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분류한 가운데 이 사안에 찬반 양론이 팽팽했던 논쟁이 국내 도입이라는 쟁점으로 옮겨 붙은 모양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협의체를 꾸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향후 대응방향을 결정하기로 했지만 게임업계에서는 산업침체를 우려하며 국가개입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게임으로 인해 통제기능이 손상되고 일상생활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게임중독으로 진단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사회적인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갈등과 대립만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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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WHO ‘게임장애’ 질병 확정에 민관협의체 구성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보건당국이 2022년 1월 발효에 앞서 관계부처와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27일 복지부에 따르면, 다음달 중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관련 민관협의를 위한 협의체를 추진한다.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은 25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HO 제72차 총회 B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해 2022년 1월 발효가 확정됐다.

관계부처와 법조계, 시민단체, 게임분야,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될 협의체는 국내 현황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문제 등 관계부처 역할과 대응방향을 논의한다.

협의체 제1차 회의에서는 게임이용장애 등재 관련 주요현황과 운영방향 등을 다루게 된다.

게임이용장애란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행위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경우 등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게임이용장애로 진단하게 된다.

앞서 WHO 정신건강부 중독 섹션 자문 그룹은 2014년 회의체를 통해 게임 등 디지털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이 공중보건학적 문제라는 데 공감하고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도출했다.

2015년 2차 TF에서는 Gaming Disorder로 명명, ICD-11 등재를 추진하기로 전문가 합의 도출이 이뤄졌고 이듬해 보건전문가 의견 수렴이 시작됐다.

2017년 12월에는 국제질병분류기호 초안에 중독행위로 인한 장애편을 신설, 도박장애와 함께 게임이용장애가 등재한 이후 지난해 6월 WHO 홈페이지에 최종안이 게재됐다.

게임이용장애를 국내에서 질병으로 분류하려면 통계법에 따라 통계청에서 관련 기관 및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개정, 고시해야 한다.

5년 주기로 개정하는 KCD는 현재 통계청이 ICD-10을 바탕으로 제8차 개정(2020년 7월 고시, 2021년 1월1일 시행)을 연구 중이다.

따라서 이번에 개정돼 2022년 1월 발효 예정인 ICD-11을 반영하려면 2025년 고시, 2026년 1월 이후부터나 반영할 수 있다.

권준욱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협의체 운영을 통해 관련 분야 전문가 및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나누고 향후 일정(2026년께로 예상되는 국내 질병분류체계 개편)에 대비해 중장기적 대책을 논의하고 준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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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은 질병?..게임업계 강력 반발·국내도입 반대

한편, WHO의 결정에 게임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게임학회·한국게임산업협회 등 총 88개 단체로 구성된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 25일 강력한 유감과 더불어 국내 도입 반대 입장을 강력히 표명했다.

공대위는 “질병코드 지정은 UN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적, 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미국 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과 같이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권리인 게임을 향유하는 과정에서 죄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으며 게임 개발자들과 콘텐츠 창작자들은 자유로운 창작적 표현에 있어 엄청난 제약을 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게임을 넘어 한국 콘텐츠산업의 일대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임과 콘텐츠 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근거가 없어 계류되거나 인준받지 못했던 게임을 규제하는 다양한 법안이 다시 발의되는 사태가 발생될 수 있다”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의 증가로 인해 젊은이와 기성세대 간의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공대위는 게임장애 질병코드 국내도입을 최대한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대위는 오는 29일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대위 출범과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 출범식에서 공대위는 질병코드 도입이 국내 게임 문화에 충격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보고 반대 의사 표명 및 향후 공대위 전략, 활동 계획을 공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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