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조현아, 징역 6~8개월 집유..사회봉사도 명령
재판부 “금액 크지만 실형 선고할 정도의 범죄 아냐”
동생 조현민 이어 경영 일선 복귀 여부에 관심 집중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해외 명품과 생활용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진가(家) 모녀가 구속을 면했다.

일각에서는 2014년 ‘땅콩회항’ 논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번 사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경영 복귀 수순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국적기를 이용해 해외 명품 등을 몰래 들여온 혐의로 기소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3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적기를 이용해 해외 명품 등을 몰래 들여온 혐의로 기소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3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천지방법원 형사6단독 오창훈 판사는 13일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모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관세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480만원, 추징금 6300여만원을,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및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37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이들 모녀에게 각각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부과했다. 

오 판사는 “피고인들의 범행 횟수와 밀수입한 물품 금액이 크고,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들이 국내에 유통·판매 목적으로 밀수입한 것이 아닌 점,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밀수한 물품은 82.8%는 50만원 미만으로 대부분 의류, 화장품, 주방용품, 등 일상생활 용품”이라며 “이들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지 않고 사건으로만 봤을 경우, 이 범행은 실형을 선고할 정도로 중하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 등의 밀수 범죄에 가담한 대한항공 직원 2명에 대해서는 “피고인들과 가족들 생계의 원천이자 자아실현의 장인 직장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지시를 거절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선고유예를,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대한항공 법인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4개월에 6200여만원의 추징을 구형했으며, 이 이사장에는 징역 1년과 벌금 2000만원 및 3200만원 추징을 구형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두 피고인은 국적기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밀수 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관세를 피하고자 계획적으로 대한항공 항공기를 이용해 물품을 배송받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구체적 법적 절차를 몰랐던 것”이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 직원들은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명품 의류 등 8900여만원 상당의 물품을 총 203차례에 걸쳐 대한항공 여객기로 밀수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이사장은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대한항공 해외지사 등을 통해 구매한 도자기와 장식품 등 3700여만원 상당의 물품을 46차례에 걸쳐 몰래 들여온 혐의를 받는다.  

또한 이 전 이사장은 2014년 1월부터 7월까지 해외에서 자신이 직접 구매한 3500여만원 상당의 소파와 선반 등을 마치 대한항공이 수입한 것처럼 허위로 세관 당국에 신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이 명품 밀수 관련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구속을 피하면서 그의 경영 복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검찰이 벌금형을 구형한 만큼 재판 결과가 조 전 부사장의 복귀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최근 조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 명함을 달고 경영 일선으로 돌아온 상황.

조 전 전무는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으로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지 14개월 만에 그룹 경영에 복귀했다는 점에서 조 전 부사장의 복귀 역시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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