대로 교환과 환불절차를 거쳐 보상 협의가 완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전제품의 경우, 통상 대형 제조업체 등을 통해 진행하다 보니 상품 확인절차가 다소 간소화돼 있다”면서 “이런 점을 개선해 추후 관련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논란이 향후 재승인 심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관련 건(에어컨 눈속임 판매 논란, 방송법 위반 처분)은 개별적인 이슈로 재승인 심사와 직접적으로 연결짓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같은 롯데홈쇼핑의 판단과는 달리 과기정통부 측은 홈쇼핑 재승인과 관련해 심사기준은 언제든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열어놓고 있어 잊을 만 하면 터지는 크고 작은 논란들 속 롯데홈쇼핑이 과연 밝은 미래를 이어갈 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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