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붕괴사고:고질적인 안전불감증과 관리 소홀 화근→경각심 고취 및 환경 개선 필요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최근 직장 동료들끼리 회포를 풀기 위해 가진 회식 자리에서 최모씨는 아찔한 사고를 겪었다. 한 식당에서 회식을 한 뒤 최씨는 동료들과 노래방을 찾았다가 건물 내 비상구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 것. 최씨는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던 중 담배를 피우러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 이모씨가 담뱃갑을 들고 따라나왔다. 얘기를 나누던 중 이씨가 최근 팀장에게 크게 질책을 들은 일에 대해 하소연을 하기 시작하더니 상사의 뒷담화를 하기 시작했고, 정도가 점차 심해지자 최씨가 그를 다독이며 말린 것이 되려 화를 불렀다. 이씨는 “팀장에게 예쁨 받아서 좋겠네”라며 비꼬았고 술에 취한 최씨도 격앙된 목소리로 맞받아쳤다. 두 사람은 복도 끝에 위치한 방화문 밖 한 평 남짓한 부속실에서 서로 실랑이를 벌이던 중 갑자기 외부로 통하는 비상구 문이 열리면서 최씨는 그대로 3m 아래 땅으로 추락했다. 문이 열리면 언제든 추락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비상계단이나 난간 등 추락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는 전무했다. 그저 ‘추락 위험’을 알리는 문구가 전부였다.

<사진=MBC 뉴스 캡쳐>
<사진=MBC 뉴스 캡쳐>

건설현장 추락사고나 다중이용업소 비상구 추락사고 등 일터와 일상 속에서 추락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부주의에 의한 사고도 있지만 추락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안전장치가 없는 경우도 다반사다. 때문에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개개인의 자발적인 안전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 여수 거북선 계단 붕괴..사진찍던 여행객 7명 추락

전남 여수시의 ‘거북선’ 조형물의 계단이 무너지면서 여행객 7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9일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44분께 여수시 이순신광장의 전라좌수영 거북선 조형물로 오르는 목재 계단 일부가 파손됐다. 이 사고로 관람객 7명이 3m 아래로 추락했고 이 중 5명이 다쳤다.

60대 여성 A씨가 머리를 다쳐 광주 시내 대형 병원으로 이송됐고 80대 여성 B씨는 허리를 다쳐 서울 지역 병원으로 옮겨졌다. 나머지 3명은 부상 정도가 경미해 간단한 병원 진료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고는 길이 30m, 폭 10m의 거북선에 오르는 계단참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너진 계단참은 넓이가 가로·세로 1.5m 정도로, 주로 관광객이 사진을 찍거나 여수 앞바다 전망을 둘러보는 곳이다.

사고 당시 가족 여행객 7명이 계단참에 오르고 나머지 1명이 계단 아래에서 사진을 찍다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위에 있던 7명이 모두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여수시는 지난 2014년 2월 이순신광장에 26억원을 들여 전라좌수영 조형물을 설치했다. 길이 26.24m, 높이 6.56m, 폭 10.62m 크기로, 배 내부에는 밀랍인형과 무기류, 체험복 등이 전시돼 매년 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 여수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관광객이 주로 사진을 찍고 내부 전시물도 관람하고 있지만 계단은 설치된 이후 한 차례도 교체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수시 관계자는 “2014년 설치된 이후 누수 등 일부 보수 작업은 했지만 계단 쪽은 특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거북선은 연중무휴로 매일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지만 안전 담당 직원은 없어 사고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여수시는 좁은 공간에 사람이 몰리면서 하중이 쏠린 데다 최근에 내린 폭우로 나무가 약해져 파손된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도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현장 감식을 벌이는 등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수시는 이날 고재영 부시장 주재로 관광과, 재난안전과, 보건행정과 등이 참여하는 ‘이순신광장 거북선 추락사고 지원 대책회의’를 열고 사고 대책 및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여수시는 팀장급 직원을 병원에 보내 긴급구호품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달하고 가족 심리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또 추락사고가 발생한 거북선은 임시폐쇄하고 전문가를 불러 정밀 안전진단을 하기로 했다.

부서진 나무 계단은 철제 구조물로 바꾸는 등 보수공사도 검토하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고 야영장 등 관광시설 50곳을 일제 점검해 보수할 계획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부상자들이 빨리 쾌유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물을 점검하고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15일 오후 4시49분께 제주시 연동의 옛 그랜드호텔 사거리 인근 신축 건물 공사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이 약 9m 높이에서 지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출동한 119구조대가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제주소방서>
지난 4월15일 오후 4시49분께 제주시 연동의 옛 그랜드호텔 사거리 인근 신축 건물 공사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이 약 9m 높이에서 지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출동한 119구조대가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제주소방서>

# 건설현장 사망 60%는 ‘추락사’

이처럼 일상생활이나 산업현장 속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은 분노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하지만 여전히 소방시설, 부실한 관리 등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참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

추락사고는 인체에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고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큰 사고다. 

특히 산업현장에서 사망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추락사고는 예고없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요구된다. 

더욱이 추락사고는 개인의 안전의식의 문제와 상관없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와 안전관리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 없이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때문에 구조적 안전불감증이 해결되지 않는 한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은 어딘가에서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건설현장은 추락, 붕괴, 충돌, 감전, 화재. 질식 등 수많은 위험요인이 존재하는 가운데 건설현장 규모에 상관없이 추락사고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추락사고 방지가 가장 시급한 실정.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전체 971명으로 이중 건설분야 사망자가 50%(485명)에 이른다. 건설분야 재해 중 추락으로 인한 사고가 가장 큰 비중(60%·290명)을 차지했다.

이에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8일 서울 개포시영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10대 건설업체 최고경영자와 함께 추락재해 예방을 주제로 현장간담회를 열고 “올해 건설 분야에서 추락 재해를 추방해 적어도 100명 이상의 사고 사망자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예방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전체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분야에서 사고사망자 감축 등 재해예방 의지를 다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를 위해 120억원 이상의 공사는 안전보건경영 역량을 갖추고 있는 점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되,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건설사가 시공하는 전국의 현장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사망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3억~120억원 규모의 건설현장 약 7만3000개소에 대해서는 행정역량을 집중해 예방감독을 실시한다.

3억원 미만의 공사는 건설현장 수가 많고(35만개소) 공사가 짧은 기간에 끝나는 점을 감안해 민간재해예방기관 등을 통해 기술지도를 실시하되,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와 패트롤 순찰·감독을 함께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10대 건설업체 최고경영자들이 안전수칙 준수 등 자율관리 방안을 담은 ‘안전 경영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경기 화성시 산척동 동탄 공공주택 건설현장에서 열린 ‘건설안전 슬로건 선포식’에 참석, 추락사고 예방 VR체험부스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경기 화성시 산척동 동탄 공공주택 건설현장에서 열린 ‘건설안전 슬로건 선포식’에 참석, 추락사고 예방 VR체험부스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 집중호우·추락사고 대비 전국 595개 건설현장 일제점검

한편, 건설현장 사고, 특히 빈발하는 추락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오는 7월12일까지 전국 건설현장의 집중호우 대비 수해 방지 대책 등을 일제 점검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집중호우에 취약한 터파기·절개지, 흙 쌓기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지하굴착공사, 하천제방공사, 건축물 공사 등 전국 도로·철도·공항·아파트·건축물 등 595개 현장이다.

국토부는 지방국토관리청, 한국도로공사 등 산하기관 담당자와 기술지원을 위한 민간전문가를 포함한 총 15개반 600명의 점검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며 이 중 119곳은 불시점검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건설현장 추락사고 방지대책,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 타워크레인 안전관리 강화 등의 일환으로 고위험 공사에 대한 안전조치 적정성도 점검한다.

점검 결과 안전관리가 미흡하거나 위법행위가 적발된 건설현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무관용 원칙에 따라 공사중지, 영업정지, 벌점·과태료 부과 등 엄중한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작업자의 실수까지 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안전사고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앞으로도 위험시설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 애로사항 파악 및 철저한 시설 점검이 이뤄져야 하며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안전을 지키려는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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