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tory] 아직 꽃도 피우지 못했다
[공공story] 아직 꽃도 피우지 못했다
#세림이법 사각지대:어린이 통학차량 안전불감증 여전→관리감독 강화로 비극 최소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5.25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얼마전 40대 주부 A씨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놓고 TV를 보다가 초등생 2명이 숨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됐다. 내 아이와 똑같은 나이, 사고로 사망한 아이 부모의 심정은 차마 상상하기 조차 어려워 A씨는 마음이 심란해졌다. 어린이 통학버스의 안전의무를 강화한 이른바 ‘세림이법’이 생긴 이후 그나마 통학버스를 이용하는 아이 안전에 대해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지만, 법이 아무리 강화됐어도 관련 종사자나 운전자 등의 안전의식 부재는 언제든지 같은 사례를 발생시킬 수 있어 A씨는 엄마로서 걱정이 커져만 갔다. 

지난 15일 인천 송도에서 초등학생들을 태운 차량이 다른 승합 차량과 충돌한 뒤 파손된 채 도로에 서있다. <사진제공=인천소방본부>
지난 15일 인천 송도에서 초등학생들을 태운 차량이 다른 승합 차량과 충돌한 뒤 파손된 채 도로에 서있다. <사진제공=인천소방본부>

지난 2013년 충북 청주의 한 어린이집을 다녀오던 김세림양이 등원 과정에서 통학버스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 안타까운 사고는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켜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을 대폭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이후 2015년 1월부터 ‘세림이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어린이 운송 현장의 안전 불감증은 거의 개선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인천에서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로 초등학생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면서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학차량 안전관리에 관한 ‘세림이법’ 적용 대상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이 축구클럽은 체육시설·학원이 아닌 서비스업으로 사업자 신고를 해 해당 차량은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통학버스’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림이법이 적용 안 되는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선 먼저 관련 법안들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초등생 2명 사망’ 인천 축구클럽 승합차 운전자 구속

‘세림이법’ 시행 이후에도 어린이 통학차량들의 안전 불감증과 법규 위반이 여전하다.

2013년 3월 청주에서 자신이 타고 다니던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김세림양(당시 3세) 사고 이후 통학차량들의 안전기준이 대폭 강화된 도로교통법이 바로 세림이법이다.

2015년 1월부터 시행된 세림이법은 9인승 이상 어린이 통학차량의 경우 어린이나 영유아를 태울 땐 보호자 동승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량의 운행 전 안전띠 착용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이같은 안전수칙은 도로교통법 규정이 아니더라도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위해서는 운행 차량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중에 기본이다.

하지만 이 법 시행 이후에도 어린이와 유아들이 ‘나 홀로 승하차’ 하는 위반 사례가 적지 않아 안전의식이 실종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사설 축구클럽 승합차를 몰다가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해 8명의 사상자를 낸 20대 운전자가 경찰에 구속됐다.

지난 24일 인천 연수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치상 혐의로 인천 모 사설 축구클럽 스타렉스 승합차 운전자 A(24·남)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종환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15일 오후 7시58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앞 사거리에서 스타렉스 승합차를 몰다가 신호를 위반해 카니발 승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차량에 탑승했던 초등생 2명이 숨지고 대학생 행인(20·여) 등 6명이 다쳤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전) 황색 신호인 것을 보고 빨리 지나가기 위해 교차로에 진입했다”며 신호위반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다.

또한 그는 제한속도가 시속 30km인 주택단지 인접 도로에 사고 당시 시속 85km로 과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영장실질심사 전 “과속을 왜 했나”,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한 것은 확인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마디도 답변하지 않았다.

현 도로교통법 제53조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버스 운영자는 통학버스에 어린이나 영유아를 태울 때는 보호자를 함께 태워야 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승합차에 A씨 외에는 다른 보호자가 없었다. 해당 축구클럽은 개업 당시 관할 구청인 연수구에 ‘자유업종’인 서비스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기 때문에 어린이 통학버스 운영자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축구하러 간 아이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축구클럽 피해 부모의 절규

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축구클럽 승합차 사망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송도 축구클럽 노란차 피해 부모 일동’ 명의로 ‘축구클럽에 축구한다고 차량에 태워 보낸 아이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23일 게재됐다.

자신을 이번 사고로 숨진 B(8)군의 어머니라고 밝힌 글쓴이는 “(사고 스타렉스 차량 운전자는) 3년 전에 면허를 따고 올해 1월에 제대해 초보운전인데 알바로 고용해 운전을 시켰다”며 “24살짜리한테 운전을 시키면서 30살부터 적용되는 책임보험을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축구협회, 국회의원, 교육청, 연수구, 인천시, 경찰청은 어른이 잘못했다고 문상만 오시면 끝나는 것인가요? 일주일 동안 무엇을 바꾸셨습니까?”라며 “아이 사체를 사진 찍어두었는데 허리와 배에 안전벨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끝까지 엄마 말 잘 들었더라”고 애통해했다.

B군의 어머니는 블로그에도 글을 올려 “노란 차 운전자는 별도의 자격을 신설하고 주기적인 안전교육을 해야 했다”며 “보험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해 엄격하게 규제하고 범칙금이라도 2∼3배 물렸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여전히 많은 아이와 부모들이 현실을 모른 채 아이들을 노란 차에 태우고 있다”며 유사 사고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B군의 어머니는 “출산율 저하라면서 8년 동안 잘 길러 놓은 아이 하나 지키지 못한 정부에 아이를 가슴에 묻고 울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원통하고 슬픈 엄마들이 묻는다”며 “어린 생명에 대한 안전대책과 근거법 마련에 대통령님을 비롯한 정부가 최우선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 아들은 이미 죽었고 제가 무엇을 한다고 해도 살아나지 않는다는 걸 안다”며 “그러나 제가 가만히 있으면 이 시한폭탄을 제거하지 못할 것 같아 청와대에 묻는다”고 말했다.

해당 청원글은 25일 오후 3시 기준으로 6만88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지난 16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신도시 축구클럽 차량 사고 현장 앞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어린이가 추모 문구를 적은 종이를 붙이고 있다. 15일 발생한 이 사고로 축구클럽 차량에 탑승했던 초등학생 2명이 숨지는 등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16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신도시 축구클럽 차량 사고 현장 앞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어린이가 추모 문구를 적은 종이를 붙이고 있다. 15일 발생한 이 사고로 축구클럽 차량에 탑승했던 초등학생 2명이 숨지는 등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 어린이 통학 사각지대 없애는 ‘세림이법’ 개정 추진

한편, 이번 인천 축구클럽 통학차 사망사고를 계기로 ‘세림이법’의 사각지대가 드러나자 정치권에서는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최근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강하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어린이 통학버스의 안전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일명 세림이법)은 유치원, 초등학교, 어린이집, 학원, 체육시설 기관에서 운행하는 어린이 통학버스에 적용된다”며 “이번 사고 차량은 축구클럽 소속으로 해당 법률의 5개 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어린이 통학 안전에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비극적인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교육·문화 등의 이용을 목적으로 어린이를 운송하는 모든 차량에 대해 ‘세림이법’을 적용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해 안전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이 시행됐다고 어린이 안전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는 그 법마저 이런저런 현실적인 사정을 이유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사고 발생은 언제나 방심과 허점을 노린다. 법규 준수가 느슨하고 설마 하는 안이한 의식이 똬리를 튼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만큼 안전수칙 준수와 지속적인 계도 및 단속만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을 예방하는 길이다.

꽃도 피워보지 못한 어린이의 안타까운 사망에 부모가 평생 상처를 안고 살지 않도록 ‘세림이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