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군인·소방공무원은 체력검사 자세 남녀 동일..경찰청 태도가 불신 자초”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최근 ‘대림동 여경 논란’ 영상 속 여성 경찰관(이하 ‘여경’)이 주취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대응이 미숙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여경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이 폭행과 제압 과정의 전체 영상을 공개하며  “정상적 업무수행”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여경 개인에 대한 비난을 넘어 ‘여경 무용론’까지 번졌다.

일각에서는 만취한 중년 남성도 제대로 제압 못하는 경찰에게 어떻게 시민의 안전을 맡길 수 있냐고 지적하면서 “체력 검사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압되는 피의자. <사진제공=서울 구로경찰서>

◆대림동 여경 논란, 해명에도 커지는 ‘여경 무용론’

경찰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취객 제압은 나도 어렵다”라며 일각에서 일고 있는 ‘여경 무용론’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표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림동 여경 논란’ 관련 여경이 비난 받는 것에 대해 “현장을 잘 모르는 분들이 할 수 있는 말”이라며 “취객 한 분을 남자 경찰관(이하 ‘남경’)도 무술 유단자라 하더라도 혼자 제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태권도 2단, 합기도 2단에 육체적으로야 밀릴 게 없는 사람이었지만 취객 1명 제가 제압을 제대로 해 본 적 없다”고 덧붙였다.

표 의원은 “몇 년 전에는 그런 취객을 제압하다가 사망한 경우들이 있었다”며 “그것만을 따로 놓고 해당 경찰관에 대한 어떤 자격 유무라든지 또는 이것을 확대시켜서 여성 경찰관 전체로 확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경이 다른 남성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위급할 때는 (요청이) 당연히 가능하다. 물론 일상적으로 경찰이 해야 될 일을 시민께 부탁드리면 안 되겠지만 상당히 위급하거나 안전 확보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경우는 도움 요청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림동 여경’ 영상이 퍼진 이후 여경 무용론이 등장한 것에 대해 “저는 현재 세계 경찰의 흐름에 전혀 어울리지 않고 역행하는 말 같다”라며 “경찰 업무의 70%는 소통이다. 현장 출동했을 때 특히 미국에서 연구를 보면 남성-남성 2인조가 현장 출동했을 때보다 남성-여성 2인조가 출동했을 때 경찰과 대상과 어떤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비율이 훨씬 낮아진다는 그런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여경 선발 시험에서 체력 검사 기준이 후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접근 방법의 차이”라며 “시민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받고 있는 영국 경찰의 경우에는 34kg를 멜 수 있고 35kg을 당길 수 있으면 되고 왕복 달리기의 기본 요건을 갖추면 된다. 한 번에 안 되면 세 번까지 기회를 준다. 가장 중요한 건 신체 조건을 갖춘 사람이 아니다. 경찰 업무에 필요한 체력과 기술은 경찰관이 된 후에도 훈련을 통해 우리가 갖추도록 해 주겠다. 이게 영국 경찰 기본 태도다. 힘만으로 뽑는다면 격투기 선수나 운동선수만 경찰관이 돼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언제나 상대방보다 힘이 세다는 보장이 없다. 사회 자체가 법과 경찰의 권한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 맞다”며 “힘을 쓰는 일들이 계속 있어야 된다는 그런 사회라면 얼마나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겠느냐”라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림동 여경 폭행’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13일 오후 9시50분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 인근의 술집에서 중국인 동포 40~50대 남성 2명을 제압하는 경찰관의 모습이 담겼다.

논란은 제압 과정에서 불거졌다. 남경이 취객 A씨에게 뺨을 맞자 이 남성의 팔을 꺾어 제압에 들어갔다. 이후 수갑을 건네주려 남경에게 다가온 여경을 또 다른 취객 B씨가 밀쳤고 여경은 힘없이 뒤로 밀려났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여경의 대응이 미숙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구로경찰서는 17일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 동영상 관련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공식입장문을 통해 “인터넷에 게재된 동영상은 편집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공개한 2분가량의 전체 영상을 보면 여경이 피의자를 무릎으로 누르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등 체포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영상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체포 과정에서 피의자가 반항하자 여경이 주위 사람들에게 “남자분 한 명 나와주세요. 빨리빨리”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 이후 한 남성 시민이 “(수갑) 채워요?”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일각에선 “여경이 취객 한 명도 제압하지 못해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구로경찰서는 “혼자서 수갑을 채우기 버거워서 남성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그 순간 건너편에 있던 남성 교통경찰관 2명이 왔고 최종적으로 여경과 교통경찰이 1명이 합세해 함께 수갑을 채웠다”고 해명했다.

<사진=뉴시스>

◆하태경, ‘대림동 여경’ 논란에 “불신 해소하려면 체력검사 기준 강화해야”

한편, 경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경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경은 현장이 아닌 사무직 업무를 봐야 한다”, “여경의 채용 기준을 엄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경을 없애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범죄자를 제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반 남성시민의 도움을 찾는 여경은 필요 없다”며 “남녀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물리적 차이는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경에 대한 체력 시험을 남경과 같은 수준으로 시행해야 한다”거나 “여경을 안전하고 편한 직책에만 둬야 한다”라는 등 대안까지 제시됐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번 사건에 일침을 가했다. 하 의원은 19일 “여경 불신을 해소하려면 부실한 체력검사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세계 여경, 아니 동양권 여경과 비교해 볼 때도 한국 여경 체력검사만 크게 부실하다”며 “한국 여경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체력검사 기준부터 아시아권의 보편적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대표적인 예로 ‘팔굽혀펴기’를 들었다. 그는 “한국 여경의 팔굽혀펴기 과락은 무릎 대고 팔굽혀펴기 방식으로 10회”라며 “같은 동양권인 일본의 후쿠오카 여경은 정자세 팔굽혀펴기로 15회 이상을 해야 합격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싱가포르 여경의 경우 연령대별로 합격기준이 다르지만 정자세 팔굽혀펴기로 22세는 15회 이상, 22~24세는 14회 이상, 25~27세는 13회 이상을 해야만 합격이 된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최근 대림동 여성경찰관 논란이 여경 무용론으로 확산되는 것은 이처럼 여경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경찰은 강한 체력 등을 요구받는데 부실 체력 기준으로 누구나 손쉽게 경찰이 되면 생명과 안전이 지켜질 수 있냐는 국민적인 우려가 당연히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경찰청에 여경 체력검사 기준 강화를 요구한 적이 있는데 경찰청의 답변은 부정적이었다”며 “2020년부터는 경찰대 학생 선발 체력검사에서는 정자세 팔굽혀펴기를 시행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경찰공무원은 경찰대 결과를 보고 차후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런 소극적인 경찰청의 태도가 여경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군인과 소방공무원은 모든 체력검사 종목에서 자세를 남녀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경찰도 하루 속히 모든 여경의 체력검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