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만5482건 신고, 학대 판정 5188건으로 전년比 12.2% 증가..가해자는 ‘가족’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학대로 고통받는 노인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학대받는 노인이 지난해에만 전년보다 1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학대 10건 중 9건은 가정에서 발생했으며 학대자 4명 중 1명은 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학대 신고 및 학대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노인 수 증가와 노인들의 경제력 약화, 질환 등으로 부양책임이 가중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이 노인학대를 가족 간의 문제로 치부해 신고나 처벌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더 이상 개인 또는 가정사가 아닌 사회적으로 심각한 범죄임을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노인학대 예방과 근절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

14일 서울 중구 대한서울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행사에서 청춘합창단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노인학대 5188건..10건 중 9건은 가정에서 발생

14일 보건복지부의 ‘2018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1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노인학대로 신고된 사건은 1만5482건, 이중 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5188건으로 전년(4622건)보다 12.2% 증가했다.

노인학대는 2014년 3532건에서 2015년 3818건, 2016년 4280건, 2017년 4622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학대 행위자는 5665명으로 남자 4008명(70.8%), 여자 1657명(29.2%)이었다. 학대 행위자 중에서는 아들이 2106건(37.2%)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어 배우자 1557건(27.5%), 의료인·복지시설종사자 등 기관 관계자 788건(13.9%), 딸 436건(7.7%), 피해자 본인 240건(4.2%) 순이었다.

전체 학대 중 학대 사건 종결 후 다시 학대가 발생한 재학대는 488건(9.4%)이었다. 재학대 행위자는 500명으로 이 중 413명(82.6%)이 피해노인과 동거 중이었고 아들이 202명(48.9%), 배우자 153명(37.0%), 딸 25명(6.1%) 등이었다.

피해노인의 가구 형태를 살펴보면 자녀동거가구 1738명(33.5%), 노인부부가구 1512명(29.1%), 노인단독가구 999명(19.3%) 등이다.

학대 발생장소는 가정이 4616건(89.0%)으로 가장 많았고 생활시설 380건(7.3%), 병원 65건(1.3%) 순이었다. 재학대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98.4%로 거의 대부분이었다.

신고자는 경찰관 등 관련기관(65.6%)이 가장 많았고 친족(9.1%), 사회복지전담공무원(7.7%), 학대피해자 본인(7.5%), 노인복지시설 종사자(3.7%), 가정폭력 관련 종사자(1.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학대를 받는 노인 중 30.0%인 1701건이 70세 이상이었으며 50~59세 1414건(25.0%), 40~49세 1253건(22.1%), 60~69세 824건(14.5%), 30~39세 318건(5.6%) 등이었다.

학대유형은 정서적 학대(42.9%), 신체적 학대(37.3%), 방임(8.8%), 경제적 학대(4.7%) 등 순이었다. 최소한의 자기보호 관련 행위를 하지 않아 심신이 위험한 상태에 이르게 하는 자기방임 사례는 2015년 10.1%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2.9%까지 꾸준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학대피해노인 중 23.3%인 1207명은 치매(치매의심 507건, 치매진단 700건) 노인이었다. 학대행위자 1575명 가운데 기관이 631건(40.1%)으로 가장 많았고 아들 422건(26.8%), 배우자 141건(9.0%) 순이었다. 학대유형으론 방임이 499건(26.5%)으로 가장 많고 아들 422건(26.8%), 배우자 141건(9.0%) 순이었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노인을 학대하는 이른바 노노(老老)학대는 2051건으로 전체 학대의 36.2%를 차지했다. 학대행위자는 배우자가 1474건(71.9%)으로 가장 많았고 피해자 본인 240건(11.7%), 기관 138건(6.7%) 등이었다.

노인학대 신고 및 학대건수가 매년 증가추세를 보인 데 대해 복지부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지속적 확충, 신고의무자 직군 확대 등을 통해 은폐됐던 노인학대 사례의 신고·접수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 내 학대 비율이 높고 재학대 사례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가정 내 학대사례 조기발견 및 사후관리 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노인학대 조기발견 및 재학대 방지를 위해 노인학대 예방 및 노인보호를 위한 대책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부터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나비새김’ 캠페인을 추진하고 중앙신고의무자협의체(20개 단체, 140여만명)를 중심으로 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의 협력 등을 통한 다양한 대국민 인식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나비새김은 노인학대 위험에 있는 노인들을 마음에 새기고 노인복지법에 따라 모든 국민은 노인학대를 발견하면 신고할 자격이 있음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는 대국민 인식개선사업이다.

또한 노인학대 조기발견 및 신속한 대응을 위해 노인보호전문기관을 2017년 30개소에서 올해 34개소로 늘렸으며 향후 10개소를 추가 확대키로 했다.

재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으론 사례관리 종료 후 학대피해노인 가정에 사후관리 상담원을 파견해 재학대 위험요인을 감소시키기 위한 시범사업을 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시설 내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 노인복지시설 및 장기요양기관 설치·운영자 및 종사자 약 65만명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노인학대 관련 제도개선 사항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노인학대 행위자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기 위한 상담·치료·교육 등 표준권고안을 마련하고 신고의무자 직군을 현재 17개군에서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3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행사를 열고 노인 인권 증진에 기여한 노인보호전문기관 종사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관련 단체 관계자 등 43명에게 정부 상을 수여했다.

김선희 제주특별자치도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은 노인학대 교육, 홍보, 상담 등을 통해 최근 6년간 매년 지역 내 노인학대 신고율을 30% 이상 높인 공로로 국민포장을 수상했다.

지난 2010년 5월7일 충청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은 청주 성안길에서 가정의 달과 어버이날을 맞아 노인학대 예방과 효 사상 고취를 위한 ‘노인학대예방 캠페인’을 펼쳤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서울 노인학대 2090건..‘정서적 학대’ 최다

한편, 지난해 서울에서 2000건이 넘는 노인학대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서울시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 등 시가 운영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 2곳이 집계한 결과 지난해 노인학대는 총 2090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정서적 학대가 1034건으로 전체의 49.5%를 차지했으며 이어 신체적 학대 763건(36.5%), 방임 143건(6.8%), 경제적 학대 98건(4.7%) 순이었다. 이 외에도 유기(12건), 성적 학대(10건)도 있었다.

올해는 4월까지 총 639건의 노인학대가 발생했다. 역시 정서적 학대가 320건(50.1%)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학대 건수는 2016년 2150건에서 2017년 1910건으로 줄었다가 다시 늘어났다. 정서적 학대도 2016년 46.3%, 2017년 46.4%로 매년 느는 추세다.

시는 “매년 어르신 인권에 대한 관심을 넓히고 학대행위를 예방하고자 인식개선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나 정서적 학대는 오히려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16년 1117건, 2017년 1470건, 2018년 1681건으로 여전히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 4월까지 593건이 신고돼 이 추세라면 전년보다 많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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