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지난 6일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해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진 피의자 고유정(36)의 얼굴 공개가 불발됐다.

고씨는 지난 6일 오후 6시35분께 제주동부경찰서에서 변호사 입회하에 조사를 마치고 유치장으로 이동하던 중 복도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슬리퍼를 신고 검정색 티셔츠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고씨는 머리를 풀고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30m가량을 지나가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다.

고씨는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식사량도 줄고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등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지방경찰청은 5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국민의 알 권리 존중과 강력범죄 예방 차원에서 고씨의 이름과 얼굴, 성별,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 신상공개심의위원회는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심하게 훼손한 후 불상지에 유기하는 등 범죄 수법이 잔인하고 그 결과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구속영장 발부 및 범행도구가 압수되는 등 증거가 충분하다”고 공개 사유를 밝혔다.

신상공개심의위원회는 보통 피의자를 검거한 후 구속영장 발부 시점 사이에 열린다. 그동안 신상공개가 결정이 내려진 피의자는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 과정에서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지 않고 언론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러나 고씨는 영장발부 이후에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열리면서 언론에 얼굴이 노출되는 시기가 늦춰지게 됐다.

또한 제주동부경찰서는 이날 고씨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얼굴을 공개할 경우 심경 변화 등으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해 당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사건 피해자 유족들은 고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신상정보 공개를 요구해왔다. 유족 측은 4일 입장문을 통해 “범행이 잔인하고 이로 인해 치유하지 못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그 밖의 모든 공개 요건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앞서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후 이틀 후인 같은 달 27일 펜션을 빠져나와 이튿날 완도행 배편으로 제주를 빠져나갔다. 조사 결과 배 위에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해상에 버리는 장면이 선박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현재 경찰은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는 그의 진술에 따라 제주~완도 간 여객선 항로에 대한 수색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고씨는 제주를 벗어나 완도에 도착해 전남 영암과 무안을 거쳐 경기도 김포시에 머무른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고씨가 이동 중 시신을 최소 3곳에 유기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찰은 고씨의 “우발적이었다”라는 주장과 달리 범행 전 그의 휴대전화에서 ‘니코틴 치사량’ 등을 수차례 검색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계획한 범행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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