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광주광역시를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팀 ‘KIA(기아) 타이거즈’가 쏟아지는 악재에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2019 시즌 프로야구에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부진한 성적과 감독·코치의 자진 사퇴, 게다가 지난 3월 은퇴를 선언한 임창용의 현역 시절 불화설 폭로까지 그야말로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물론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지만, 기아타이거즈가 시련을 딛고 통합우승을 달성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지에는 물음표가 달리는 상황. 

특히 그 배경으로 올해 4월 기아타이거즈 대표이사에 임명된 현대모비스 홍보실장 출신 이화원 부사장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이 대표가 ‘야구 전문가’가 아닌 ‘홍보 전문가’라는 점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대표의 순환 인사는 가능하지만, 그러나 일각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야구 문외한’을 수장으로 앉힌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인사 후폭풍이 이 대표의 임기 시작부터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는 분위기다. 

이화원 KIA 타이거즈 대표 <사진=KIA 타이거즈>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왼쪽), 이화원 KIA 타이거즈 대표 <사진=뉴시스>

◆성적 부진에 임창용 불화설 폭로까지..‘명문 구단’ 타이틀 최대 위기  

2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전날(23일) 기준으로 기아타이거즈의 팀 순위는 10개 구단 중 겨우 꼴찌를 면한 9위다. 기아타이거즈는 현재까지 총 50차례 경기를 치른 결과 ‘18승 31패 1무’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기아타이거즈는 11번의 한국시리즈를 재패한 구단이다. 2009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했으며, 이후 2017년 다시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성적 부진 늪에 빠지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기태 감독과 이대진 투수코치가 팀을 떠났다. 두 사람은 2년 전 통합우승 영광을 함께 했던 인물들. 

2014년 10월 기아타이거즈 제8대 감독으로 취임한 김 전 감독은 16일 KT전을 마지막으로 자진 사퇴했다. 

김 전 감독은 구단을 통해 “팀을 위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며 “팬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고, 그 동안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셨던 팬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이 전 코치도 김 전 감독을 따라 20일 구단에 면담을 요청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박흥식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게 됐고, 기아타이거즈는 코칭스태프 보직을 대거 개편해 남은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같은 팀 재정비 후 기아타이거즈가 연승 행진을 거두면서 점차 활력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아타이거즈는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 리그’에서 롯데자이언츠를 3-1로 꺾고 4연승을 질주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기아타이거즈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아 내부 분위기를 완전히 안정시키기에는 쉽지 않은 모습. 

기아타이거즈 투수였던 임창용이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아타이거즈 선수 시절 김 전 감독과의 불화설, 갑작스러운 팀 방출 통보 및 은퇴 등과 관련한 내용을 폭로하면서 또 다시 기아타이거즈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3월 프로야구 현역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한 임창용은 기아타이거즈의 마무리 투수였다. ‘임창용-김기태 불화설’은 지난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김 전 감독은 지난해 6월 KT 위즈와의 경기 세이브 상황에서 마무리였던 임창용 대신 김윤동을 마운드에 올렸고, 이후 불화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임창용은 최근 자신의 심경을 밝히며 김 전 감독에게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불화설을 사실상 인정했다. 

또한 팀 방출과 관련해 지난해 김 전 감독은 “임창용이 스스로 나가기를 원했다”고 밝혔지만, 임창용은 “지난해 시즌이 끝난 후 잔류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팀에 방출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기아타이거즈가 임창용의 퇴출을 발표했을 당시 일부 팬들은 네이버 카페 ‘김기태 퇴진 운동 본부’를 개설하고 김 전 감독 사퇴 및 단장 교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갑작스런 임창용의 이번 폭로가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기아타이거즈 구단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기아타이거즈 홈페이지 갈무리
기아타이거즈 홈페이지 갈무리

◆‘정의선 낙하산’ 꼬리표 달리는 ‘홍보 전문가’ 이화원 대표 

이처럼 쏟아지는 악재들로 기아타이거즈가 뒤숭숭한 분위기를 이어가자 이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은 실정이다. 야구와 관련이 없는 ‘홍보맨’ 출신 이 대표의 역할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는 까닭. 

정 부회장은 3월 임원 인사제도를 개편하면서 일부 그룹사의 수시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홍보실장이었던 당시 이화원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기아타이거즈 대표로 내정됐다. 이후 4월1일 기아타이거즈 신임 대표로 임명됐다.   

이 대표는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자타공인 전문가로 꼽힌다. 1988년 기아자동차에 입사한 그는 현대·기아차에서 홍보기획팀장(부장)과 신문홍보팀장(상무), 홍보1실장(전무), 홍보실장(전무) 등을 역임했다. 

그룹 측은 홍보 전문가인 이 대표 선임으로 기아타이거즈 구단 운영 효율화는 물론 팬과의 소통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 같은 화려한 이력은 야구와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을 키우기도 했다. 현대모비스 농구단 피버스 단장을 지내기는 했지만, 이 역시 야구와는 다른 스포츠 종목이다. 

전임인 허영택 전 기아타이거즈 대표의 경우 기아타이거즈 부단장과 단장을 거쳐 2017년 말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대표의 역할론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전혀 없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명문 구단’으로 주목받았던 기아타이거즈에 이번 시즌 유난히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 가운데 ‘낙하산 인사’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이 대표가 임기 초반 악재들을 딛고 과거 영광을 다시 써낼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와 관련, 기아타이거즈 홍보팀 관계자는 “이 대표는 현대모비스에서 농구단 단장도 역임했기 때문에 스포츠와 전혀 관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이 대표를 보좌하는 조계현 단장도 야구선수 출신으로, (이 대표와 조 단장이) 서로 전문적인 파트에서 도와주고 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대표 자리는 구단과 선수단을 아우르는 경영 및 행정을 하는 자리”라며 “낙하산 인사라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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