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조현병을 앓고 있던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다 예비신부의 꿈을 산산조각 냈다.

3명을 숨지게 한 이른바 ‘조현병 역주행’ 사고와 관련,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공개돼 충격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더욱이 최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등 ‘조현병 범죄’가 반복되고 있어 조현병 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7시34분께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5km 부근에서 역주행 사고가 발생해 공주소방서 대원들과 경찰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제공=공주소방서>

조현병을 앓고 있던 40대 남성이 3살 난 아들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 마주오던 포르테 승용차와 정면 충돌한 사건과 관련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5일 공개된 사고 목격자 차량의 블랙박스와 고속도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역주행하는 화물차가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승용차와 대형 화물차 등을 지나치며 위험천만하게 질주하는 장면이 찍혔다.

당시 역주행을 목격한 A씨는 방송에서 “1차로에서 달리던 역주행 차량이 경적을 울리면서 안쪽으로 계속 주행했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 CCTV를 보면 1차로에서 역주행하던 화물차가 대형 화물차를 비껴간 뒤 2차로로 방향을 트는 순간 마주 오던 포르테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7시34분께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5km 지점에서 박모(40)씨가 라보 화물차를 몰고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포르테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박씨와 박씨의 아들(3)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고 포르테 운전자 최모(29)씨도 숨졌다. 숨진 최씨는 사망한 최 씨는 청양군에 있는 한 식품회사 연구원으로 이달 말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사고로 부서진 차 안에는 지인에게 나눠줄 청첩장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경남 양산에 거주 중인 박씨는 이날 새벽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아들을 자신의 화물차에 태운 박씨는 오전3시34분 경부고속도로 경남 남양산IC로 진입해 오전7시15분 당진∼대전고속도로 충남 예산 신양IC 인근까지 정상 운행하다 7시16분 갑자기 당진 방향으로 정상 운행하던 차를 반대로 돌려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접수 즉시 경찰차를 출동시켰지만 박씨의 화물차는 고속도로를 19km가량 역주행하다가 최씨의 승용차와 정면 충돌했다.

이날 새벽에 남편이 아들과 함께 갑자기 사라진 것을 확인한 박씨의 아내는 오전7시26분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박씨 아내는 “박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고 최근 약을 먹지 않아 위험하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고속도로 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라보 화물차가 역주행하다가 정상 주행하던 포르테 승용차와 충돌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조현병 역주행 CCTV 영상. <사진=KBS 뉴스 캡쳐>

한편, 조현병 질환자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사례가 잦아짐에 따라 해당 질환 및 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악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현병과 폭력성이 무관하다는 주장과 함께 특정 병력에 대한 인식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조현병 환자의 대부분이 우울증상을 보이고 폭력보단 오히려 위축되고 소외된 경우가 많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또 치료 역시 가능해 이를 폭력 내지 범죄와 직접 연결 짓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현병은 국내에서 ‘정신분열증’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정신의학회는 ‘정신분열증’가 부정적 어감을 지닌 데다 환자의 치료 의지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조현병’으로 명칭을 대체했다.

조현병은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임상적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의 일종이다.

발병 원인으로는 크게 생물학적 원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생물학적 원인의 경우 유전, 뇌 내 생화학적 이상, 해부학적 이상 등이 있다. 이외의 요인들은 환경적인 원인으로 규정된다.

조현병의 대표적 증상에는 ▲환각 ▲망상 ▲사고 과정 장애 등이 꼽힌다. 발병 시기는 남성과 여성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남성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서 주로 발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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