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4구역-장위6구역 비슷한 설계안에 조합원 ‘반발’
회사 측 “뉴 푸르지오만의 색깔 나타나는 것 당연해”
실적 부진·재무안전성 악화..‘구원투수’ 역할 의문부호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취임 1주년을 맞은 가운데 그동안의 성적은 다소 초라해 ‘구원투수’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김 사장은 재매각이라는 과제를 안고 지난해 6월부터 대우건설을 이끌어 온 인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취임 후 새 비전을 선포하고 주거상품 메인 브랜드 ‘푸르지오’ 재정비에 나서는 등 경영쇄신 작업에 분주한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김 사장 등판 이후 회사 실적은 오히려 쪼그라들었고 각종 잡음이 터지면서 ‘몸값 올리기’는 한없이 더딘 모습.

게다가 김 사장은 올해 도시정비 수주시장에서 누구보다 전력투구 하고 있지만, 최근 고척4구역 재개발 사업에 제안한 특화설계안을 두고 때 아닌 ‘재활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조합원들의 볼멘소리가 들려 이 역시 쉽지 않은 분위기다.   

결국 주택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기 위한 김 사장의 마음만 앞선 행보가 오히려 소비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물론 여기에 실망스러운 경영성적표 등도 더해지면서 향후 재매각 불안감마저 커지는 실정이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 사진제공=대우건설
김형 대우건설 사장 <사진제공=대우건설>

◆특별하지 않은 고척4구역 ‘특화설계안’..장위6구역 설계안과 비슷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수주전이 한창인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 고척4구역은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148 일대 4만2207.9m² 규모로,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면 지하 4층~지상 25층, 10개 동, 공동주택 983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1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고척4구역 재개발 수주전은 현재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2파전으로 압축됐다.

양사는 이 구역 재개발 사업을 따내기 위해 ‘특화설계’를 내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 이런 가운데 대우건설이 제시한 특화설계안을 둘러싸고 ‘재활용’ 논란이 불거지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건설은 고척4구역 특화설계안에서 단지명을 ‘푸르지오 더 골드’로 제안하고 최고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포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공사비는 조합 원안설계 공사비였던 약 1964억원과 동일한 수준이다.

특히 대우건설은 “강남 이상의 서남부권 최고 랜드마크를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강남권 밖에서 처음으로 ‘듀얼 골드 스카이 커뮤니티’를 고척4구역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곳에는 스카이 라운지와 스카이 피트니스가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외관 측면에는 태양의 빛에 따라 변화하는 금속 느낌의 ‘메탈릭 아트월 파사트’를, 단지 앞에는 42m 상당의 그랜드 게이트인 초대형 문주(문짝을 끼우려고 문 양쪽에 세운 기둥)를 적용한다는 방침.

아울러 단위 세대마다 특화 평형설계도 적용된다. 전용 59㎡에는 4베이 설계(일부세대 제외), 전용 114㎡에는 전 세대 5베이 설계로 지어질 예정이다.

커뮤니티 시설 면적은 기존보다 약 1348.76㎡(구 408평) 확보해 기존 조합 원안에 없었던 사우나, 남녀 독서실, 코인세탁실, 키즈카페 등을 추가했다.

주차장은 기존 조합원안 대비 46대를 증가시키고 기존 조합안에 구상돼 있던 비순환형 차량 동선을 개선해 막힘없는 순환형 동선을 선보인다. 주차장 폭은 2.5M로 100%확장형 주차공간을 자랑한다.

이밖에 건식 세차 시스템, 택배 차량이 진입 가능한 높은 층고, 전체 동 드롭 오프 존 등 다양한 트렌드를 반영한 시스템 특과까지 최대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의 이 같은 최고급 사양의 고척4구역 특화설계안에 특별한 문제점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4월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에서 제안했던 특화안과 상당히 유사하고, 심지어 CG 이미지까지 재탕했다는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대우건설이 고척4구역에 제안한 ‘호텔식 주동출입구’는 장위6구역 제안서에 담긴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두 제안서에 제시된 로비 부분의 CG 이미지는 등장 인물도 비슷했다.

문주 역시 오른쪽 기둥의 BI(Brand Identity)가 최신 버전으로 변경되고 경비실 위치만 바뀌었을 뿐 장위6구역 제안서 속 모양새와 유사했다. 스카이 커뮤니티 역시 차별성이 없다며 지적의 대상이 됐다.

이 같은 특화설계안에 고척4구역 일부 조합원들은 대우건설에 상당한 실망과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전언.

강남권 고급 아파트를 연상시키는 자부심을 내건 특화설계로 최고의 아파트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실제로는 차별성도 없고 성의도 없는 특화설계안으로 조합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대우건설이 고척4구역 특화설계로 제안한 스카이 커뮤니티(왼쪽)와 장위6구역에 제안한 스카이 커뮤니티의 모습. 사진=블로그 캡쳐
대우건설이 고척4구역 특화설계로 제안한 스카이 커뮤니티(왼쪽)와 장위6구역에 제안한 스카이 커뮤니티의 모습. <사진=네이버 블로그 캡쳐>

◆실적 부진에 재무건전성도 ‘흔들’..GC 재사용 어쩔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의 특화설계 ‘돌려막기’가 부진한 성적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실적과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상당한 비용이 지출되는 특화설계비를 아끼기 위해 성의없는 설계안을 제시했다는 것.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2조308억원, 영업이익 985억원, 당기순이익 49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에 낸 실적에 비해 상당히 부진한 모습. 대우건설은 2018년 매출액 2조6528억원, 영업이익 1820억원, 당기순이익 1113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3.4% 줄었고, 영업이익은 45.8%나 쪼그라들었다. 또 당기순이익은 55.6%나 감소해 반토막이 났다.

물론 건설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대우건설의 실적 부진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대형 건설사들 가운데서도 유난히 대우건설의 매출 하락폭이 컸다는 점.

대우건설의 실적이 기를 펴지 못하는 이유로는 주택사업 부진이 꼽힌다. 대우건설의 주택 공급량은 2015년과 2016년 3만5453가구에 달했지만, 2017년과 2018년 1만6662세대로 줄었다.

아울러 대우건설의 재무건전성도 전분기와 비교해 나빠진 상황.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311.7%로 지난해 4분기(276.8%)보다 급증했다.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이 증가한 것은 전분기 대비 유동성장기부채, 장기차입금, 사채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332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발생해도 회사에 쌓을 돈이 없다는 의미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이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금의 유출입을 나타내는 것으로 영업부문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위축될 경우 본업의 확장이 어려워지고 향후 실적과 재무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취임 1년’ 김형, 뒷걸음질 치는 기업가치..구원투수 역할 ‘의문부호’ 

한편,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대우건설은 해외사업 손실로 매각이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때문에 지난해 6월 취임한 김 사장은 대우건설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 회사 창립 45주년을 맞아 2025년까지 세계 20위 건설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대우건설의 새 비전 ‘빌드 투게더(Build Together)’를 선포했다.  

이어 올해 3월 주총에서는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되지만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올해가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각오로 체질개선에 주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자사의 브랜드 아파트 푸르지오 브랜드를 리뉴얼했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의 이 같은 이미지 쇄신 행보는 주요 정비사업지에서의 저조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개발 사업에서 특화설계 재활용 논란이 불거지고 회사는 실적 부진에 재무건전성까지 불안한 모습이다.

더욱이 올해 대우건설 공사현장에서는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았고, 고용노동부로부터 기획 감독을 받은 결과 대부분 현장에서 안전 관리가 소홀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점도 부담이다.

김 사장은 대우건설 재매각을 위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지만 잡음들이 잇따르면서 대우건설 가치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신세.

12일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501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1년 전인 6900원에 비해 주가는 27.3% 내려앉았다.

김 사장에게 올해는 직접적인 성과를 내야하는 중요한 시기다. 3년 임기 중 이제 2년차에 돌입한 김 사장이 과연 대우건설 재매각을 위한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대우건설만의 ‘뉴 푸르지오’ 콘셉트가 있다. 내·외관, 커뮤니티, 평면 등에서 회사(대우건설)가 추구하는 것이 있어 (특화설계안에서) 푸르지오만의 색깔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경쟁 건사들도 자사 브랜드에 자신만의 색깔과 가치를 반영한다. 오히려 (건설사가)자기만이 추구하는 색깔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CG 비용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경영(실적과)과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CG가 비슷하다는 것은 조감도가 비슷하다는 것인데 뉴 푸르지오 콘셉트가 정해져 있고 (정해진)틀 안에서 외관과 주요 조형물 등은 당연히 비슷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기업 가치를 높이고자 양질의 수주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김 사장도) 무리한 성과보다는 안정적인 경영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대우건설의)체질을 개선해 나가면서 회사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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