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맥주·병맥주 등 세부담 ↑·캔맥주는 ↓..소주 종가세 유지
정부 “생산량 증가 따른 고용 창출 및 신규 설비투자 기대”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오는 2020년부터 맥주와 막걸리 등 탁주에 부과되는 주세(酒稅)가 종량세(용량에 따른 과세)로 전환된다. 

그동안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 과세체계 불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 국산맥주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1968년 이후 정부가 50여년 만에 주세를 손질에 나선 것.   

다만, 소주 등 증류주와 나머지 주류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현행 종가세(제조원가에 과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류 과세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주세 개편의 핵심은 맥주와 막걸리 두 주종에 대해 우선적으로 물량 기준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개편된 주세법은 오는 2020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종가세와 종량세 선택 여부는 각국 제반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현재 주세 종량세 체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중 30개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종가세는 한국을 비롯해 멕시코, 칠레 등에서만 적용하고 있다. 

종량세 개편안이 적용되면 맥주는 리터(ℓ)당 830.3원이 부과된다. 이럴 경우 국산 캔맥주의 리터당 주세는 291원 감소하고, 총 세부담은 415원 줄어든다. 

반면 생맥주의 리터당 주세는 311원, 페트와 병맥주는 각각 27원, 16원 증가한다. 주세·교육세·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할 경우 생맥주 445원, 페트 39원, 병맥주는 23원이 증가한다.     

정부는 생맥주의 세부담 증가를 고려해 2년간 20% 세율을 경감해주기로 했다. 

생맥주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제맥주 및 일부 맥주 업계 등을 감안해 한시적 경감을 통해 세부담의 중립성을 유지하고 종량세 전환에 따른 적응기간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탁주의 경우 리터당 41.7원을 과세하기로 정했다. 

정부는 이번 종량세 전환으로 맥주는 연간 300억원, 탁주는 6억원의 세수 감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맥주로 거둬들인 주세 1조5814억원의 1.9%, 탁주 주세 197억원의 3.0% 수준이다. 

대신 맥주와 탁주의 세율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주류 가격 인상에 비례해 세부담이 증가하는 종가세 유지 주종과의 과세 형평을 고려한 조치다.

물가연동제는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하며 최초 적용시기는 2021년(연 1회)이다. 

기재부는 오는 9월 초 주세 개편안을 올해 정부 세법개정안에 반영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주류 과세 체계 개편 논의 등을 위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세제 관련 현안 당정협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류 과세 체계 개편 논의 등을 위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세제 관련 현안 당정협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현행 종가세 체계 하에서는 고품질 주류의 개발과 생산에 한계가 있다는 점, 수입 주류와 국산 주류 간 과세표준 차이로 인해 과세 불형평성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 주류 과세체계를 종량세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주세 체계 전환을 검토하면서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외국 사례를 조사했다. 또 전문가 그룹과의 토론, 공청회 등도 실시했다.  

홍 부총리는 “당초 소주와 맥주를 비롯해 전 주종을 대상으로 종량세 전환을 검토했다”면서 “그러나 50여 년간 종가세 체계 하에서 형성돼 온 현재 주류 시장·산업 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업계 의견을 최대한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여타 주종에 대해서는 맥주, 탁주의 종량세 전환 효과와 음주 문화 변화추이, 소비자 후생 등 측면을 살핀 후 종량세 전환을 검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그는 “고용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수제맥주 업계의 활성화를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이 확대되고 국내 맥주 생산량 증가에 따른 전·후방 산업 분야의 고용 창출과 신규 설비투자도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다양한 고품질 맥주와 탁주의 개발 등으로 주류산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돼 소비자 후생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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