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승강장 고장 68% 감소..정비직원 146명에서 381명으로 확대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3년 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직원이 열차에 치여 사망한 이후 안전대책 효과로 승강장 안전문 고장이 6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숨지는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현장에서는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외주화에 따른 산업재해는 근로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경제적 손실, 국민 안전위협, 환경문제 등으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를 촉발하고 있는 만큼 제2, 제3의 김용균과 구의역 김군이 나타나지 않도록 진짜 외주화 금지가 담긴 산안법 하위법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이 구의역 사고가 발생했던 2016년 당시 승강장안전문 점검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6년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문 정비 직영화, 정비직원 공사 정규직 전환을 하면서 2018년 서울 지하철 1∼8호선 승강장 안전문 고장 건수가 구의역 사고가 발생한 2016년과 비교해 68% 감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구의역 사고 후 3년, 하루 평균 안전문 고장 2016년 9.3건→2018년 3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서울 지하철 1~8호선 승강장 안전문 고장이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발생한 2016년과 비교해 68% 감소했다고 21일 밝혔다.

하루 평균 안전문 고장 건수는 2016년 9.3건에서 2017년 3.7건, 2018년 3건으로 줄었고 올해는 올해는 4월 기준 2.2건을 기록했다.

승강장 안전문 고장 건수는 PSD관제센터에 접수된 승강장 안전문 장애 건수 중 주요 부품을 교체한 경우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6년 5월28일 2호선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을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이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승강장 안전문 안전성 강화 대책을 추진해왔다.

먼저 유지보수 직원 안전을 위해 정비직원 수를 146명에서 381명으로 2.6배 늘렸다. 승강장 안전문 전담 관리 조직을 신설하고 235명의 전담직원이 보강되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2인 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기존에 외주 용역업체가 맡았던 안전문 정비는 직영화했고 정비직원은 서울교통공사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특히 승강장 안전문 장애물감지센서를 레이저스캐너 센서로 교체하면서 선로 쪽이 아닌 승강장에서 안전하게 점검과 유지보수가 가능해졌다.

승강장 안전문의 장애율을 낮추고 가동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안전장치도 대거 보강했다. 레이저스캐너 방식으로 교체된 장애물검지센서는 기존의 포토센서나 에어리어센서 방식보다 설치비용은 높지만 장애율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267개역 1만9024곳을 교체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장애물검지센서의 이상 유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1호선 서울역 등 10개 역에 올 연말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관사가 승강장 안전문의 고장 상태를 쉽게 알 수 있도록 1호선 종로5가역 등 76개역의 승무원 안내장치(HMI)를 고휘도 LED형으로 교체했다. 2호선 왕십리역 등 승강장 안전문 장애가 잦은 10개 역의 주요 부품도 교체해 개선했다.

또한 2016년 당시 승강장 안전문 전수 조사에서 노후해 전면 재시공이 결정된 9개 역 중 8개 역이 1년 6개월 만에 교체 공사를 마무리하고 지난달부터 정상 가동을 시작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10월부터 167억원의 예산을 들여 2호선 방배역, 신림역, 성수역, 3호선 을지로3가역, 5호선 김포공항역, 왕십리역, 군자역, 광화문역에 승강장 안전문 교체를 추진했다. 5호선 우장산역은 현재 설치가 진행 중이며 6월부터 시운전에 들어간다.

새로 설치된 승강장 안전문에는 한국철도표준규격(KRS)과 함께 철도 시스템 안정성 규격 RAMS를 적용해 부품의 신뢰도를 높였다. 국제안전기준인 SIL(Safety Integrity Level)을 적용해 국제인증기관인 티유브이슈드(TUV SUD)로부터 검증받았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교통공사는 끊임없는 안전혁신을 추진해 승강장 안전문 고장 건수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며 “향후 유지보수 직원의 전문성 향상을 통해 장애를 최소화하고 안전성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재 피해자 유가족,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 문재인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쪽짜리’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안..보호받지 못하는 구의역 김군·김용균씨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안전 생색내기 법’으로 전락했다며 산안법 하위법령을 개정해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20일 광화문 세종로공원 앞에서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 투쟁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의 외주화 약속은 파기하고 반복적 산재사망의 중요한 재발 방지 대책인 작업중지 명령 범위의 후퇴는 자본의 요구에 떠밀려 앞당겨 시행하는 정부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청노동자·특수고용노동자 보호 조치 확대 ▲건설기계 장비 사고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 ▲작업중지 명령 졸속해제 규정 삭제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정부가 입법예고한 산안법 시행령에 대해 “도급승인을 받는 범위를 4개 화학물질의 설비·보수·해체·철거 작업 등으로 한정했다”며 “도급금지에서도 제외됐던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 김용균, 조선하청 노동자들의 업무는 도급승인에서조차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만 특수고용 노동자의 수십 개에 달하는 직종에서 9개 직종만 보호조치 적용대상으로 발표했다”며 “사고가 다발하는 화물운송노동자, 영화·방송·드라마 현장 등의 우선 조치를 위해 보호직종 확대를 요구한 노동계의 주장은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20% 이상은 건설기계 장비에서 발생하고 이중 장비 사고 중 65% 이상은 굴삭기, 덤프, 이동식 크레인 등에서 발생한다”며 “그러나 노동부는 원청 책임 적용 대상으로 타워크레인, 건설용 리프트, 항타기, 항발기 4개만 규정해 사고 다발 기종은 아예 빠졌다”고 질타했다.

작업중지 명령 해제에 대해서는 “입법 예고된 시행규칙에서는 사업주가 작업중지 해제 신청만 하면 현장 확인, 노동자 의견 청취, 전문가들의 심의 판단까지 무조건 4일 이내 하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노동부의 작업 중지 명령이 하위법령에서 졸속 심의와 작업중지 해제가 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유가족이 앞장서고 노동 시민사회의 전국적 투쟁으로 국회를 통과시킨 산안법이 경영계의 압박으로 ‘안전 생색내기 법’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김용균 어머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청와대가 법령 전면 개정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농성을 이어나가는 한편 전국 16개 지방 노동청에 항의 면담, 집단 의견서 제출, 산재 피해자·유가족과 청년·시민사회 연대 투쟁 등을 전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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