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규제에도 계열사 내부거래 증가..배당금도 ‘껑충’
재무구조 평가시 일감몰아주기 등 정성평가 항목 강화
‘2세 경영’ 시작부터 암초..경영권 받자마자 리더십 시험대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50년간 동원그룹을 이끈 김재철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2세 경영’ 시대를 연 동원그룹이 시작부터 암초를 만난 모양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들의 내부거래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동원그룹은 오히려 상승했고 심지어 대기업집단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 ‘원톱’을 차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는 상황.

게다가 금융기관에 진 빚이 많아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 평가를 받아야하는 주채무계열 명단에 올해 새로 이름을 올린 점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금융당국은 기업 경영진의 일탈,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공정거래법 위반 등을 평가항목에 추가해 재무구조 평가 때 불이익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원그룹 오너일가 회사이자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김 회장의 아들 김남정 부회장이 보여줄 리더십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사진=뉴시스>

◆오너家 사익편취 의혹 ‘수면 위’..공정위 규제에도 내부거래 ↑

10일 기업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59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49개 그룹(신규 지정된 애경·다우키움 제외) 계열사 1848곳의 일감몰아주기 현황을 조사한 결과 내부거래 총액은 176조5393억원으로 전년 170조9억원 대비 3.8%(6조5384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공정위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포함된 오너일가 지분 30%(상장사)·20%(비상장사) 이상 기업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내부거래 규제 대상 기업은 전체(1848곳) 중 10.4%에 해당하는 193곳이며, 이들의 내부거래 금액은 전체 매출(81조7100억원)의 10.8%인 8조8197억원이다.

규제대상 기업 수는 2017년 말 227곳에서 34곳, 내부거래금액은 12조9204억원에서 31.7%(4조1008억원) 각각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도 13.6%에서 10.8%로 2.8%포인트 줄었다.

이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후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추구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규제 강화 움직임의 효과라는 분석.

하지만 오히려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난 곳도 있었다. 특히 규제대상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큰 그룹은 동원그룹으로, 매출의 92.0%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동원그룹은 이처럼 높은 내부거래 비중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온 상황.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은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다.

지난 2001년 설립된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주요 상장계열사 3곳을 포함해 4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회사.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컴퓨터 및 주변기기 도·소매 등 IT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원그룹 측은 <공공뉴스>에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별도 사업을 하지 않는 순수 지주사로, 내부거래 비중을 따지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오너일가 지분율이 100%에 달하는 사실상 오너일가 회사라는 점에서 계열사가 일감을 몰아줘 오너일가 사익편취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사업보고서 기준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김 부회장이 67.98%, 김 회장 24.50%, 동원육영재단이 4.99%를 보유 중이다. 이밖에 친인척인 김재국씨 1.26%, 김재운씨 0.58%, 김재종씨와 김호랑씨가 각각 0.24%, 0.01%를 갖고 있다.

즉,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99.56%이며, 소액주주 비중은 단 0.44%에 불과한 셈.

이런 상황 속 최근 3년간 동원엔터프라이즈 매출액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2016년 569억9943만원, 2017년 634억4798억원, 2018년 940억4486만원 등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6년 273억9878억원에서 2017년 267억3468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지난해 578억2851억원으로 전년대비 116% 상승했다. 당기순이익도 2016년 99억6348만원, 2017년 90억159만원, 2018년 539억9743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호실적을 보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지난해 특수관계자와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442억3009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4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내부거래를 통해 사세를 확장하면서 오너일가에 대한 배당도 늘려갔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주당 배당금 500원으로 김 부회장과 김 회장은 각각 18억639만원, 6억5111만원씩 매년 챙겼다.

이후 동원엔터프라이즈는 2011년 무상감자 후 2012년 주당 현금배당을 1000원으로 올렸고 2014년까지 유지됐다. 2015년 무상증자 후 배당금은 500원으로 다시 축소했지만, 주식수가 증가하면서 김 회장 부자의 배당금은 소폭 증가했다.

무상증자 이듬해인 2016년 다시 현금배당을 750원으로 늘림에 따라 당시 김 부회장은 59억6110만원, 김 회장은 21억4869만원을 챙겼다. 또 2017년과 2018년 주당 현금배당은 1000원으로 증가해 이 기간 김 부회장은 79억4813만원, 김 회장은 28억6492만원씩을 각각 받았다.

앞서 2017년 시민단체 경제개혁연구소도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지주회사로 지배주주등이 직접 94.6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6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40.13%로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라고 꼬집은 바 있다.

◆주채무계열 신규 편입..재무구조 평가 때 ‘잠재 리스크’ 영향 받나

동원그룹 오너일가가 사익편취 의혹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회사는 올해 주채무계열 30개 기업군에 신규 편입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신용공여액 1조5745억원 이상 30개 계열기업군을 올해 주채무계열로 선정, 여기에 동원그룹이 포함된 것.

주채무계열은 부채가 많은 기업집단(계열)을 주채권은행이 통합관리 하도록 하는 제도. 대기업의 무분별한 과잉, 중복투자, 과도한 차입경영을 막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채무를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감원은 매년 금융기관의 신용공여액이 일정 금액 이상인 계열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한다.

주채무계열 선정 시 채권단이 재무구조를 평가하는 데 그 결과가 미흡하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는다. 이 경우 자산매각·자본확충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주채권은행은 주채무계열 30곳에 대해 상반기 중 재무구조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재무구조 평가 과정에서 금감원은 경영진 위법행위, 사회적 물의 등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잠재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대기업의 사회적 평판 위험 등이 주채무계열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지난해 개정했다.

금감원은 당시 제도를 변경하면서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 위법행위와 도덕적 일탈 행위,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공정거래법 위반, 분식회계 등을 정성평가 항목에 추가하기로 했다.

만약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게 되면 자구계획안 제출은 물론 신사업에 진출할 때 주채권은행과 협의해야 하는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돼 기업들은 경영 자율권을 보장받기 힘들어지는 상황.

때문에 동원그룹 입장에서도 재무구조개선 약정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재무구조 평가에서 정성평가를 강화한 가운데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동원그룹 오너일가 사익편취 의혹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분위기다.

물론 동원그룹이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한 규제를 받은 적은 없지만,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불거져 나오는 오너일가를 둘러싼 잡음에 동원그룹을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은 싸늘하기까지 하다.

동원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2세 김남정‘ 체제 본격화, 출발 선부터 암초 만나 ‘삐끗’

한편, 일찍이 계열분리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한 동원그룹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창업주인 김 회장은 4월16일 경기도 이천 연수원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퇴진을 선언, 동원그룹은 김 회장의 차남인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2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이미 지주사의 지분 다수를 확보하고 있는 김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게 될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고됐었다.

말단 사원부터 일을 시작한 김 부회장은 1996년 동원산업 내 참치 통조림 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이후 백화점에 동원 제품을 납품하는 영업부 사원으로 일했다.

이어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 등 동원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쳤으며 2013년 동원그룹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김 부회장의 부친인 김 회장은 그간 정도경영의 길을 걸어왔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김 부회장 역시 아버지의 행보를 따라 준법경영, 윤리경영 등 이념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큰 모습.

그러나 경영권 승계 마침표를 찍고 이제 막 출발선에 선 김 부회장 앞에 때아닌 주채무계열 신규 편입과 오너일가 일감몰아주기 의혹의 불씨가 다시 되살아나면서 이를 극복하고 어떠한 관리 능력을 보여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동원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채무가 일부 늘어나면서 주채무계열에 신규 편입됐다”며 “주채무은행으로부터 받아야 할 점검 등은 성실히 준비하고 규제사항에 대해서도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과 관련해서는 “계열사 관리만 하는 순수 지주사와 일반 사업회사는 차이를 두고 봐야 한다”면서 “계열사와 거래 비중이 줄어들 수 없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고, 내부거래 비중도 다른 회사들과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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