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학폭 미투:과거 일탈행위 진실공방→모범적 인성 검증 필요성 한목소리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불과 1년 전 중학생 시절, 10대 김군은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친구 이군의 주선으로 소위 잘 나가는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김군은 학교생활이 편해지자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또래 학생들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거나 폭행까지 하는 등 일탈행위가 심해졌던 것. 그러던 어느 날, 이군이 자신의 반 친구 한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김군에게 불만을 토로했고 김군은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이군이 지목한 학생을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으로 데려가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 이후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리자 김군은 목격학생들의 입단속을 시키면서 자신은 때리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학생이 자신을 때렸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하지만 진실은 언제나 들통나는 법. 김군은 폭행 정황이 드러나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고 이는 집안 갈등으로 번져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시련까지 겪게 됐다. 김군은 그간 자신의 행동에 반성하며 다시 평범한 학교 생활을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학교폭력 가해자 낙인이 찍혀 전학을 가서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으로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고 우울증까지 생기면서 병원 치료까지 받는 처지가 됐다. 

팬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베리굿 갤러리는 29일 성명서를 발표해 소속사의 자세한 입장 발표를 촉구했다. <사진=디시인사이드 베리굿 갤러리 화면 캡쳐>
팬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베리굿 갤러리는 29일 성명서를 발표해 소속사의 자세한 입장 발표를 촉구했다. <사진=디시인사이드 베리굿 갤러리 화면 캡쳐>

최근 걸그룹 씨스타 출신의 효린과 밴드 잔나비 소속 유영현의 과거 행실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들이 방송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 달리 학창시절 폭력을 일삼았단 주장이 제기된 까닭.

이들에게 학창시절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렸다는 폭로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됐고 이후 학교폭력 논란은 연예계 전반으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연예인들의 크고 작은 일탈 행위가 요즘들어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학교폭력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더욱 싸늘하기만 한 상황. 일각에서는 해당 연예인의 퇴출과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가슴 만지고 뒤통수 때렸다”..베리굿 다예 ‘학폭 논란’ 진실공방

최근 연예인들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 미투가 가요계에 집중되면서 ‘성폭력 미투’, ‘빚투’에 이어 ‘학교폭력 미투’가 어디까지 번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걸그룹 베리굿 멤버 다예(22)도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베리굿 소속사 측은 학교폭력 논란에 법적대응을 시사했지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A씨가 추가폭로를 이어가면서 공방전 이어지고 있다.

다예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베리굿 팬들은 다예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소속사에 상세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29일 팬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베리굿 갤러리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최근 오랜 기다림 끝에 컴백을 했기에 많은 기대감이 부풀었는데 한 멤버의 논란이 불거져 너무나도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어 ‘입장 표명 촉구 성명문’을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팬들은 “소속사는 앞서 ‘명예훼손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으나 그 이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어 우려가 된다”며 “베리굿 갤러리 일동은 이번 논란이 전혀 사실무근임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베리굿 소속사 측에서 조금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입장을 표명해 여론을 잠재워 주시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걸그룹 베리굿 다예는 학교폭력 가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작성한 네티즌 A씨는 초등학교 6학년 당시 다예에게 신체적인 폭력을 당하고 성적인 말까지 듣는 등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애가 나와 친하다는 이유로 따돌림이 시작됐다”며 “원래 어울리던 친구들에게 나와 어울리면 똑같이 되는 거라며 협박을 해 친구들과의 거리도 멀어지게 했다. 나는 그때부터 혼자 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있는 나에게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수업 시간에 뒤통수를 치며 웃고 빗자루로 머리를 쓸고 속옷 끈을 잡아당기며 남자친구들에게 같이 하자며 권유를 한 적이 있으며 가슴을 만지는 행동을 하며 수치심도 들게 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같은 날 베리굿의 소속사 제이티지엔터테인먼트는 다예가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소속사는 공식 입장을 통해 “현재 커뮤니티 게시판에 떠도는 다예의 학교폭력 관련 억측은 악성 루머이며 허위 사실임을 명확히 밝힌다”며 “본인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온라인상에서 실명으로 올리지 않은 학교폭력 관련 글에 대해 소속사에서는 명예훼손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며 “이 시간 이후 악의성 짙은 비방과 루머,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도 법적 강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A씨는 베리굿 측의 공식 입장에 반박하며 폭로글을 추가로 게재했다.

A씨는 “기사로 ‘사실무근’이라고 하는 걸 봤는데 무슨 생각으로 ‘사실무근’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하며 “당시부터 지금까지 자존심 상해서 가족에게는 내 입으로 너한테 괴롭힘 받은걸 말한 적 없는데 너가 우리 집에 다른 친구 2명과 찾아와서 무릎을 꿇게 했던 날, 내가 무서워서 동생한테 공부방 갔다고 말하라고 했던 날. 내가 나가서 너한테 머리 맞고 무릎 꿇고 너의 분홍색 쿠키폰에 녹음하고 그걸 학원 가려고 나와서 본 동생한테 넌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동생은 말했다”고 했다.

또한 “그날 엄마가 화나서 너에게 전화해 ‘너네 부모님께 말씀드린다’고 하자 죄송하다고 안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기억이 나지 않으면 더 자세하게 말해줄까? 너 집 앞에 살았고 네가 우리집 찾아와서 난 우리집 계단 복도에서 무릎 꿇었던거고. 그런데도 기억이 안 나니?”라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다예의 본명인 김현정이 적힌 초등학교 졸업 앨범도 함께 게재돼 있다.

다예 측이 학교폭력 관련 의혹을 일축하며 강경대응을 시사했지만 A씨 역시 추가 입장을 통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밴드 잔나비(왼쪽)와 가수 효린.
밴드 잔나비(왼쪽)와 가수 효린.

# 윤서빈→잔나비→효린..연예계 흔든 ‘학폭 미투’ 어디까지 번질까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학교폭력 논란’의 시작은 Mnet 글로벌 보이그룹 서바이벌 ‘프로듀스X101’에 출연한 JYP 연습생 윤서빈이었다.

15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윤서빈이 학창시절 광주에서 유명했던 일진으로 학교폭력을 했다는 글이 게재됐다. 윤서빈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교복을 입고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진도 함께 공개돼 도마에 올랐다.

윤서빈이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JYP엔터테인먼트는 회사에서 방출했고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했다.

윤서빈으로 시작된 ‘학교폭력 논란’은 핫밴드 잔나비 멤버 유영현으로 이어졌다. 잔나비는 올해 3월 발표한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로 데뷔 5년 만에 처음으로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대세 밴드’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밴드였다.

하지만 23일 멤버 유영현의 괴롭힘과 조롱을 당하며 학창시절을 보내 정신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폭로글이 등장했다.

이에 잔나비 소속사 페포니뮤직은 유영현이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였음을 인정했고, 유영현은 팀을 탈퇴했다.

페포니뮤직 측은 “유영현은 현재 잘못을 깊게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으며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향후 활동을 중지하기로 했다”며 “유영현은 진심으로 사죄하며 용서를 구할 것이며 다른 잔나비 멤버들도 이로 인해 피해를 받으신 분께 어떤 방식으로든 용서를 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수 효린 역시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피해자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효린 측은 의혹이 불거지자 모욕, 명예훼손 등 혐의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27일 피해자와 만나 충분한 이야기를 나눴고, 양측의 상황을 고려해 입장을 철회하기로 했다. 

효린의 논란은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15년 전 효린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B씨의 글이 게재되면서 시작됐다.

B씨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3년간 효린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며 “상습적으로 옷과 현금 등을 빼앗기고 온갖 이유로 아파트 놀이터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효린이 가수가 됐다는 소리를 듣고 놀랐다.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사과하라고 장문의 글을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고 폭로를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효린의 소속사 측은 26일 “15년 전 기억이 선명하지 않은 상황이라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피해자라 주장하시는 분을 직접 찾아뵐 생각이며 해결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소속사의 입장 발표 후 B씨는 “찾아오지 말라”며 “15년 만에 만나서 또 그 공포감을 느껴야 하나. 눈빛을 면전에서 볼 자신이 없다. 연락을 해서 사과하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고는 게시글을 모두 삭제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효린 측은 입장을 바꿨다. 소속사 측은 “불특정 다수에게 온갖 추측과 논란을 야기시킨 뒤 버젓이 글을 삭제하고 사과만을 바란다는 누군가로 인한 이번 사태에 매우 비통한 마음을 전한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소속사의 새로운 입장 발표 이후에도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진실공방은 더욱 가열됐다. 하지만 효린과 최초 폭로자 B씨가 대화를 나눈 끝에 해당 사건은 일단락됐다.

지난해 3월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일대 외벽에 K팝 등 옥외광고물이 표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3월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일대 외벽에 K팝 등 옥외광고물이 표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모범적 인성 갖춘 완벽한 ‘동경의 대상’ 원한다

한편, 연예인들에 대한 학창시절 일탈행위 폭로는 과거 피해를 입은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반면, 사실여부가 불분명한 일방적인 주장으로 인해 연예인들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좋은 취지가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10대는 인격과 인성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학교폭력 피해는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일각에서는 기획사의 사전검증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획사에서 수년간 트레이닝을 받아 데뷔하는 시스템의 정착으로 가수를 꿈꾸는 많은 아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다. 이들은 노래와 춤 기량을 연마하기 위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연습실에서 보내는 실정.

이로 인해 소속 아티스트가 올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기획사의 책무 중 하나가 됐다.

기획사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노래를 잘 부르고 춤을 잘 추는 것이 다가 아님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아티스트 역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 연예 기획사들이 인성 교육을 강화하는 추세인 가운데 연예인은 10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 만큼 동경의 대상을 넘어 ‘모범’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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